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된 차명계좌가 탈세 수단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세무조사 확대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 등 국세청의 차명계좌 대응 방안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해 차명계좌 사용 혐의 세무조사 71건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국세청은 세금탈루 혐의가 세무조사 대상이 아닌 다른 과세 기간에도 있을 경우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울러 국세청 조사사무처리규정에는 차명계좌에 대한 세무조사 시에는 원칙적으로 부과제척기간 내의 거래내역을 제출 받아 탈루 여부를 검토하고, 계좌 개설일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한 71건 가운데 계좌 개설일과 해지일을 확인한 횟수는 각각 12건(16.9%), 1건(1.4%)에 불과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성형외과, 치과, 웨딩업체, 기업체 등 4개 업체는 조사를 실시한 과세기간 외의 기간에도 현금매출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조사를 확대 실시할 생각도 않은 채 조사를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서울청은 감사원의 감사 기간 동안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수 십억원의 신고 누락된 현금매출을 발견했다. 특히 한 성형외과 대표의 차명계좌에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40억1700만원의 현금매출이 입금되기도 했다
아울러 서울청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세금탈루에 대한 과세 근거를 기록하는 일도 게을리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사무처리 규정 등에 따르면 조사요원은 문제점 및 특이사항을 포함한 조사적출 내용을 조사종결 보고서에 충실히 기재하고 사실판단 등과 관련해 자세히 기술할 필요가 있는 경우 별지를 통해 내용을 기록해 불복 등에 대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결과 서울청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탈루혐의와 관련한 주요내용은 보고서에 기재하거나 별도의 문서로 작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명계좌에 대한 조사가 공정하고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향후 납세자의 불복 등이 있을 경우 정당성 입증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
또한 탈세제보 내용이 차명계좌 이용, 현금거래 누락 등과 같이 중요탈루 유형에 대한 조사는 과세기간을 3년으로 하도록 되어 있으나, 서울청은 소득세 신고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개 연도만을 선정, 1개 연도를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서울청 산하 J세무서는 현장 확인도 없이 납세자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신고 된 차명계좌를 무혐의로 종결, 53억원(가산세 포함) 상당의 세금을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