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도 적은데 '가산세'라뇨" = 세무사무소의 실수로 거래처에 가산세가 부과될 때 이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세무사들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한 세무사무소 직원은 "월급도 적은데 가산세까지 물어야하니 답답한 심정"이라며 "일부러 한 실수도 아닌데 당연히 최종책임자인 세무사무소 대표가 부담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고압적인 태도의 일선 세무서 조사관들과 자신들을 직원처럼 부리려는 거래처 대표들에게 밤낮없이 시달리며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내는 세무사무소 직원들.
이런 세무사무소 직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가산세'라고 합니다.
가산세는 세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산출한 세액에 가산해 징수하는 돈을 뜻합니다. 세무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세금을 부담하는 것도 아닌데 가산세가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니 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세무사전문직업인 배상책임보험'을 아시나요?
현행 세무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에 등록한 세무사는 세무사 1명당 3000만원 이상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책임 보장조치를 해야합니다.
세무사무소의 실수로 거래처에 가산세가 부과되는 경우 등을 대비해 거래처에 물어줘야 할 배상액을 보상받는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무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세무사들은 3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고 둘째는 세무사회에서 운영하는 손해배상공제에 가입하는 것, 셋째는 세무사무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공탁기관에 현금 또는 국채, 공채를 공탁하는 것입니다.
세무사회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보험사와 단체협약으로 '세무사전문직업인 배상책임보험'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입은 회원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2016년 3월 현재 보험에 가입한 회원은 68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총 11000여명의 세무사회원 중 절반이 훌쩍 넘는 숫자입니다.
문제는 이 보험의 구조에서 생긴다고 합니다.
해당 보험은 3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보상한도별로 상품이 구분되어 있으며,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나뉘어있는 '자기부담금'에 따라 연간 부담해야하는 보험료가 달라지게 됩니다.
자기부담금이란 사고(손해배상청구)가 발생했을 때 받는 총 보험금에서 세무사가 부담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총 보험금이 1000만원이고 자기부담금이 200만원이면 세무사는 800만원에 대해서만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자기부담금을 높게 설정할수록 연간 보험료 부담은 줄어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자기부담금 이하로 거래처가 두들겨 맞은 가산세를 물어줘야 하는 경우에는 보험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부담금 300만원에 총보상한도 3000만원의 상품에 가입한 세무사무소가 거래처에 200만원의 가산세를 물어줘야하는 일이 발생했다면 가산세 200만원은 전부 세무사무소가 부담하게 됩니다.
세무사무소 직원 5명중 1명 "가산세 월급에서 떼여봤다"
한편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최근 은밀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무사무소 직원 40명 중 8명은 업체에 물어줘야하는 가산세를 자신의 월급으로 부담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무턱대고 일반화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문제로 남몰래 '고통'을 받는 세무사무소 직원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점입니다.
한 세무사무소 직원은 "자기부담금 100만원 상품이나 300만원 상품은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최대금액인 1000만원 상품에 가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험처리하면 보험금을 100% 받기도 힘들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복잡하다. 게다가 할증률도 엄청나게 오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세무사무소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직원은 "직원의 실수로 가산세가 부과되더라도 최종 책임은 이를 승인한 대표에게 있는 것 아닌가"라며 "악의적으로 하는 실수도 아니지 않나. 세법의 가산세 조항을 줄줄 꿰고 있을 수도 없고, 가뜩이나 적은 연봉인데 가산세까지 차감당하면 정말 눈물 나온다"고 토로했습니다.
가산세를 월급에서 부담한 경험이 한번도 없다고 밝힌 한 직원은 "직원들이 신고서는 뽑을 수 있지만 위험을 보험없이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세무사라면 직원들이 충성심을 가지고 일할 수 없다"며 "우리 세무사무소에서는 그런 일이 생기면 대표가 부담하고 직원들에게 잊어버리라고 한다. 어떤 직원은 연속 세번 수 백만원 가량의 가산세를 세무사에게 부담하게 만들더니 자기가 미안해서 그만뒀다"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산세를 부담한 경험이 없다고 밝힌 다른 직원은 "초보직원인 경우 가산세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급여도 작은 것"이라며 "경력자가 있는 사무실도 아니면서 직원에게 가산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최종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것은 세무사의 책임인데 이를 초보에게까지 전가하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