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중기특화 증권사 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유안타, 유진, 키움, IBK, 코리아에셋, KB 등 6곳이 확정됐고, KTB는 KB가 현대증권과 1년 내 합병했을 때만 리스트에 들어간다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중기특화 증권사는 정부가 중소기업 기업금융(IB) 업무에 특화된 중소형 증권사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중소기업 IB에 내실을 가진 13개 증권사가 신청서를 접수하는 등 이번 선정에 뜨거운 관심이 쏠린 이유는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될 경우 주어지는 금융 혜택은 물론이고 '중기특화'라는 네임 밸류로 이미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먼저 중기특화 증권사에게 주어지는 금융 혜택은 상당하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주관사를 선정할 때 자산이 1조원 이상에 못 미쳐도 참여할 수 있다. P-CBO는 우량채권이라 주관 수수료로 벌이 들이는 수익이 짭짤하다.
또 중소기업 인수·합병(M&A) 펀드 운용사 선정 평가기준도 완화되고, 증권금융에서 증권담보대출을 지원할 때도 약정한도가 100%에서 120%로, 기간 만기도 최대 1년까지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1개의 업체가 중기특화 증권사에 선정돼 모든 혜택을 받을 경우 연 평균 5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들은 이보다 이미지 개선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기특화라는 같은 타이틀을 단 증권사들은 어떤 차별화 된 전략을 쓸까. 이들의 같은 목표, 다른 계획을 알아본다.
□ 유안타, 中 네트워크 통해 스타스업 기업 중국 진출 지원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곳 중 유일하게 중화권 전문 증권사인 유안타는 중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벤처기업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활로를 모색 중이다.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거두는데 중점을 뒀다.
이 회사는 범중화권 네크워크를 통한 중국 현지 창업지원센터와의 교류를 개척하고, 국내 유망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해 중국시장 진출의 게이트 역할을 한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난징 등 2선 도시 중심으로 중국 지방정부 창업지원센터와 협업·제휴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그 예이다. 국내에서는 78개 지점 유안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P-CBO, 코넥스 상장을 통해 지방 유망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조달에도 적극적 참여할 계획이다.
또 전문 중개업체인 와디즈 인크와 업무협약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 시장 활성화에 우선 집중한다. 유안타는 내년 4월, 전문중개업 라이센스를 받을 예정이다.
□ 강력한 금융 플랫폼 보유한 유진, 마켓 메이킹 전략으로
유진투자증권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강력한 금융 플랫폼을 활용한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전략을 쓴다는 계획이다.
증권, 자산운용, 선물, 사모펀드(PE/Private Equity) 회사의 협업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최적화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해 초기 성장 회수시장을 활성화 한다.
또 금융부문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유망기업 및 투자자를 확보하고 온라인 사업역량을 기반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할 예정이다.
□ IPO 성적 좋은 키움증권, 중소·벤처사 성장별 단계 지원
키움증권은 이번 중기특화 증권사 지정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는 목표이다.
이 회사는 2008년 이후 중소·벤처기업과 쌓아온 관계를 바탕으로 최근 3년간 주식공개상장(IPO) 상장주관 3위, 130여개의 중소·벤처기업 IPO 대표주관계약 체결 등 우수한 IPO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창업단계의 기업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본공급을 수행하고, 투자자에게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키움증권, 키움인베스트먼트 등 다우·키움 그룹 내 역량을 하나로 통합해 성장단계의 기업들에 통합 지원을 강화하고, 성장단계의 기업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설립, 코넥스 및 코스닥 상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과 투자회사(VC), 유관기관, 키움이 함께 만들어가는 키움 중소·벤처 성장생태계를 지속 확장·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IBK투자증권, 중소기업특화 업무 담당 조직 개편
IBK투자증권은 중소기업특화 증권사 업무를 위해 내부 조직 개편부터 단행했다. 내실부터 키우겠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5일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을 계기로 중소·벤처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SME금융팀을 신설하는 한편 M&A와 사모펀드(PEF)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독립 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 측은 "IBK금융그룹 역량을 활용한 비재무적 컨설팅 등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창업부터 주식시장 상장, 그리고 이후까지 성장 단계별로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코리아에셋, M&A 세분화 전략+중간회수 시장 활성화
코리아에셋은 상생혁신형 M&A, 사업승계형 M&A, 사업재편형 M&A에 역량을 집중해 M&A시장을 활성화하고, IPO 전 투자 회수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M&A 활성화 전략(M&A 신속거래제도/Past M&A)을 통해 M&A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성공률을 제고하는 것이 선행된다. 중소기업의 특성상 창업자의 매각의사 자체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적합한 매수자를 찾아내는 일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코리아에셋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마켓 메이커 역할을 하는 M&A 펀드를 운용해 시간적 갭을 메우고 거래 성사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펀드를 통해 우선 인수 후 매수자를 물색하고 인수대금의 50~70%를 선지급 후 이익이나 가치요인들을 반영해 인수대금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쓰게 된다. 또 외부 네트워크 및 내부 DB 구축을 통해 중개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밖에도 코리아에셋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기업의 성장단계별·규모별 펀드 조성 및 투자 등을 통해 투자 맞춤형 전략을 쓴다.
□ 합병 이슈 위에 앉은 KB, 기존 IB부문 중점 추진
중기특화 지원 직후 현대증권과 합병 이슈가 생긴 KB는 1년 내 합병이 마무리되면 중기특화 증권사 리스트에서 빠져야 한다. 때문에 이 KB는 기존에 주력하던 IB부문을 꾸준히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KB투자증권은 IB부문 중에서도 채권발행시장(DCM)과 구조화금융(SF)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DCM은 업계 1위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주식자본시장(ECM)부문에서는 KB와 현대증권 모두 업계 5위 내외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 회사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IPO를 성공시킨 사례가 다수인 만큼 중기특화 라이센스를 보유하는 기간 동안 IPO 사업을 영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KB는 올해 말 중국기업의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계약을 성사시켰다.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은 중국 기업은 신광화기계유한공사, 찬하오차유한공사, 신원국제유한공사 등이다.
□ 벤처 투자의 원조 KTB, 크라우드펀딩·전문투자형 PEF 설립 추진
원조 벤처 투자사인 KTB는 KB과 현대증권의 합병이 성사돼야 KB가 보유했던 중기특화 증권사 라이센스를 넘겨받을 수 있다.
때문에 KTB는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 여부와는 별개로 기존에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계획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KTB는 크라우드 펀딩 전산 개발 및 전담조직을 구성해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중소·벤처 기업에 제공한다.
또 전문투자형 PEF 운용 업무를 영위할 예정이다. KTB는 2016년 하반기 자통법 개정 이후 전문투자형 PEF 운용업자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 M&A 중개, 중소기업 지원 등의 업무를 계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