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 전경.
지난달 25일 선출직 회장 및 감사 임기를 '평생 2번'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회칙개정안을 둘러싼 한국세무사회(회장 백운찬) 내분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진행된 이사회에서 집행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회칙개정안의 핵심인 '소급적용' 부분을 이사진 상당수가 들고일어나 무력화(삭제)시켜버렸다.
쿠데타나 다름없는 사태에는 회장과 의기투합해 회칙개정을 추진한 일부 부회장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몰아온 상태다.
회장의 의지를 관철시키는데 조력해도 모자랄 부회장들마저 등을 돌리는 사태로 인해 백운찬 세무사회장은 책임을 추궁하는 차원에서 5명의 부회장 중 4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상황이다.
세무사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이사회 구성의 문제로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 이사회 구성원 중 상당수가 전임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인물들이다. 소급적용을 해서는 안된다, 는 이들의 입장은 곧 그동안 세무사회 안팎에서 암암리에 흘러나오고 있던 전임 회장의 '4선'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 밥먹듯 소급적용하더니만… = 소급적용만은 안된다며 이번 회칙개정안 부칙을 삭제처리한 이사회 구성원들. 그렇다면 전임 회장 당시에는 어땠을까.
우선 말 많고 탈 많았던 공익재단에 관한 부분을 짚을 수 있다.
세무사회는 지난 2012년 4월 정기총회에서 회칙을 개정, '공익회계'를 신설하고 2012년 6월7일 기획재정부 승인으로 해당 회칙개정안이 시행됐다.
즉 기재부 승인이 떨어진 2012년 6월7일 이후부터 공익회비를 회원들로부터 걷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지만 세무사회는 그 전인 2012년 4월1일부터 2012 회계연도 1기분 공익회비를 징수했다.
이는 '이 회칙은 총회가 의결한 후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이 떡 하니 있었음에도 불구, 소급적용을 해버린 것이다.
지난 2014년 제11대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당시 있었던 임원등선거관리규정 개정도 회원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던 소급적용 사례였다.
2014년 5월15일 김상철·임채룡 세무사가 후보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지만 그로부터 8일 뒤인 5월23일, 14일 뒤인 5월29일 연거푸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해 한참 선거중인 와중에 적용(소급)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5월23일자 개정된 내용은 선거일 14일 전까지 공보물 등을 모든 선거권자에게 발송해야한다는 것을 17일 전까지로 3일 앞당겼으며, 5월29일자 개정된 내용은 지방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미흡한 부분이 있을 시 본회 선거관리위원회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이 회칙개정은 본회가 특정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논란을 낳았고, 당시 신목근 서울회 선관위원장은 개정된 회칙 위반건으로 회원권리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 개정된 회칙은 임채룡 당시 후보가 선관위원장을 고발하는 등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린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5월23일 지방세무사회장 및 지역세무사회장 임기에 관한 '지방세무사회등설치운영규정' 개정이 있었다.
당시 제규정에는 '회장은 중임할 수 있다. 다만 연임은 1차에 한하며, 그 후 중임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는 문구가 신설됐으며, 이는 부칙을 통해 당시 재임 중이던 지방세무사회장과 지역세무사회장들에게 소급적용됐다.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지역회장들이 회원들의 연임 요청에도 불구하고 회장직을 사퇴해야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특히 서울은 송파, 노원 등 다수 지역회에서 후임 지역회장 후보조차 없어 수개월 동안 회무 공백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전임 집행부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회칙개정은 법논리와 상관없이 소급적용해 왔다. 전임 집행부 시절 조력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법논리를 내세워 소급적용을 못하게 만든 것은 '자가당착'의 전형이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 쿠데타 주역들은 누구? = 현행 세무사회칙에 따르면 세무사회 상임이사회는 회장, 부회장, 윤리위원장, 지방세무사회장, 상무이사, 업무정화조사위원장 및 세무연수원장으로 구성되고 이사회는 회장, 부회장, 윤리위원장, 지방세무사회장, 이사, 업무정화조사위원장 및 세무연수원장으로 이루어진다.
상임이사회와 이사회는 회장이 필요에 의해 소집하며 의장은 회장이 맡는다.
또한 상임이사회와 이사회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성립하며 회칙개정의 경우 출석한 구성원의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세무사회 관계자들은 상임이사회와 이사회의 구성에서 '쿠데타'의 원인을 찾고 있다.
상임이사와 이사들 중 상당수가 전임 회장의 입김에 의해 임명된 이들이며, 실제로 일부는 전임 집행부에서도 활동했던 이들이 그대로 현 집행부의 상임이사와 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체적인 '인재풀'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회장에 당선된 백운찬 세무사회장 입장에서는 상임이사와 이사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임 회장이 백 회장의 선거과정에 역할을 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사람들을 상임이사 및 이사진에 그대로 유임시키도록 유도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전임 회장의 '4선'을 원천봉쇄하는 백운찬 회장의 시도를 막기 위해 이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적극적으로 소급적용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