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상속증여세 최고세율), 10.75%(납부불성실 가산세율-年 기준).
비정상에 가까운 높은 세율로 납세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속증여세와 가산세를 둘러싼 경제 현장 안팎의 평가는 '당장 개선이 필요하다', 로 요약되고 있다.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도 어느 정도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에는 이 부분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결정이 배제되어 있었다. 핵심은 비껴간 채 껍데기의 일부만 손보는 수준의 방책만 나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가산세 부분과 관련해 주식변동상황명세서 제출불성실 가산세 등 본세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일부 가산세율만 조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상속세의 경우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 등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만 손질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상속세율 조정 등 핵심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 부분들도 재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개선 요구가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개정이라는 입장.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감한 결단 못 내리는 정부, 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의 2배 수준인 최고세율 50%(누진체계 1억원 이하 10%, 1억원~5억원 20%, 5억원~10억원 30%, 10억원~30억원 40%, 30억원 초과 50%)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상속세율에 대한 개선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줄기차게 흘러나왔던 부분이다.
세율 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수준(?)의 공제감면(최대 10억원)으로 편법의 유혹을 유발하는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정부도 수 년 전 스스로 작성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통해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개편을 개선과제에 포함시켜 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후에도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은 채 이 문제를 외면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부담감을 정부가 떨쳐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금수저, 흙수저 등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이미 계급이 결정된다는 최근 여론의 분위기상 상속세를 건드린다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또한 지난해 담뱃세 인상에 따른 파동 등 국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세율 변동에 대해 정부가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율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로 분류되고 있다. 정치권의 역할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공격적 태도로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리고 우직하게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도 상속세 최고세율을 38% 수준(소득세 최고세율)으로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조세전문가들도 세율 인하를 넘어 이중과세 소지가 있는 상속세 체계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보다 진일보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4월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주최한 조세정책大토론회에 참석 "상속세 과세대상인 유산은 생전 상속인의 소득이나 저축, 투자 등에 대해 소득세가 이미 납부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중과세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제는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제한 뒤 "단기적으로는 상속세 과세구조를 '유산취득세'로 전환, 증여세 과세구조와 일치시키거나 상속세 계산구조를 단순화하는 등 법개정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지난해 12월 '합리적인 상속세제 개편방향' 보고서를 통해 상속세의 자본이득세 전환을 제안했다.
한경연은 구체적으로 ▲상속세율을 소득세율과 일치시키고 증여합산 연도를 고려해 공제한도를 현행 대비 2배 인상하는 안 ▲최고세율을 30%로 소득세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하고 공제한도를 현행대비 1.7배 인상하는 안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알맹이 쏙 빠진 '가산세' 개정
가산세 개정에 대한 요구는 비교적 '신상'에 가까운 주장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측면이 크다. 현재 11%에 육박하는 납부불성실 가산세율을 저금리 시대에 맞게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납부불성실 가산세는 쏙 빼놓은 채 주식변동상황명세서 등 일부 제출불성실 가산세만 조정했다. '우는 아이 달래기 수준'이라는 지적 나오는 이유다.
세금을 과소납부 했을 때 부과되는 납부불성실 가산세의 세율은 14년 동안 '요지부동' 상태인데 반해 과다납부한 세금을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국세환급가산금의 이자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둘 사이의 격차는 2003년 2.5배에서 올해 6.1배까지 벌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6월 납부불성실가산세율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부정행위 유무에 따라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을 이원화하고 단순착오나 오류 등 부정행위가 없는 경우 저금리를 반영해 달라는 것이 건의문 요지.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지난해 '가산세 제도 개선 건의' 보고서를 통해 저금리 시대를 맞아 현행의 높은 가산세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며 중소기업중앙회도 납부불성실 가산세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조세일보 주최로 열린 '가산세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박윤준 선진회계법인 고문(前 국세청 차장)은 "현행 가산세 체계는 납세자가 무신고, 과소신고를 했을 경우 본인 스스로 시 정할 유인책이 미약하다"며 자발적 기한 후 신고에 대한 가산세 배제 등 개선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안팎에서는 '세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소폭의 세율인하에도 큰 세수감소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않는 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결단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숨 쉬는 재계 "아쉽지만 언젠간 개선되겠죠?"
재계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가산세율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실리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가산세율과 환급가산금 이자율이 6배까지 벌어진 시점에서 모든 경제단체가 한 목소리로 납부불성실 가산세 인하를 정부에 요구 해왔는데 이번에도 개정안에도 이 부분이 포함되지 않아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도 "징벌적 성격이긴 하지만 과소납부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회계상 기준을 세법상 기준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무조건 고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전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개정안에 비록 납부불성실 가산세와 관련한 내용은 빠졌지만 납세협력과 관련한 가산세가 인하된 것은 고무적이며 차츰 납부불성실 가산세도 손질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이번에 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 인하됐으면 좋았지만 정부가 가산세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며 "점차적으로 이 부분(납부불성실 가산세)에 대한 개정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편 상속세는 정부 입장에서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지만 장기적으론 세율 인하 등 근본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속세 개정과 관련해 "'수저계급론' 등 상속에 대한 여론 악화 때문에 최근 분위기로는 개정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론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하지만 일단 너무 높은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팀장 역시 "상속세의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은 중장기적으로 합리적인 면이 있고 계속 기업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대한상의에서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