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
외부감사 자유수임제 실패가 우리나라 회계투명성 세계 경쟁력을 최하위로 내몬 결정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난 8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6 한국공인회계사회 기자 회계세미나'에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최근 '2016년 국제 경쟁력 평가'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정도를 조사국 61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점 찍었다"며 "이는 우리가 상정하고 도입한 '외부감사 자유수임제'가 제대로 작동 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외부감사 자유수임제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1980년대 초 처음 도입됐다.
최중경 회장은 회계투명성을 높여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회계는 거시경제 통계의 기초가 되는 것은 물론 금융자원 배분의 왜곡을 방지하고 산업구조조정의 정확한 타이밍을 포착하는 데 쓰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다시금 높이기 위해서라도 회계투명성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IMF 구제금융 시절 이후 급격히 떨어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회계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거시경제 통계의 기초가 무너져 금융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그로 인해 내실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며 "왜곡으로 인해 오히려 회계분식을 일삼는 기업들로 금융자원이 분배돼 경제불균형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적절한 산업 구조조정의 타이밍도 놓치게 된다"며 "제대로 갖춰진 회계정보가 나와 있었다면 이미 수년전에 구조조정이 이뤄져 우리나라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외부감사 자유수임제가 실패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 "이해상충 방지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같이 기업지배구조가 고차원적으로 분화되고 전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감사 자유수임제를 무작정 들여온 게 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외부감사의 당사자는 기업과 회계법인 두 주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부감사로 인해 산출되는 감사보고서는 주주, 채권자, 소비자, 정부 등도 들여다보는 공공재적인 성격도 갖는다.
이해상충 방지의 실패는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외부감사 자유수임의 계약은 기업과 회계법인 사이에서만 이뤄지고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는데다 주주, 채권자, 소비자, 정부 등의 중요성은 배제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기업이 외부감사에 쓰이는 비용을 투자가 아닌 그저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것도 이해상충 방지 실패에 한몫한다고 보았다.
이로 인해 기업은 외부감사 비용을 자꾸 깎으려만 하는 것이고 회계법인은 자유수임제를 통해 영업을 따내고자 저가수주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저가수주가 이뤄지면 회계품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 회장은 "외부감사 자유수임제를 정상화하려면 우선 이해상충 방지 설계부터 다시 짜야 한다"며 "그때까지 필요하다면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개입해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외부감사 자유수임제로 회계법인들이 기업으로부터 일거리를 따내고자 과당경쟁과 저가수주가 만연해지자, 피감사인인 기업과 감사인인 회계법인 사이에 유착관계가 심화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