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 회사원 A씨는 서울의 한 와인샵에 들러 타지에 살고 있는 부모에게 줄 와인 2병을 구매했다. A씨는 와인값을 지불한 뒤 "부모가 살고 있는 주소지로 택배를 보내달라"는 말을 건넸다. 사실 A씨는 와인 등 주류를 택배로 배송할 수 없다고 알고 있었지만, 동료의 귀뜸으로 암암리에 택배가 허용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끈질기게 요청했다. 하지만 와인샵의 직원은 "과태료를 맞을 수 있다"고 계속해서 거부했으며, A씨는 끝내 구입한 와인을 들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와인 등 주류를 무단으로 배송해준 업주는 국세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현행법상 주류는 '대면거래'만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다.
하지만 이르면 내달부터는 소비자가 매장에서 와인을 대면 결제로 직접 구매하는 경우에는 판매자가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허용된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와인 판매장을 방문해 대면 구매한 소비자의 요청에 의한 와인 택배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시가 내달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백화점 등에서 대면으로 주류를 구매했더라도 택배가 금지되어 있으나, 주류 구매고객 편의를 늘린다는 차원에서 이른바 '와인택배'에 대한 규제를 푼 것이다. 와인택배 수량의 제한도 없다.
사실 주류 판매를 규제로 묶어 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직접 판매점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등 통신으로 미성년자들이 쉽게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인터넷이나 유선 전화로 와인을 구매하는 부분은 규제철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와인뿐만 아니라 대면 판매가 이루어진 소주, 맥주 등 주류의 배달서비스 폭이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주세법에 따른 주류의 종류는 총 13가지다. 주정을 포함한 청주, 맥주, 과실주 등의 발효주류와 소주, 위스크, 브랜디 등 증류주류로 나눠져 있다. 택배가 허용되는 와인의 경우 과실주에 속한다. 와인 규제가 철회됨에 따라 대면 거래를 통해 구매한 주류의 택배 허용을 제한할 수도 없는 노릇. 국세청 관계자는 "와인은 되고 다른 주류를 (택배)제한하기는 어렵다"며 "대면 판매가 이뤄진 주류의 택배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통신판매를 할 수 있는 전통주의 수량 제한도 푼다. 현재는 전통주 제조자의 1인 1일 통신판매 수량이 100병 이하로 제한되어 있으나, 내달부터는 판매수량을 제한받지 않는다. 이 밖에 전통주 통신판매 범위에 '무역협회', '공영홈쇼핑 인터넷(중기청)'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우체국 쇼핑몰, 조달청 나라장터 등 7개 사이트에 한해서만 전통주 통신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통주 판매 활성화 및 구매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