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 의장 인신공격성 발언까지…野 "야당 연습하나"
제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개회사에 반발하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해 정국이 급작스럽게 얼어붙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날(1일) 정 의장이 개회사에서 사드 배치를 비판하고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와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수사기관 신설 등을 주장하자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며 강력 반발, 본회의 등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특히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예정이던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 된 것은 물론, 앞서 열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 채택 역시 불투명해졌다.
또한 여당의 이례적인 보이콧으로 예정된 국감일정 역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2일에도 정 의장의 개회사를 "궤변"이라고 비난하고 나아가 정 의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이 국익을 해치는 망언 한 것 아닌가. 사드배치 반대가 국민의 뜻인가. 그런 궤변을 더 이상 늘어놓지 마시라"며 "국회의장으로서 대한민국 국가 안보와 국익을 근본부터 훼손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향해 "이분이 사리분별이 있으신 분인지 '여소야대'에 처한 여당을 정략적으로 농락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소속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당시 야당 대표였던 정 의장이 중립을 지키라고 한 말을 상기시켰다.
이어 "여소야대가 되었다고 그야말로 우리를 길들이려는 것처럼, 정 의장이 어제 했던 것은 명백한 의회주의 파괴, 민생추경 파괴"라며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또 추경안 처리 무산과 관련, 집권여당의 무책임이라는 지적에 대해 "마치 우리가 시급한 민생추경안을 발목 잡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추경안을 처리하고 싶으면 빨리 본회의장으로 들어와라.'고 하는 건 우릴 조롱하는 거다. 협치 정신을 비웃는 것"이라며 "(그래서)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기라고 했는데 못 넘기겠다는 거다.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정치적 편파성을 드러낸 정 의장의 사회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반발했다.
또 그는 앞서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정 의장의 연설을 "계산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 의장이 차기 대선 의지가 있어서 '모종의 의도'로 개회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염동열 의원(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은 정 의장의 이름에 있는 '균'자를 빗대 인신공격성 막말을 퍼붓기도 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문화체윤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염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정 의장을 향해 "악성균이고 테러균이고 이 사회의 암 같은 바이러스균"이라고 말했다.
염 의원은 "저희가 의장을 뽑을 떄는 좋은 발효균이 되라고 뽑았다. 그런데 악성균, 테러균, 그 테러균은 이제 추경파행균으로. 민생파괴균으로. 이제 지카 (바이러스)보다 메르스보다 더 크게 국민 아픔 지속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거듭 막말을 쏟아냈다.
이어 "그래서 규정한다. 정 의장은 악성균이고 테러균이고 이 사회의 암같은 바이러스 균이다. 당장 사퇴하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야당은 새누리당의 개회사 반발과 보이콧, 정 의장 집무실로 집단적으로 몰려가 항의한 것 등에 대해 "무모함과 무책임성"을 비판하며 "야당 연습하나"라고 비꼬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관에서 열린 최고의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을 향해 "우병우(청와대 민정수석) '우'자에 경기를 하면서 정기국회 첫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린 새누리당의 무모함과 무책임성을 꾸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우병우를 지키기 위해 국회를 뛰쳐나가고 우병우를 사수하기 위해 민생을 종잇장처럼 버렸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는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워낙 급박하니 조건부로 동의해주면서 민생과 복지, 아이들 미래를 담보해야 하는 누리과정 비용 우회지원까지 담아냈고, 새벽에 타결이 된 것인데 새누리당은 국회를 박차고 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조속히 국회로 복귀해 민생을 챙겨야 한다"며 "더민주는 광주정신을 살려 민생과 복지, 민주주의 인권이 활짝 만개하는 그날까지 뛰고 또 뛰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이날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새누리당을 향해 "여당이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트집 잡아서 사상 초유로 여당이 퇴장하고 고함지르고 특히 의장에게 사퇴권고와 윤리위원회 회부, 사과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가관은 야심한 시간에 의장실에 항의 방문한 의원들 일부가 음주 상태에서 고성을 질러 대단히 여당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역시 야당 연습하나 보나 느꼈다"고 힐난했다.
박 위원장은 추경안 처리와 관련해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오늘 아침까지도 정 의장 및 양당 대표들과 전화통화로 협의했다"면서 "어떤 경우에서도 오늘은 국회가 정상화되고,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대통령이나 총리의 시정연설 등 많은 연설을 듣지만 그 내용이 새누리당의 주장과 유사할 때도 존중해 경청을 했다"면서 "정 의장의 개회사는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아주 좋은 내용으로, 국회는 국민을 대표·대신해 행정부를 견제한다"고 정 의장의 개회사를 옹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