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부과세액 50% 감액 조정안 제시…기업들 "적극 검토"
해외지급보증수수료와 관련해 이어져왔던 조세소송(법인세)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결론이 아닌, 기업과 국세청 양 측이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여 '접점'을 찾는 방식으로 종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대상(주)이 동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국세청의 조정안이 제시됐고, 대상측이 조정안을 검토해 받아들이면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조정안을 대상(주)이 받아들이면 조정안에 제시된 (감액된)세액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대상에 대한 국세청 조정안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의 과세연도 분은 과세를 취소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과세분도 절반 수준으로 낮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과 국세청측이 합의를 이끌어 내면 현재 행정법원 4개 재판부, 고등법원 2개 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유사 소송 또한 조정과정을 거쳐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이미 조정을 통해 모든 사건을 종결시키는 방침을 확정지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측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의 관계자는 이날 법정에서 "법원에서 국세청이 제시한 조정안으로 조정권고를 해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대상 외에 오씨아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한화케미칼 등 관련 소송 역시 조정을 통한 종결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추후지정'하는 방식으로 심리를 마쳤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정안은 과세 당시 기준이 됐던 정상모형을 토대로 마련됐으며, 기업들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현재 부과된 세액의 50% 전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들과 국세청이 맞붙은 해외지급보증수수료에 대한 과세전쟁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세청은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주고 받은 댓가가 너무 낮다며 거액의 예산을 투입, '정상가격모형'을 만들어 2년 뒤인 2012년 3월 이를 토대로 대대적인 과세권 행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5년의 부과제척기간까지 적용, 2006년 귀속분에까지도 세금을 부과하면서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세금을 부과받은 다수의 기업들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 결국 대규모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이후 행정소송에서는 심판원과 달리 기업측의 승소 판결이 내려지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지난해 10월21일 서울행정법원은 기아자동차와 LG전자 등 10개 기업이 제기한 해외지급보증수수료 관련 취소소송에서 국세청이 과세 근거로 삼은 '정상가격모형'이 "국제조세법에 따른 합리적인 정상가격 산출방법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과세 취소 판결했다.
올해 1월15일 있었던 서울행정법원 선고 역시 기업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세청은 정상가격모형을 대체한 새로운 과세근거로 '무디스 모형'을 제시해 2012년 이후 과세연도분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