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잘못된 판단이 화를 부른다. 중소기업의 사장은 한번 정한 사항이라도 환경에 변화가 있으면 즉각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지방에서 슈퍼마켓을 여러 곳 운영하는 H사장은 은행으로부터 새로운 점포를 개점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3년 넘게 면밀히 시장 조사를 하면서 계획을 다듬어나갔다. 지방 은행 두 곳에서 융자를 해주기로 함에 따라 자금까지 충분히 확보한 그는 사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개점 계획을 자랑하고 다녔다.
그런데 막상 점포를 착공하려는 시점이 되자 근처에 대형 마트가 들어설 계획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그래도 H사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녔던 체면도 있고, 은행에서 고액 융자를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개점을 강행했다.
개점 후 1년 정도는 매출과 수익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추세였으나 대형 마트가 문을 열자마자 매출이 급감했다. 그 후 H사장의 회사는 경영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예전부터 강하게 신규 개점을 권유했던 은행도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어 상환을 독촉했다.
사실 많은 경영자가 H사장처럼 체면을 신경 쓴 나머지 중대한 환경 변화를 쉽게 무시해버린다.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원인 중 하나가 과잉 투자인데 H사장과 같은 사례가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나중에 냉정히 돌아보면 누가 봐도 무리한 계획인데 당시에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꾸준히 돈을 벌어들이는 사장은 한번 말한 것이라도 상황에 따라 180도 바꾼다. 서울에서 잡화 도매업을 운영하는 I사장은 사원들에게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고친다는 뜻)'를 신조로 삼고 있다고 공언했다.
I사장은 지역의 경영자들과 술을 마시러 가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술집에 드나들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다른 사장들과 술자리를 갖는 것은 단순히 즐기는 것뿐 아니라 자사의 경영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도매업처럼 기업을 상대로 하는 사업은 거래처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므로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
2개월 뒤 예측대로 C사의 고문 변호사에게서 C사가 도산했다는 내용의 문서가 날아들었다. I사장의 회사에도 손실이 있었지만 거래액을 제한한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만약 그대로 거래량을 확대했다면 그의 회사도 연쇄 도산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
H사장과 I사장의 사례는 꽤 극단적인 내용이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는 환경 변화의 움직임을 읽어낸 뒤 한번 정한 일이라도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다. 환경 변화를 헤아릴 수 있다면 I사장처럼 리스크를 피하거나 반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다.
사장은 시장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항상 안테나를 높이 세워둘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I사장처럼 다른 경영자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 꽤 효과적이다. 그 외에 신문 잡지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주간지에 등장하는 떠도는 소문이라도 소비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지나치게 말을 바꾸는 행동은 사원에게 당혹감을 안겨줄 수 있다. 오늘 아침 받은 지시가 갑자기 확 변한다면 변덕쟁이 사장으로 인식되어 신뢰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뢰감을 잃지 않으려면 말을 바꾸게 된 사태의 배경과 이유를 사원에게 확실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설명할 시간도 없이 촉박한 상황이라면 일단 강한 명령으로 방침을 바꾸고 나중에 차근차근 설명하여 이해할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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