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이 지난해 6월15일 회원들에게 보낸 공문 중 일부. 공문에서는 정 전 회장이 세무사회 공익재단 이사장직에서 사퇴할 것과 다시는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정구정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이하 공익재단) 이사장이 만 1년이 넘도록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에게 이사장직을 넘긴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세무사회장 선거기간 중 회원들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후임 회장에게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었지만 이후로도 여전히 공익재단 이사장직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그대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세무사회에서 공익재단 사업에 개입하거나 감사할 권한은 없다. 때문에 매년 공익회비를 부담하는 회원들의 대표인 세무사회장이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정 이사장은 세무사회장직을 맡고 있던 지난해 6월 이러한 지적이 나오자 전 세무사회원들에게 보내는 공문을 통해 "정기총회에서 선출된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이 맡도록 이사장직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1년이 넘도록 정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체 무슨 사연일까? 이사장직을 내놓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정 이사장의 이사장직 사퇴 여부와 관련해 복수의 공익재단 이사들은 "모르겠다" "알 수 없다"는 등의 말로 일관하고 있다.
공익재단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는 4년. 지난 2012년 8월31일 재단법인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 창립(발기인) 총회에서 이사장직에 취임한 정 이사장은 오는 8월31일이면 임기 4년을 꽉 채우게 된다.
□ 공익재단, 1년에 얼마나 쓰나? = 현재 일부 세무사회원들은 공익재단의 운영비가 세무사회비로 충당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익재단 직원(2명)의 인건비, 회의비, 교통비, 지급수수료, 잡비 등을 모두 포함해 공익재단에서 지난해 사용한 운영비(일반관리비)는 총 9200만원 가량이다.
또한 공익재단이 세무사회장실과 비슷한 면적인 서울 서초동 세무사회관 5층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으면서도 임대료를 한푼도 내고 있지 않다는 점, 세무사회 주차장 및 부대시설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점, 전기세 등 공과금을 부담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공익재단 운영비는 연 1억원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세무사회원은 "세무사회원들은 공익재단에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지만 이들에 대한 기부금과 운영비를 매년 납부하고 있다"며 "특히 회관에 공익재단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나 사무실 유지 관련 공과금을 한푼도 내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사퇴 안한 대가…공익재단 '돈줄' 틀어막았다 = 한편 백운찬 현 세무사회장은 지난해 회장 선거 공약에서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공익재단 이사장은 세무사회장이 맡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세무사고시회와의 간담회에서 "공익재단 이사장 문제나 감사지적 사항과 관련해 회원들이 어렵게 낸 회비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올해부터는 '공익재단전출금'이 대부분 삭감됐다.
2016 회계연도 세무사회 공익회계 세출예산안에 따르면 이번 회계연도 공익재단 전출금은 5000만원으로 2015 회계연도에 4억5000만원, 2014 회계연도에 3억5000만원인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삭감됐다.
그리고 공익회계 세출예산 중 나머지는 모두 사회공헌활동비 4억6300만원으로 책정됐다.
세무사회의 한 관계자는 "회칙이나 회규는 공익회비를 꼭 전부 공익재단에 전출해야한다고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며 "현재 공익재단 이사장이 세무사회와 관계가 없는 인물이고, 세무사회에서도 그동안 자체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산을 세무사회 사회공헌활동비로 돌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