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장기조세정책 방향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증세론의 가장 중요한 논거가 되는 '조세부담률' 적정 수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증세론자들은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낮은 편에 속한다는 이유에서 현 수준의 조세부담률을 상향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OECD 회원국이 감세 정책을 지양하거나 증세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정치권에서는 조세부담률을 1%로 올렸을 때 약 15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복지증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조세부담률 조정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와 관련해 "조세부담률 수준은 각국이 처한 경제·사회여건에 따라 결정되므로 적정여부를 판단하는 일률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다"며 "조세부담률 조정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담 : 김진영 조세일보 정책팀장
정리 및 사진 : 강상엽, 김용진 기자
Q. 중장기 전망에서 조세부담률이 현재(올해 기준 18.9%)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 봤는데, 조세부담률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는지.
A. 조세부담률 수준은 각국이 처한 경제·사회여건에 따라 결정되므로 적정여부를 판단하는 일률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국이 처한 여건, 조세부담률 증가속도, 복지 확대 등에 따른 재정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정도와 연금제도의 성숙도가 낮아 고령화 관련 연금 보험지출 수준이 낮으므로 현행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고령화의 진전과 연금제도 성숙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만 하더라도 2040년경 복지지출은 OECD 평균에 도달한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는 연금·보험 지출 재원은 원칙적으로 연금 보험개혁을 통해 충당하고, 일반 복지지출 확대를 위한 재원은 세출 구조조정 및 세입확충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세·국민부담률 조정 문제는 향후 사회보장기여금, 조세부담률 추세 등을 감안해 적정 복지수준과 부담방법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Q. OECD는 우리나라 조세정책에 대해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확대하고, 근로소득세는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권고를 하고 있다. 증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A. 최근 경제상황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세율인상을 통한 증세를 추진하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며,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소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다. 무엇보다 경제활성화를 통해 세수가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 그간 세부담을 하지 않아 온 비과세·감면의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유사 중복사업 정비 등 세출구조조정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확대를 위해 불가피하게 증세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정 복지수준과 국민부담 수준에 대한 국회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A.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노력의 일환으로 과세 당국 간 정보교환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10일 서명됐던 한국과 미국 과세 당국 간에 상대국 거주자의 계좌번호 및 금융소득 정보 등의 금융정보를 매년 자동 교환하는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이 발효(9월 8일)됐다. 현재 미국 측과 정보교환 시기를 협의 중에 있는데, 가급적 올해 안으로 첫 정보교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2017년부터는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에 가입한 국가들 간 금융정보 자동교환이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부터 53개국과 첫 자동 정보교환을 시행하고, 2018년부터 참여할 31개국과는 2018년부터 자동 정보교환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 우리나라는 현재 4개국(쿡아일랜드, 마셜제도, 바하마, 버뮤다)과 양자간 조세정보교환협정을 체결했다. 9월 현재 103개국이 가입(76개국 발효)한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에도 지난 2012년 가입해 상대국 과세당국과 정보교환을 통해 과세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상대국 과세당국과의 정보교환을 통해 역외탈세를 방지하고, 이를 위한 국제공조에도 적극 참여해 나갈 계획이다.
Q. '세법이 자주 바뀐다'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정책의 밑거름이 되는 조세정책은 상시적으로 검토하되, 큰 틀은 2년 주기로 손질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A.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세법개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내외적인 경제상황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세법개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 조세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비점을 보완하고 납세자의 제도개선 요구에 적극 부응해 납세편의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세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역시 매년 세제개편안을 예산안에 포함해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정부는 납세자가 개정 사실을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세법개정 내용에 대한 온·오프라인 홍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
Q. 공익법인의 주식 기부 비과세 상한선인 '5%룰'을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 '착한 기부' 또는 '재벌 증여'라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이 규제에 대해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A. 공익법인의 주식보유한도 조정은 계열회사 지배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선의의 기부를 저해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형량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지난 6월에 있었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 '공익법인 제도 개선방향' 공청회에서도 주식보유한도 조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주식보유한도 상향 조정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 차이가 팽팽했다. 공익법인 문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세법의 차원을 넘어서 공익법인 설립 근거 법률과 상법, 민법 등 공익법인 관련 다수의 법령에 관한 종합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주식보유한도 조정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므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나가되, 우선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 노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공익법인 표준 회계기준을 제정하고,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이 외부회계감사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의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Q. 마지막으로 세법개정 작업에 땀 흘린 직원들, 조세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유례없는 무더위 속에서 휴가도 반납하고 올해 세법개정안 마련에 힘써준 세제실 직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지혜를 모아 국민들이 공감하는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만들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세정책을 펴나가는데 힘써주길 바란다.
정부의 조세정책에 늘 관심을 가져주시는 조세일보 독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도 조세일보를 통해 조세정책 발전을 위한 질책, 조언을 아끼지 말아주길 바란다.
또, 정부의 조세정책을 알릴 수 있도록 지면을 할애해주신 조세일보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정부와 납세자 간 가교 역할을 잘 수행해 주길 부탁드린다.
최영록 세제실장은…
▲1965년
▲대구
▲영신고(대구)-고려대 행정학과-미주리대
▲행정고시 30회
▲국세청 대구세무서, 북대구세무서, 재정경제부 세제실 재산세제과, 법인세제과, 조세정책과, 참여정부국제세미나준비기획단, 경제홍보기획단, 장관실 비서관, 세제실 법인세제과장·소득세제과장·재산세제과장·조세정책과장, OECD정책센터,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재산소비세정책관·조세정책관,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기획재정부 세제실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