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에 대한 정부의 세제지원이 애초 도입 당시 정책목표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라는 목표 하에 사적연금 공제한도를 늘렸음에도 혜택은 고소득층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세지출이 정작 도와야 할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소리다.
최근 한국세무학회가 발표한 '사적연금 세제지원의 정책적 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11년 사적연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300만원에서 400만원을 늘린 정책이 부분적으로 사적연금 납입액을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사적연금 소득공제 정책의 확대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게만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 소득공제 한도를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증가시킨 정책으로 사적연금 연간 납입액이 평균 142만원 증가했다. 소득공제 한도의 증가수준인 100만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그러나 대상을 소득 4분위로 나누었을 때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4분위에서만 납입액이 상승했다.
소득 1~3분위의 경우 소득공제 한도의 증가수준에 밑 돈 반면 소득 4분위에서는 납입액이 165만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즉 2011년 소득공제 한도증가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4분위의 사적연금 납입액을 증가시켰지만, 나머지 75%의 소득그룹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적연금 납입액과 가구 저축률 사이에 음(-)의 관계가 확인됐고, 사적연금이 다른 저축액을 감소시키는 구축효과가 있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사적연금 납입액이 1% 증가할 때 가구 저축률이 0.0001만큼 감소하는 현상이 발견됐으며, 이 수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사적연금 납입액이 10% 증가했을 때 가구 저축액이 오히려 5만원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결과적으로 소득공제 한도증가 정책은 노후소득 보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계층의 연금 납입액을 증가시키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의 사적연금 납입맥만 증가시킴에 따라 노후소득 증대라는 정책목표 달성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는 근로자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에 대해 300만원의 추가 한도를 더해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어 노후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논문은 강조했다.
논문은 이에 사적연금의 노후보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논문은 "현재 금융기관과 상품에 따라 연금 상품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세제혜택은 동일하게 주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만약 상품에 따라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상이하다면 노후소득보자에 효과적인 상품에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