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전국 17개 고사장에서 치러진 제53회 세무사1차 시험은 역대 최다인원인 1만778명이 접수해 실제 9328명이 응시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이번 세무사 1차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말문제'와 재정학 과목이 복병이었지만 기타과목의 난이도가 평이해 전체적인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에서는 미래경영아카데미 신촌센터 과목별 강사진들의 도움을 받아 이번 제53회 세무사1차 시험 과목별 총평과 최근 세무사시험 추세와 이에 대비한 공부방법을 정리해봤다.
■ 재정학(장선구 교수)
올해 1차 시험, 난이도 높았나?
2016년 재정학 시험은 까다로운 듯하지만 까다롭지 않은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재정학은 원래 현실지향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미시경제학을 기반으로 하지만 미시경제학과는 차이가 있다.
미시경제학은 목적식과 제약식을 구별해서 단순히 미분만 해 버리면 된다. 그래서 최적해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 측면에서만이 아닌 미시경제학의 응용분야가 재정학이기 때문에 재정학에서는 좀 더 여유를 두고 바라봐야 한다.
정리를 하면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 쉬운 난이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 때는 이상하게 잘 모르겠는데 점수는 잘 나왔다고 이야기 한 것이다.
재정학 시험 트렌드…계산문제 난이도 하락
재정학에서는 보통 계산문제가 5개 정도 나오는데 이번에는 독점문제와 쉽지만 시간을 잡아먹는 문제를 뺀다면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문제가 출제되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계산문제 난이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고 현실지향적인 말 문제와 자료해석과 같은 스타일의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교수님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세상이 그런 형태로 흘러가는 듯하다. 암기는 알파고에게 맡기고 암기보다는 이해하고 주어진 자료를 해석하는데 집중하자.
트랜드에 적합한 재정학 공부방법
(O, X 공부법)…"제발 좀 탈피하자"
재정학을 공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출 지문 암기를 계속 반복하는 것인데 수험생들에게 이런 공부 방법은 매우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수험생들은 퍼즐과 퀴즈를 풀 듯이 O, X로 한줄 암기하고 바로 설명을 보는 공부방법을 많이 택한다.
제발 그렇게 공부하지 말자. 수험공부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물론 강의도 재밌으면 좋겠지만, 재미를 추구하지는 말자.
재미보려고 수험생활 시작한게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아주 따분한 지루한 강의를 선택해서 듣자. 그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자신의 내적 역량을 높이는 길이다. 물론 시간이 좀 걸리는게 흠이다.
그런데 법과목과는 달리 재정학은 전체적인 한 문제를 통으로 보고 그 중에서 가장 타당한 것과 가장 옳지 않은 것을 선택지에서 고르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보는게 아니고 상대적인 맥락에서 본다는 말이다.
난이도가 '중·하'인 경우에는 편한 암기로 어느정도 점수확보가 되겠지만 80점이상의 점수를 획득하려면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재정학, 더 이상 전략과목 아니다
재정학은 처음 수업할 때 목표점수를 85점에서 90점으로 잡는다. 이때 망설여진다. 수험생들이 이 수업이 80점짜리밖에 안되면 차라리 100점짜리 다른 선생님을 찾아가야지라고 생각할까봐.
그런데 어쩔수 없다. 재정학은 재정학 한과목만 전공해서 박사학위 받는다고 100점을 받는 것은 아니다. 80점까지는 기본 교재의 내용으로 커버하고 나머지 20%는 객관식 기출문제를 풀면서 본인 스스로 센스와 감각을 키워나가야 한다.
유명한 골프 코치인 레드베터에게 수업을 듣는다고 모두 타이거우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내용은 그 정도만 하면 충분하고, 실전문제를 많이 풀면서 감을 키워 나가야 한다.
기초경제학을 수강해라
보통 재정학 시간에 기초경제학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기초경제학 수업을 함께 강의하는데 그 중에 맘에 드는 것을 하나 선택해서 듣고 재정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기초경제학의 내용을 암기한다기 보다는 그 속에서 경제학의 기본원리인 'MB=MC'인 한계원리를 잘 알면 된다.
또한 간단한 미분법만 익히면 된다. 추가적으로 무차별곡선, 예산선, 규모의 경제, 완전경쟁시장, 독점시장 정도만 파악하면 충분하다. 그 이상 하는 것은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으로 비춰질 뿐이다.
일찍 시작하고, 나중에 몰아치기 하라
재정학은 일찍 시작하는게 좋다. 어차피 회계와 세법은 계속 하루도 눈을 떼지 않고 손에서 책을 놓아서는 안된다. 따라서 재정학을 일찍 시작해서 한번 보고 나중에 객관식 할 때 모르는 것을 이론 책을 옆에 펼쳐두고 찾아보면서 자꾸 반복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시험 전에는 계산문제들은 몰아서 반복학습 해야 하고 암기해야 할 내용들은 A4용지 2장에 자신만의 글씨로 직접 정리해서 맞춤화된 비법노트가 있어야만 한다.
죽을 각오로 공부하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경제는 저성장 궤도에 접어든지 오래다. 제발 학원에서 시험공부하다가 쓰러지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 죽지 않으면 나중에 죽을 수 있다. 한번 죽어보자.
■ 세법개론(양소영 회계사)
적절한 시간안배 중요…가급적 많은 문제 풀자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의 경우 평이했으나 기타세법(국세기본법 등)의 경우 까다롭게 출제되었다.
예년에 비해 계산문제 난이도는 낮았지만 이론형문제의 경우 함정이 많았다. 계산문제의 수가 적고 난이도가 낮아 체감난이도는 낮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론형 문제들이 쉽지 않아 평균점수가 많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또한 같은 시간에 시험을 치는 재정학의 난이도가 높아 시간 안배에 실패해 세법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험생들은 실제 시험에서 한 문제를 오랜 시간동안 풀고 있으면 안 되며 적절하게 시간배분을 해 가급적 많은 문제를 제 시간 안에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 재무회계(B형)(최정인 회계사)
기초유형 문제…반드시 대비 필요
이번 2016년 세무사 1차 시험은 예년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한 정도의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문항들의 경우 평소 수험생들이 자주 다루지 않았던 유형의 문제들이 출제됨으로써 오히려 평년보다 난이도가 있는 문제들도 다수 포함되어 문항별 난이도 편차는 상당히 존재했다.
다만 실제 시험장에서 풀고 넘어갈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가 명확히 파악 가능해 수험생들의 취사선택 측면에서는 오히려 수월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수험생들이 풀겠다고 선택한 문제들의 경우 큰 함정이 없어 실수만 없었다면 정답을 찾아내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일부 문항은 다년간에 걸친 질문이 보기문항으로 주어졌으며 시간소요가 큰 문제(ex. 문제 14)도 출제되었다. 아울러 최근 관련 유사시험의 출제유형인 추정(ex. 문제12) 관련 문제들도 선보였다. 내년 1차 시험을 대비하고 있는 예비수험생들이라면 이러한 문제유형에도 미리부터 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기초유형의 문제(ex. 문제 18, 24) 유형도 매년 꾸준히 출제되고 있다. 수험생들은 이 같은 유형의 문제들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꼭 짚고 넘어가는 학습자세가 필요하다.
한편 문제 3번(B형 기준)은 가답안 기준으로 보기문항④가 정답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충당부채의 (대리)변제 관련 상계표시는 포괄손익계산서의 비용과 수익에 대해서만 허용되고 재무상태표의 충당부채와 관련 자산의 상계표시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기문항②도 옳은 표현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확정답안 발표 시에는 복수정답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세무사 1차 시험을 통과한 합격생들에게는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결실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린다. 다만, 아직 2차 시험이라는 더 높은 관문이 남아 있으므로 긴장을 풀지는 말기를 당부한다.
또한 아쉽게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들과 내년 1차 시험을 준비하는 예비수험생들은 이번 1차 기출문제 유형을 잘 파악해 내년에는 반드시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원가관리회계(최재윤 세무사)
中난이도 문제…자신만의 풀이법 마련 필요
2016년 세무사시험의 문제는 총 15문제이며 원가회계파트 7문제, 관리회계파트 8문제가 출제되었다.
특이사항으로는 표준원가파트와 최신이론에서 한문제도 출제되지 않았으며, CVP파트에서는 무려 4문제나 출제되어 관리회계 문제의 50%가 CVP문제였다.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평이했다.
특별히 함정이나 많은 생각을 요하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시중에 나온 객관식서를 한 권만 여러 번 봤다면 충분히 접했을 만한 문제의 유형들로 출제되었기 때문에 여러 권의 수험서를 훑어본 수험생보다 한권의 책을 반복해 본 수험생이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2009년부터 시험의 주관처가 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이관되면서 전체적인 문제의 난이도가 그 이전보다 쉬워진 경향이 있다.
이러한 추세가 2017년에도 이어진다고 가정한다면, 너무 어렵고 지엽적인 문제들 보다는 보통 난이도의 문제를 각 챕터의 토픽별로 반복적으로 학습, 정리해 각자 나름대로 문제 푸는 틀을 정형화해야 한다.
■ 민법(강양원 교수)
어려운 학설·판례에 애쓰지 말자
첫째, 이번 세무사 민법시험은 예상할 수 있는 중요내용을 중심으로 출제되었다.
민법공부를 어느 정도 했다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잘 해결했느냐에 따라 90점 이상과 85점이 나눠지고, 기본실력에 따라 80점 이상과 이하가 갈렸을 것 같다.
둘째, 서론 1문제, 권리 1문제, 권리변동 일반 2문제, 행위능력 3문제, 법률행위의 목적 3문제, 의사표시 3문제, 법률행위의 대리 6문제, 무효 및 취소 2문제, 법률행위의 부관(조건과 기한) 2문제, 기간 1문제, 소멸시효 3문제, 자연인 3문제, 법인 7문제, 물건 3문제가 출제되었다.
올해는 법률행위의 해석을 제외하고 각 파트에서 비중에 따라서 다른 해와 비슷하게 골고루 출제되었다.
셋째, 세무사 민법시험의 출제경향인 조문과 이론 및 판례가 균형 있게 출제되었으며, 특히 기초적 이론을 잘 알고 있는지에 관한 것들이 주로 출제되었다. 최근 경향에 따라 사례형 문제 6문제가 출제되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OX핵심체크, 객관식 문제로 대비하면 충분히 고득점이 가능한 출제유형이다.
넷째, 세무사시험은 민법총칙만 공부하면 된다. 교과서 200쪽 이내의 분량이면 충분해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과목이다.
시험에서는 기본적인 내용을 묻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들을 출제할 수 없고, 80점 이상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세무사시험에서는 간단한 기초적인 내용들을 묻는 문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려운 학설, 판례들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것들은 많이 출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하지만 어느 법학과목이나 마찬가지로 기초적인 판례는 꼭 기억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자.
■ 상법(문승진 교수)
시간 안배 집중한 문제풀이 중요
2016년도 세무사 상법 시험은 작년 보다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우선 2016년 3월 2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제도를 두 문제(B형 기준 66번, 70번 문제)출제했는데 상세한 내용을 알아야만 풀 수 있을 정도로 복잡했다.
또한 새로운 스타일의 문제도 3 문제(B형 기준 51번, 52번, 53번 문제) 출제되었으므로 문제 풀이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소홀하기 쉬운 부분인 주식회사를 제외한 기타회사에 관련된 문제(B형 기 준 67번, 74번, 75번, 76번, 77번, 78번, 79번)가 다수 출제되었으며 특히 하나의 회사를 묻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사에 관련된 문항이 많아서 답을 고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제외한 주식회사의 부분은 예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득점은 작년과 비교해 적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위안이 되는 부분은 가장 중심이 되는 주식회사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어려운 부분이 적어 시간 안배를 잘한 수험생의 경우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 행정소송법(문승진 교수)
단순한 조문 넘어 판례 숙지해라
2016년도 세무사시험 행정소송법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험생 여러분들은 특별한 어려움이 없이 목표한 득점을 얻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문제의 추세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를 출제유형별로 검토해보면 판례를 묻는 문제가 17문제, 단순한 조문을 묻는 문제가 8문제, 그리고 조문, 이론, 판례를 조합해 묻는 문제가 15문제였다.
행정소송법 출제초기에는 단순한 조문을 묻는 문제가 많았으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판례를 묻는 문제가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판례가 많이 출제되고 있으며 여기에 조문과 이론 및 판례를 조합해 문제의 다양화를 시도한 문제도 다수 보인다.
행정소송법을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단순한 조문의 암기에 머무르지 말고 조문과 관련된 판례를 숙지하고 정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