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 도중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 이공현 대표변호사.
서글서글한 눈매와 친근한 전라도 억양.
"판사로서 법리의 엄격한 칼을 다루던 때와는 달리 민간 로펌에서 일해보니 의뢰인들과 직접 부딪히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이공현 대표변호사가 민간 영역에 발을 들인지 5년만에 내놓은 소회였다.
조세일보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 수호의 보루인 헌법재판관을 거쳐 이제는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변호사로서 활약하고 있는 이공현 대표를 만나 그의 법치주의, 그리고 조세법률주의에 대한 철학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약력]
▲1949년 ▲전남 구례 ▲광주제일고-서울대 법대-미국 Harvard Law School LL.M.(법학석사), 미국 Harvard Law School Visiting Scholar(Fulbright Fellow) ▲제1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기 수료 ▲서울 민·형사지방법원 판사, 대구고등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울지방법원 민사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사법개혁위원회 부위원장, 베니스위원회 집행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현 한남대학교 학교법인(대전기독학원) 개방이사, 송호대학교 학교법인(송호학원) 이사, 현 헌법재판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Q. 지난 2011년 헌법재판관으로 퇴임해 지평으로 온 지 5년째다. 지평으로 발걸음을 하게 된 계기는?
A. 지평으로 오기 전 40년간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정부미'를 먹으며 국가를 위해 일해왔다.
재직 시에는 심판자로서 재판을 하면서 알 수 있는 영역과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실과는 차이가 있으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었다.
왜냐하면 증거자료나 증인신문 등 일정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재판과 직접 당사자를 만나고 사안의 실체를 직접 파악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체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직에 있는 동안에도 공직보다 역동적인 민간영역의 변호사 직역에서 내가 하고 싶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일까 계속해서 생각해 왔었다.
그러던 중 사법연수원 제자 등 후배들이 이끌고 있던 지평이 눈에 들어왔다. 지평은 지난 2000년에 젊은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로펌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끌렸다. 그래서 여기서는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 것이다.
변호사로서 교도소에 가기도 하면서 직접 의뢰인을 만나 전후 사정을 들어 보고, 현장에 가서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일을 하면서 이제야 완전한 법조인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지평에 와서 해외지사의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서 전혀 새로운 영역을 알아가게 되어 보람도 느끼고 있다.
Q. 지난 5년간 지평에서 해온 일은 무엇인가?
A. 지난 5년간 지평의 대표를 역임하면서 지평을 알리는 대외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아무래도 내가 헌법재판관을 지냈기 때문에 헌법소송과 행정법 등 공법분야를 주로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지평의 헌법소송팀 후배들과 지금까지 60회가 넘는 세미나를 열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으며, 임대차존속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한 민법 제651조에 대한 위헌결정, 법원조직법부칙, 새마을금고법, 공직선거법 등에 대한 위헌결정을 받아냈다.
헌법적 쟁점은 공법뿐만 아니라 세법, 재산권, 의료, 경제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 많은 변호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야다.
◆…이공현 대표는 "국가는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다"며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경제활동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과세요건이 명확히 정해져야 할 뿐 아니라 조세법의 목적과 내용이 평등권 등 기본권 보장의 원칙, 특히 조세평등주의에 입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세법과 관련돼서는 어떤 일들을 해왔나?
A. 조세분야에서도 헌법적 쟁점이 많기 때문에 현재도 몇 가지 사건에 참여 중이다. 그동안은 적자기업의 채무면제 관련된 소송에서 지평이 위헌주장을 한 끝에 1심 에서 받아들여지기도 했었다. 지금은 지방세법 취득세 부분,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관련한 헌법 소송 등이 계류 중에 있다.
우리 헌법에는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형사절차에 관해 상세한 규정이 있다. 그 다음으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국가는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경제활동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과세요건이 명확히 정해져야 할 뿐 아니라 조세법의 목적과 내용이 평등권 등 기본권 보장의 원칙, 특히 조세평등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세법의 해석에 있다.
국가가 세금을 부과하려면 먼저 세법에서 명확히 법률로써 과세요건을 정하라는 것이 조세법률주의다. 따라서 조세법의 해석에서도 원칙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된다.
결국 세금부과의 타당성이나 형평성을 근거로 조세법의 해석이 이루어지거나, 과세요건이나 징수절차에 관한 사항이 조세법에 근거도 없이 때로는 포괄적으로 명령이나 규칙에 규정된 경우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조세소송 중에서도 헌법 등 법리적인 측면에 강점을 갖고 있고,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지평은 해외 사업부가 많은 만큼 조세분야 중 국제조세에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어떤 방식으로 투자구조를 수립해야 절세가 되는지를 설계하는 투자구조 수립업무가 많은 편이다.
최적 투자구조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조세문제, 피투자국가의 조세문제 그리고 중간지주회사인 홍콩, 싱가포르 케이만 등에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의 조세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평이 이런 투자구조 수립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중국, 러시아, 이란, 동남아시아 등에 해외지사와 현지법인을 두고 있어 현지 세법과 과세실무를 다른 로펌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적은 비용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가장 많은 지사와 현지법인을 보유한 만큼 어느 법인보다 빠르고 정확한 국제조세 관련 자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이런 해외 비즈니스의 강점을 국제상속세 자문분야에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도 많고, 상속세 부담률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도 많기 때문에 국제상속세 문제 역시 중요한 분야다. 지평은 아시아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해 국경 없는 상속자문을 수행할 예정이다.
Q. 지평에서 입법지원팀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A. 입법지원은 법률을 단지 해석하고 적용하는 기존의 법률서비스를 뛰어넘어 법률의 제정과 개정, 즉 입법 자체를 지원하는 업무다.
지평은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통일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단체들의 입법지원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헌법소송팀에서 헌법적 관심을 갖고 법률을 검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법과정에서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러던 중 국회에서 10년간 입법업무를 다뤘던 전문변호사를 영입하게 되며 입법지원업무를 실무 차원에서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법률의 제정과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부 기관과 협력해 정부안 작성과 국회 발의 및 심사단계에서 지원하는 업무가 있다.
그리고 법률의 제정과 개정을 필요로 하는 민간단체를 위해 그러한 법률의 제정과 개정 과정 전반에 대한 지원과 컨설팅이 있다. 특히 문제가 있는 법률안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경우 사회적 파장이나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할 수 있다.
하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