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경제정책,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성이 높은 조세정책의 향방을 가르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법인세율 정책 방향을 놓고 치열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제20대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여야의원(총 26명-새누리 12명, 더민주 11명, 국민의당 3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한 찬반 설문조사(비실명)를 진행했다.
설문에 응답하지 않은 9명의 기재위원을 제외한 17명의 기재위원 중 11명이 법인세율 인상에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표를 던진 기재위원 11명 중 9명은 법인세율 인상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야당(더민주+국민의당) 소속 기재위원이었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 불가론이 당론인 여당 소속 기재위원 2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6명은 모두 여당 소속 기재위원이었다.
법인세율 인상 찬성표를 던진 2명의 여당 소속 기재위원들을 비롯한 이들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법인세율 인상이)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한편 반대표를 행사한 6명의 기재위원들은 "경기 침체를 더욱 악화시키고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 내릴 때 우산을 뺏어서는 안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법인세율 인상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율 정상화'를 모토로 세율 인상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특히 두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반드세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인 (최고세율 기준)25%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이다.
설문에 응하지 않은 9명의 기재위원 중 야당 소속 기재위원이 5명이며 이들이 전원 당론을 따라간다고 전제할 경우 찬성 16명, 반대 10명으로 비율이 형성되어 향후 정기국회 입법논의 과정에서 기재위가 법인세율 인상안을 전격 채택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표를 던진 한 기재위원은 "현재의 세수 증대는 경기부진에 따른 투자 감소와 2012년부터 현재 진행 중인 비과세감면 축소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라며 "이에 명목세율을 이미 3%p 상승시킨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위원은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에 부담이 되어 경제상황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의 법인세 인하 경쟁 추세에 발맞춰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기재위원은 "현재 법인세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법인세를 더 올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특히 선진국의 경우 법인세를 인하해 외국의 자금을 자국내로 유인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수효과는 없고 대기업 배만 불려준 정책"
이미 야권은 고삐가 풀린 상태다. 법인세율 인상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설문에 응답, 법인세율 인상 찬성표를 던진 야권 소속의 한 기재위원은 "감세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그 목적에서 어긋나고 있다"며 "세수증가액 중 상당 부분이 법인세수가 아닌 소득세수로 걷히고 있는데 이는 개인들에게 '삥'을 뜯은 것과 같다"고 원색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찬성파 기재위원은 "(법인세율 인하 정책이은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전제로 한 정책이었지만 정책효과는 없고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보유만 늘어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기재위원은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에 대한 지출규모 증가 및 내수를 늘리기 해서라도 사회복지를 위한 지출이 증대하여야 한다"며 "이를 위한 예산을 간접세 등으로 서민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찬성표를 던진 여당 소속 기재위원은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절충안'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즉각적인 법인세 정상화에는 반대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 한시적으로 기업부담을 늘리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재위원은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낙수효과'가 없지 않느냐"며 "국민들이 살기가 어려운데 기업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이제 법인세를 되돌려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