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세무법인 입구에 걸린 간판앞에 선 박점식 회장.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선데이 서울'이라는 잡지를 통해 처음 세무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천지세무법인 박점식 회장.
일명 '청출신'이 아닌 순수 세무사 시험 출신으로서 '감사경영'을 통해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온 30여년 이었다.
최근 업계 과당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세무사들에게는 세무사의 주 고객인 자영업자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선행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최근 박점식 회장을 만나 감사에 대한 그의 철학과 세무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 한국세무사회장 출마 당시의 그의 속내 등에 대해 가감없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Q. '어머니-부치지 못한 1000통의 감사편지'라는 책을 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A. '감사'는 내 개인적으로도 기적과 같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가 난 날에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상대방 차가 비싼 외제차가 아님에 감사한다.
정말 일진이 안좋은 날이어서 감사할 일이 없는 날도 있다. 그래도 짜내서 감사하다보면 사고방식이 바뀐다.
아무리 힘든일이 닥쳐도 감사하고 생각을 바꿔낼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면을 돌아보면서 내 스스로가 얼마나 나에게 감사한 일이 많은지에 대해 보게되고, 그러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이러니까 변화가 안될수가 없다.
누구나 어머니를 떠올리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감사하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지나간다.
어머니에게 감사했던 점 1000가지를 쓰다보니 나의 모든 생각, 행동 하나하나가 어머니의 영향이 없는 것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내가 얼마나 건방졌는지, 어머니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실제로 절감하게 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나서 이런걸 느껴서 무슨 소용이 있냐고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이 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으로 전달되고,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를 공익운동 차원에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내가 감사를 맡고 있는 '사단법인 행복나눔 125'를 통해 그것을 실현하려고 한다. '125'는 1일1선, 1월2독, 1일5감사 라는 뜻이다.
Q. 지난 1980년 제17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해 세무사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자격들도 많은데 굳이 세무사를 선택한 이유는?
A. 순전히 우연이다. 세무사라는 직업은 '선데이 서울'이라는 잡지에서 처음 봤다.
당시 그 잡지에 고졸 출신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과 그 직업에서 성공한 인물들이 소개가 되었었다. 거기에는 선린상고를 졸업해 한국일보를 창립한 장기영 회장도 소개되었다. 당시는 세무사라는 직업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였다.
일반회사 경리과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다. 경리과에서 받아보는 잡지 중 세무정보에 관한게 있었다. 거기 맨 마지막 페이지에 세무사 시험 기출문제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얻었다.
결정적으로는 우리 회사 관할 세무서 담당공무원이던 을지로세무서에서 근무하다가 세무사에 합격한 박내춘 세무사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평소 안면이 있던 박내춘 세무사가 어느날 나에게 와서 차 한잔을 하자고 하더라. 그가 "당신 여기에 있어봤자 상무밖에 더하겠냐"며 나에게 다짜고짜 세무사 시험 공부를 하라고 했고, 자기 사무소에 사무장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처음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 그런데 고민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나이에 박내춘 세무사 사무장으로 들어갔고, 세무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밑에 10년간 있었다. 그가 운영하던 열림세무법인 대표까지 했고, 열림정보통신을 만들어 최초로 데이콤과 세무정보데이터베이스까지 만들었다. 양도세자동계산프로그램도 최초로 만들고 하는 작업을 했다.
Q. TV, 라디오 등 방송경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라디오 방송은 십수년간 계속 해오고 있는데 계기가 어떻게 되나.
A. 교통방송 라디오에서는 13년간 600회 정도의 세무상담 방송을 했다. KBS라디오는 지금까지고 해오고 있다. 이것 역시 박내춘 세무사의 덕이다.
지난 1988년에 열림정보통신으로 세무정보 데이콤서비스를 개시했다. 혁신적이었다. 그래서 KBS에서 취재를 나왔는데 하필 박내춘 세무사가 마이크 울렁증이 있었다. 평소 책도 많이보고 말씀도 잘하는 분이고 달변가였는데 마이크만 들이대면 말을 못하더라.
카메라 앞에 있는데 땀을 뻘뻘 흘리고 해서 피디가 나보고 하라고 했다.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NG없이 쭉 가니까 "당신이 다음부터 나와서 녹화하자"고 해서 방송과 인연을 맺게 됐다.
◆…순전히 우연히 세무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박점식 회장. 그는 "기업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뒤쳐지고 있다. 우리의 고객인 기업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우리도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Q. 세무상담 방송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A. 당시에는 일반인들이 세무사를 찾기에는 문턱이 높았던 것 같다. 세무사의 조력을 받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가지고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었다.
세무상담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이들과의 인연은 공적인 인연 아닌가. 그래서 함부로 수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자원봉사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부자들과 서민들은 상담을 받는 태도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상담 후 수수료 문제 때문에 안절부절한다. 그래서 그냥 가셔도 된다고 하면 나중에 꼭 음료수라도 사들고 다시 방문한다.
하지만 부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여러 세무사들을 찾아다니며 '상담쇼핑'을 한 상태여서 그런지 몰라도 상담을 받은 후에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서 그냥 가버린다.
아무튼 방송으로 인해 손님이 줄을 잇게 됐다. 방송이 세무사 박점식의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Q. 세무사회 부회장을 역임했었고 회장 선거에도 한번 출마했었다. 어떤 계기로 출마를 마음먹게 됐나?
A. 개인적으로 친했던 세무사가 회장에 출마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신 정말 그렇게 할거면 차라리 내가 출마하겠다'고 해서 출마하게 된 것이다.
당선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세무사 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다. 실제로 나름의 안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판은 나같은 아마추어들이 하는게 아니었다. 마타도어가 판을 치고 참 괴로웠다.
공격받았던 부분은 택스온넷에 관한 부분이었다. 모 세무회계프로그램의 독점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내가 1억원을 내놨고, 다른 세무사들도 십시일반 도움을 줘 택스온넷을 설립했다.
하지만 운영이 어려워졌고, 이대로 간다면 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업계 1위 세무회계프로그램 회사에 사정해서 그 회사가 인수를 했다.
모 회사의 독점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는데 반대파들은 이걸 가지고 'ㅇㅇ파'니 뭐니 하며 공격을 했다. 하지만 나는 양심에 비추어 한점 부끄럼 없다.
Q. 세무사 업계가 과당경쟁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젊은 세무사들이 그 속에서 힘들어한다고 전해진다. 최근 세무사회와 세무사고시회는 청년 세무사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세무사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분야에 대한 공부는 스스로 알아서 해도 된다. 하지만 전문교육 외의 나머지 교육들이 너무 부족하다.
세무사들이 더 넓은 세상을 봤으면 좋겠다. 경영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업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뒤쳐지고 있다. 우리의 고객인 기업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우리도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
또한 세무사들의 주 고객은 자영업자다. 그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게 선행되지 않고 그들을 밥벌이 수단으로만 보면 문제가 생긴다.
이제 막 개업한 청년 세무사들은 거래처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있으면 거래처를 날마다 다니면서 그들이 무슨 일을 고민하는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게 무엇인지 살펴보는게 좋다. 세금계산서가 몇장인지, 매출과 매입이 얼마인지, 인건비가 얼마인지는 아주 기본중의 기본이다.
기존 하던대로 습관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니 답이 안보이는 것이다. 월 기장료 10만원 받는데 인건비는 매년 올라가고 그 돈으로 뭐가 남겠나.
세무사는 고정고객을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전문자격사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리려 하면 답이 보일 것이다.
[약력]천지세무법인 박점식 회장
▲1955년 ▲전남 신안 ▲목포상업고등학고 ▲서경대학교(舊국제대학)경영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무행정학과 졸업(행정학 석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컨설턴트과정 수료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e-ceo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한국세무사고시회 제17대 회장 역임 ▲대진대학교 법학과 조세법 강사 ▲국회의원 백재현 후원회장 ▲한국세무사회 제26대 부회장 ▲사단법인 행복나눔 125 감사 ▲천지세무법인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