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금융투자 전문가들의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 자금조달 방법을 두고 정부와 한은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4명의 신임 금통위원들의 성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도 근거 중 하나다. 한은이 올 상반기 경기 호전세를 전망하고 있다는 것도 동결 전망의 한 이유로 제시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관련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다가오는 13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1개월 연속 1.50%로 묶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한은이 외견상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금리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 구성을 의식해 국회 동의 없이 한은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가 "재정 통화정책 우선순위는 환경에 따라 변한다"며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출자보다 회수가 가능한 대출을 고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중앙은행이 손해를 보면서 국가 자원을 배분할 권한은 없고, 한국은행법상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국책은행 자본 확충 건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건드리지 않을 전망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구조조정에 대한 가장 큰 이슈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이라며 "구조조정 여파로 성장이 악화되거나 우량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금리인하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책은행 자본확충 문제는 한은, 여당과 야당, 금통위 내에서 계속 논쟁거리가 될 것이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5월 금통위에 새로 참석하게 되는 4명의 신임 금통위원의 성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춘다는 분석이다.
신임 금통위원은 기재부가 추천하고 중도 성향으로 예상되는 조동철 위원, 한국은행이 추천하고 기존에 매파 성향을 보였던 이일형 위원, 비둘기파 성향으로 각각 금융위와 대한상의가 추천한 고승범 위원, 신인석 위원 등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금통위원의 성향을 대체로 5~6월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국내 경제가 1분기 부진에서 점차 개선될 것이란 한은의 전망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까지는 아니라도 '인하 신호' 정도는 나올 것이란 의견이 제시된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운·조선 등 5대 경기민감업종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고 정부는 구조조정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이주열 총재도 구조조정은 기준금리 결정에 고려할 변수라고 한 이상 이번 금통위에서는 인하 소수 의견이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