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와 초고소득자의 소득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온 기획재정위 더민주 간사, 변재일 정책위의장, 최운열 정책위 부의장.
야권을 중심으로 '증세'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부담 구조로는 저부담·저복지의 틀을 벗어나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돈을 더 풀어 경제를 살리는 재정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재원 마련에 기틀이 되는 조세부담률이 높아져야 하나, 최근 발표된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중강기적 재정전망과도 맞지 않는 땜질식 세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조세부담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비롯해, 고소득 법인·개인의 세부담을 늘리는 초대형 '부자 증세안'이 추진된다. 급여가 5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에 한해 40%의 세율을 적용시키거나, 순이익 500억 초과 법인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변재일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최운열 정책위 부의장, 기획재정위 더민주 간사인 박광온 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체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부자들에게 세금 더 걷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현 22%에서 25%로 올린다. 이 같은 조치로 연간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태다.
더민주는 "담세능력이 있는 고소득 법인에 대한 과세 정상화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5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서는 최저한세율을 2%p 인상한 19%가 적용되도록 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현재 과표구간 1000억원~5000억원 초과 구간의 실효세율이 18.4%인데 반해, 과표 5000억원 초과 구간의 실효세율은 16.4%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환류소득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투자의 범위에서 임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50%를 가중치를 주고 배당부분은 제외하도록 했다.
더민주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당초 목적은 임금·투자·배당증가를 통해 가계소득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이었으나 당초 목적과 달리 외국인 또는 대주주 배당으로 귀결되는 효과만 양상했다"며 "기업환류세제 종료까지 임금인상분에 대한 가중치를 확대하고, 배당부분에 대해서는 제외해 과세효과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소득자도 세금을 더 걷기로 했다.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41%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약 7300명(2014년 기준, 과표금액 7조1000억원)의 근로자가 이 세율을 적용받으며, 종합소득 기준으로는 약 1만8000명(과표금액 22조원)에 대해 적용될 전망이다.
또 과표 1억5000만원 이상 소득자에 한해 과표기준으로 7% 넘는 세액공제·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대주주의 상장·비장상주식의 양도차익 세율을 20%에서 25%로 올리는 한편 1000만원~2000만원 이하 금융·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분리과세)도 현 14%에서 3%p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과세는 공평하게…세금은 한 푼이라도 내야
과세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소액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 칼날을 들이댄다.
앞서 2014년 정부와 여·야 간 합의에 따라 2주택 이상 2000만원 이상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14%의 분리세율(기초공제 400만원, 필요경비율 60% 적용)로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주택 임대소득제도에 대해서 재차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민주당은 "당초 합의로 시행하기로 한 지하경제의 상당분인 주택 임대소득 과세제도 유예는 제도도입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며 "원칙대로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이 있어도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겠다는 복안도 천명했다.
더민주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과세미달자는 전체 근로소득자 1669만명 가운데 802만명으로, 약 48.1%에 달한다. 2013년 귀속소득 기준으로 약 15.7%p 늘어난 규모다. 더민주는 "면세점 이하 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세액공제 조정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부와 협의하에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대형마트, 백화점을 비롯해 유흥주점업종 일부에 대해 신용카드 회사가 부가가치세를 대리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더민주는 "사업자로 하여금 거래징수 방식을 통한 체계를 매입자 납부, 대리납부제도로 전환해서 체납비율, 미정리 체납액 비율을 낮출 경우 연간 최대 7조1000억원까지 추가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상속·증여신고세액 공제한도를 축소하기로 했으며,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요건을 '매출액 3000억원'에서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10세~50세까지 각 연령별로 증여 차등과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증여세를 강화하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여세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벌 대기업의 편법적 지배력 남용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폐지하도록 했다. 더민주당은 "성실공익법인이 재벌의 편법적인 상속·증여 및 계열회사 지배 강화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며 "이를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은 덜어준다
더민주는 중산서민층에게 주어지는 세제혜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더민주는 대학등록금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거나 일정부분 환급을 해주는 제도를 신설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8년부터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회균등장려세제'(OTC)를 도입해 계층간 교육기회 격차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교육비 특별공제(연간 최대 900만원, 15%)제도를 최대 200만원 한도내에 환급이 가능한 제도로 전환해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에 뒤이은 기회균등장려금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근로장려금 제도에 대한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억4000만원에 묶여 있는 자산요건을 2억원까지 늘리고 근로장려금 수급기준 매출을 상향하자는 것이 골자. 여기에 더해 근로장려금 또한 전체적으로 10% 상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세한 자영업자의 부가세 납부의무 면제한도를 현행 24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더민주의 세법개정안에 실렸다.
또 성과유공제를 도입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인상 증가분에 대해 하청은 1%, 재하청은 3%의 법인세 세액공제를 해주자는 것이 성과공유제의 주요 내용이다.
이 밖에도 더민주는 월세세액공제 대상을 총급여 7000만원에서 총급여 8000만원으로 확대하고 공제율 또한 15%로 확대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현행 10%인 월세세액 공제율을 12%로 상향하는 내용이 정부 세법개정안에 담기긴 했지만 부족하다는 것이 더민주의 입장이다.
또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면(근속연구 1년~3년)도 현행 50%에서 최대 70%로 확대하고 최저임근을 준수하는 소기업에 대해 사회보험료의 절반을 공제해주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아울러 더민주는 여성의 육아 지원을 위해 3개월 육아휴직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면제하고 3개월을 넘겨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한 기업은 법인세 및 소득세의 30%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