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전청사 관세청 전경. 관세청 차장을 비롯한 고위직 인사 폭풍이 불고 있다. 정부는 2일 기재부 출신 김종렬 국장을 관세청 차장에 임명했다.
정부는 2일 관세청 차장에 김종열 기획재정부 관세국제조세정책관을 임명했다. 관세청 안팎에서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일정(5월1일부터 2박4일)을 고려해 내주 초를 전후해 인사발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한 템포 빠르게 인사가 단행됐다.
이와 함께 관세청의 수장인 관세청장의 교체도 임박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김낙회 청장은 지난 2014년 7월 현 직위에 임명, 2년 가까이 관세청을 이끌어 온 상황이다.
20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했지만 국면 전환용 개각은 단행하지 않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방침이지만, 곳곳에서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교체될 장차관급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이 한창이다.
관세청장 교체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근 들어 교체설이 보다 구체화되면서 청와대 인사가 관세청장으로 인선될 것이라는 소문으로까지 확산됐다. 일부 언론에서 아예 한 사람을 찍어(정만기 산업통상자원비서관), 그 사람이 관세청장이 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관세청 내부 서열 1, 2위 자리를 모두 외부출신 인사에게 넘겨주는, 절망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가뜩이나 계속되는 외부 청장 인선으로 긴 세월 '속앓이'를 해왔던 관세청은 이번 인사를 통해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 관세청 관계자들의 전언.
무늬는 '교류인사', 실제는...
일단 2일 발표된 차장 인사는 표면적으로 기재부와 관세청이 고위공무원 각 1명씩을 주고받는 '교류인사' 형태로 이루어졌다. 기재부 출신 김종열 국장이 1급(가급)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해 관세청 차장으로 부임하는 대신 2급(나급) 고위공무원인 주시경 대구본부세관장이 기재부로 전출된 것이다.
하지만 관세청 입장에선 누가 봐도 '손해보는 장사'일 수밖에 없다.
달랑 2자리(차장, 인천본부세관장) 뿐인 1급(고위공무원 가급) 인사 가운데 한 자리를 허무하게 내준 꼴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인천본부세관 통폐합하면서 1급 자리 하나를 만들어 환호성을 울렸던 관세청은 불과 5개월 만에 더 중요한 자리를 빼앗기는 모양새가 됐다.
교류인사 형식을 취했지만 주시경 전 대구본부세관장이 기재부로 넘어간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분석. 관세청 내부 반발을 의식한 교류인사로 풀이되지만 주 전 세관장이 세제실 국장급이 아닌 외부파견(국회) 대상자로 분류되어 넘어간 것은 결국 교류인사는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는 결정적 증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행시 37회 출신으로 3년 전(2013년 4월)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주 전 세관장은 이제 막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기 시작한 세제실 행시 37회 등과의 형평을 고려할 때 속된 말로 '머리가 너무 큰' 인물이다. 관세청 행시 출신들이 고생한 정도에 비해, 타 부처보다 승진이 빨랐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세제실에서 국장급으로 쓰기에는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롭게 관세국제조세정책관으로 임명된 이상률 국장(행시 34회)이 떠나온 자리인 국회 파견 국장 자리로 떠밀려 버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국회 파견 국장 자리는 과거 부이사관, 현재는 고위공무원으로 갓 승진한 인사들이 가는 자리다.
이같은 상식밖의 인사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관세청 고위직들의 일탈 행위가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을 이끌 주요 인사 수 명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 동시에 직위해제되어 징계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면서 당장 끌어 올려 쓸 사람이 부족해지는 관세청 내부의 말 못할 사정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무리 관세청 내부에 불미스런 일이 있었고 관세청이 기재부 산하외청이라 할 지언정 정부 조직간 이처럼 명백한 '불균형' 교류인사는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관세청 차장 자리는 관세청 내부 인사들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직위였다. 고위직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에 책임을 지우는 형태의 인사가 이루어진 것은 관세청 조직 사기를 감안할 때 득이 전혀 되지 않는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1970년 이후 내부승진인사가 한명(2005년 성윤갑 전 청장) 밖에 없었던 청장인사에 대해 직원들이 나름 불만은 품고 있었지만 그동안 내성(?)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차장 인사는 다르다. 확실히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