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디케
▲"아내에게 명의신탁한 아파트, 증여 아니다"
아내에게 한 아파트의 명의신탁이 조세포탈과 법령상의 여러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한 것이라도 이는 과징금 부과의 대상일 뿐, 증여세 부과의 대상은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등법원 행정8부는 최근 K씨가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K씨의 남편이 K씨에게 증여할 의사로 이 아파트의 취득자금을 부담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K씨의 남편이 실질적으로 소유하되, 그 명의만을 신탁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K씨는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임차했다가 임대차기간이 끝나갈 무렵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외에 취·등록세 등을 모두 납부한 후 K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과세당국은 K씨에 대한 자금출처조사 결과 K씨가 남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6억원, 아파트 취득대금 일부인 20억원 및 취·등록세 등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K씨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 법원은 "K씨 부부는 이 아파트를 거주 목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이며, 아파트 취득자금 대부분은 K씨 남편의 사업체에서 가지급금 형식으로 차용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법은 과세당국의 항소심 선고에서 "K씨와 정상적인 혼인 생활 중이던 남편이 이와 같이 큰 돈을 빌리면서까지 취득자금을 아내인 K씨에게 증여해 K씨로 하여금 이 아파트를 매수하여 K씨 단독소유로 하게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고법은 "K씨 남편은 부동산 개발업 및 시행사업을 해오면서 금융기관 보증채무액만 1600억원 상당에 이른다"며 "평소 잠재적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K씨 명의로 개설된 은행계좌를 통해 금융거래를 하였을 뿐 아니라, 많은 법률행위를 아내인 K씨 명의로 해왔으며, 이 아파트 매매계약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고법은 "설령 이 아파트의 명의신탁이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의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도 이는 과징금 부과처분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곧바로 증여세 부과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당국의 항소를 기각했다. [참고 판례 : 2015누56986]
▲"허위로 맺은 '자산양도계약'은 무효"
두 회사가 짜고 허위로 계약을 체결한 다음, 계약에 따라 '부실자산 처분손실'을 손금 산입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탈루한 것에 대해 법원이 허위계약은 무효이며, 당국이 손금을 부인하고 한 과세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최근 A사가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A사가 B사에 자산을 양도하는 부분은 A사와 B사의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것으로 민법 제108조에 따라 무효"라며 당국의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A사와 B사는 '자산양도계약 및 TC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A사가 B사에게 A사 소유 매출채권 6억8600만원, 재고자산 2억6440만원 합계 약 9억5000만원을 양도하고, B사로부터 9700만원 상당의 '트레이드 크레딧(TC)'이라는 가상화폐를 지급받는 한편, B사에게 3400만원의 최소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
A사는 이 계약에 따라 부실자산 처분손실 8억9000만원을 영업 외 비용인 손금으로 산입해 2012년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B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A사와 B사의 계약('자산양도계약 및 TC 이용계약')은 두 회사가 통정하여 허위로 체결한 계약으로 보고, A사가 손금으로 산입한 부실자산 처분손실을 부인"하여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했다.
A사는 "허위 계약이 아니라 유효한 자산양도계약"이라고 반발했지만, 행정법원은 "이 계약 중 A사가 B사에 자산을 양도하는 부분은 두 회사의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것으로 민법상 무효"라고 판시했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A사와 B사 사이에서는 이 계약 체결 당시 계약서 외에 '합의서'와 '채권추심위탁계약'이라는 서류가 추가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합의서 및 추심계약에는 양사 사이에 작성된 '자산양도계약 및 TC 이용계약'에 우선해 적용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 합의서와 추심계약의 내용은 '자산양도계약 및 TC 이용계약'의 내용 중 A사가 B사에게 자산을 양도하는 내용 부분만큼은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할 때 "A사가 B사에게 자산을 양도하는 계약이 무효이며, 당국이 손금 부인하고 한 법인세 과세에 잘못이 없다"며 A사의 법인세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판례 : 2015구합74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