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적자 불구 대주주에 배당과 자금 지원 사연은?
매출감소와 시장점유율 하락, 2년 연속 대규모 적자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홈플러스가 대주주에게 올해 들어서만 1천억원에 가까운 배당금과 1300억원을 대여하며 자금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유통업계의 경쟁 심화로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경영실적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있는 상태에서 대주주인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자금줄 역할을 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이에 필요한 자금을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장을 매각해 조달할 계획이라는 점을 들며 대형마트업계에서 경쟁력 저하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버지 회사에 2799억, 할아버지 회사까지 50억 유출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와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영국 테스코에서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이후 최근까지 홈플러스가 대주주 및 관계사에게 배당과 자금 대여 명목으로 총 2849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자금 지원 규모는 홈플러스가 영업활동 등을 통해 자체 창출하고 있는 최근의 현금흐름과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불과 2달 사이에 1800억원의 자금 대여와 지난 5월 2015 회계연도 결산 주총이후 배당금 999억원 등 총 2799억원의 자금이 홈플러스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대주주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최대주주인 홈플러스홀딩스에게도 약 50억원을 연이율 4.12%에 대여해줬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아버지 회사 격인 홈플러스스토어즈에게 2799억원, 또 할아버지 격인 홈플러스홀딩스에게 50억원 등 총 2849억원을 지원해줬다. 홈플러스가 이들 회사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1493억원의 영업적자와 2년 연속해 총 5983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자기 몸도 추스르기에 버거운 홈플러스가 999억원의 배당과 1850억원이라는 거액을 특수 관계인들에게 지급해준 것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 특수관계인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매출과 시장점유율 감소에다 2년 연속 큰 폭의 적자를 시현한 홈플러스에게 까지 손을 벌렸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통상 유통업계는 입학/졸업시즌, 크리스마스, 추석/설 명절 같은 빅 시즌에 일시적으로 자금소요가 많아지게 된다"며 "이같은 특수 시즌을 맞아 일시적(1주일 정도)으로 홈플러스스토어즈에게 모두 1800억원의 자금을 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의 경우 직원 격려금, 상시 할인 행사, 메르스 사태 등이 합쳐져 일시적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러한 예외적 비용이 없으므로 충분한 EBITDA창출이 가능하다"며 "충분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춰 배당금 지급이나 자금 대여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은 지난해 뿐아니라, 직전년도인 2014년에도 299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바 있어 홈플러스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자금대여도 특수 시즌 자금수요에 대비한 일시적(1주일)인 지원이라는 것도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지난 2월말 재무상태표에 1800억원이 그대로 계상돼 있어 납득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은 홈플러스가 이들에게 대여해준 이자율 연 4.12%가 현행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수관계인간 자금거래의 인정이자율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인정이자율보다 저리로 부당 지원해준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최초 관계사 대여금 지급 시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4.12%로 예상해 계약을 체결했고, 사업연도 종료 후 세무조정을 통해 재계산된 가중평균차입이자율 4.33%로 수정해 적용했다”며 “차이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가지급금인정이자 익금산입항목에 포함해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오류를 확인하고 수정 신고한 것은 다행이지만, 추후 세무당국의 꼼꼼한 검증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영업창출 현금 해마다 줄어 재무건전성 악화
그렇다면 홈플러스의 현금 사정은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2011년 이후 5년간 홈플러스의 현금흐름표를 분석해보면 자금사정이 그리 녹녹치 않게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5년치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규모가 매년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4, 2015 회계년도 합산 약 5893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영업활동을 통한 창출 현금이 급감한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통상 기업들은 영업활동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근간으로, 점포개설 등을 위한 부동산·시설·장치·유가증권 등을 구입하거나 처분하는 투자 활동, 외부 차입·상환, 증자 등의 재무활동을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하거나 사용하게 된다.
이중 가장 바람직한 현금 창출 요소인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추이를 보면 지난 2011년 8008억원에서 2012년 3800억원, 2013년 4937억원, 2014년 2403억원으로 매년 줄더니 급기야 지난해는 그 규모가 936억원으로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회사 운영상 필요 자금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부족한 자금은 보유자산 매각이나 외부 차입, 증자 등 투자 및 재무활동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서 충당하게 된다.
본업인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 규모가 매년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현금 주머니가 과거에 비해 얄팍해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재무 전문가들의 견해다.
편의상 지난해 현금흐름만 분석해보면 홈플러스는 영업활동을 통해 936.6억원과 투자활동을 통해서는,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지분을 4370억원에 홈플러스홀딩스에게 매각한 것을 포함 총 4710억원을 조달했고, 관계사 대여금 1850억원과 공·기구 구입 813억원, 점포건축비 655억원 등 3351억원을 지출하고 남은 1359.7억원을 합쳐 총 2296.3억원을 비축했다.
아울러 차입금과 사채를 빌리고 상환하는 재무활동을 통해 2086.7억원을 사용했다. 이를 정리해보면 영업과 투자활동을 통해 조달한 2296.3억원을 가지고, 재무활동으로 2086.7억원을 사용하고 남은 209.6억원을 사내 유보하는 현금흐름을 보였다.
결국 홈플러스는 지난해 회사 경영을 통해 209.6억원의 현금을 주머니에 남긴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 5월 말 결산 주주총회 이후, 대주주인 홈플러스스토어즈에게 999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함으로써 넉넉지 못한 자금사정에 압박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년만에 6천억대 자금조달 위해 매장 5개 추가 매각 나서
이는 결국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세일 앤 리스백'(SLB) 방식의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4일 유경 PSG 자산운용과 '가좌점·김포점·김해점·동대문점·북수원점' 등 매장 5곳을 판 뒤 다시 임차 해 쓰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통해 6천억원대의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이번 자금조달 계획을 밝힌 이후, 업계와 일부 매체를 통해 홈플러스의 일부 사업부나 관계사에 대한 재매각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SLB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업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경영활동 중 하나”라며 “이번 SLB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투자를 포함한 자금 수요에 따라 집행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매각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사실 홈플러스에게 SLB 방식의 자금 조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재개한 점은 그만큼 자금 사정이 녹녹치 않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012년 8월 서울 영등포점, 금천점, 경기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 4곳을 6천66억원에, 또 2013년 12월 경기 부천 상동점과 수원 영통점, 인천 작전점, 대구 칠곡점 등 4개 점포를 6천225억원에 팔고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8개 점포와 1개의 물류센터(안성)를 팔아 총 1조 3천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SLB 방식의 자금조달은 알짜 점포를 매각함으로써 회사의 자산가치 감소는 물론 임차료 등의 신규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유사시 필요 자금을 급히 조달하려 할 때 재무적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감소와 시장점유율 하락, 2년 연속 대규모 적자 등 '3중고'에다 영업활동 창출 현금 규모까지 급감하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 홈플러스가 알짜 점포를 매각하면서까지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는 대주주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어떤 회사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