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자살보험금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금감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보험회사 또는 임직원에 대해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경우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신뢰가 무너진다면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으니 '약속한 보험금은 반드시 정당하게 지급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소멸시효와 관련한 논란이 나오자 금감원이 다시 한 번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멸시효란 보험금청구권을 2년(2015년3월 이후에는 3년)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시효가 완성돼 청구권이 소멸되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주요 쟁점에는 ▲보험수익자가 청구한 사망보험금을 보험사가 일부만 지급한 후 2년이 경과된 경우 보험사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과소지급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지 ▲보험금 등의 지급시기를 대법원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보할 수 없는지 ▲대법원이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있다.
소멸시효와 관련된 쟁점에서 금감원은 "약관은 지켜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취지와 부합하게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혔다.
이는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다투는 보험금 미청구 건과 달리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정당하게 청구했고 감독당국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지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험사는 이를 지급하지 않고 미루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고 있기에 금감원은 민법상 판단에 앞서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대부분의 보험사 고객은 주계약과 특약의 보장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데다가 사망보험금을 청구할 당시 보험사가 약관에 따라 지급해야 할 모든 보험금을 정확하게 지급했을 것으로 신뢰한다.
사망보험금은 주계약에 의한 일반사망보험금과 특약에 의한 재해사망보험금으로 나뉘는데 일명 '자살보험금'으로 알려진 금액은 특약에 의한 재해사망보험금에 포함된다.
즉 보험전문가인 회사가 보험금의 일부를 고의로 누락하고 이를 알리지도 않은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보험금 등의 지급시기를 대법원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보할 수 없는지에 대한 쟁점과 관련해서는 보험사가 소멸시효 기간 경과에 대한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이밖에 대법원이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할 경우에도 금감원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보험사가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권한에 따라 검사·제재 또는 시정조치를 일관되게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지연한 회사와 임직원에 대해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며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 등에 대해서는 지급절차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 귀책사유로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경우 소멸시효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등 관련법규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