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5일 지난해 7월 처음 도입해 은행들에 '권고'형태로 시행해오던 '외화 LCR 규제'를 내년부터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외화 유동성 규제 개편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외화 LCR은 은행자금의 대량이탈을 말하는 이른바 '뱅크런'을 가정한 유동성 위기상황에서 30일 동안 빠져나갈 외화에 대비해 즉시 외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고(高)유동성 자산 비율을 일컫는다.
외화 LCR이 높다는 것은 위기가 발생해도 곧바로 현금화할 자산이 많아 은행들이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화 LCR은 바젤Ⅲ를 통해 국제 규격화된 제도로 정부는 지난해 7월 이를 모니터링 형태로 처음 시행했다. 현재 시중은행에 제시된 비율은 50%.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의무사항은 아니었지만 이 권고에 맞춰 외화 LCR를 50% 내외에서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외화 LCR 규제를 받을 대상으로 모든 은행을 지목했다. 다만 예외를 두었다. 총 부채 가운데 외화부채 규모가 5억달러 (약 5900억원)·5% 미만인 작은 은행 (전북 제주 광주은행)과 수출입은행,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이 꼽혔다.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의 특성과 외화조달 구조가 감안됐다. 외국은행 한국지점의 경우 자국 본점과 지점 전체가 LCR 규제를 받는다는 점, 본점에 지점에 대한 유동성 지원 확약서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규제 대상에서 뺐다.
금융위원회는 이들 면제대상을 뺀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외화 LCR를 내년 60%, 2018년 70%, 2019년 80%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수은행인 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은 마지노선이 내년 40%, 2018년 60%, 2019년 80%로 달리 적용된다.
산업은행도 국내은행의 외화공급 역할을 하고 외환 부문에서 정책금융기능을 한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2017년 40%, 2018년 50%, 2019년 60%로 설정됐다.
이처럼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외화 LCR이 높게 설정되면 자연스레 외화 단기차입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은 매 영업일 외화 LCR 비율을 산출하되 월평균 비율만 규제 수준 이상으로 맞추면 된다”고 설명했다. 월말에 일시적으로 고유동성 자산을 매입해 LCR 비율을 높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일정 기간 외화 LC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