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2일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를 위한 종합상황실을 만들고 현판식을 열었다. (오른쪽부터 윤호중 정책위의장, 추미애 당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밤새기는 기본 '시간부족-자료 미제출' 가장 애로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는 26일 시작되는 가운데, 국회의원과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돕는 보좌진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22일 각각 국정감사 종합상황실을 만들고 현판식을 가졌다. 새누리당은 23일 오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제 여야의 본격적인 '국감전쟁'의 막이 오른 것이다.
특히 의정활동의 '꽃'인 국감에서 물밑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보좌진이다. 의원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은 국감 시즌이 되면 밤을 새는 것은 기본, 제 때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김밥과 라면 등으로 때우기 일쑤다.
일이 많은 만큼 스트레스 역시 최고조에 이른다.
다음달 15일까지 20일 동안 치러지는 올해 국감은 무엇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굵직한 핵심 이슈들이 즐비한 상황.
최근 전국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경주 지역 지진 재난부터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비리의혹문제, 한진해운 물류대란, 법인세 정상화, 한일 위안부 합의 논란, 가습기살균제 피해 등 각 상임위 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들이다.
□ "국감은 1년 농사, 보좌진 역량=의원 성과" = 1년 의정활동의 '농사'라고 표현한 새누리당 소속 한 보좌관은 "의정활동의 핵심이 국감"이라며 "특히 지역구 의원의 경우 국감 활동에 따라 지역 여론이 달라지고 의원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에 준비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보좌관은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국회가 감시하는 기능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고 국민들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며 "보좌진들이 얼마나 파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의원들은 그 결과물로 다시 국민들에게 재평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감을 위한 준비는 보통 두 달 전부터 들어간다.
결산과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초 쯤 시작한다.
아무리 늦어도 한 달 전부터 모든 의원실들이 국감 준비에 들어가기에 국감 직전 추석 연휴는 '그림의 떡'이다. 추석 연휴 때 쉬는 '간 큰' 보좌진들은 없다.
◆…국민의당 역시 22일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김성식 정책위의장,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천정배 전 공동대표)
□ 선거보다 바쁜 '국감'…추석 연휴? 한가한 소리 '과로와의 전쟁' = 한 보좌관은 "선거 때보다 힘든 게 국감 때"라며 "적어도 선거 때는 잠은 자지 않느냐. 국감 때는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결혼한 보좌진들은 명절을 맞는 상황이 더 난감하다. 한 보좌관은 "추석에 못 쉰지 오래됐다"며 "양가 다 못 간다. 결혼 초반에는 좀 힘들었는데 지금은 가족들이 이해 해준다"고 털어놓았다.
국감 시즌 때는 밤을 새기 위해 간이용 침대는 거의 모든 의원실마다 비치되어 있다.
하루 종일 수 백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다발 채 읽고 분석하고 혹은 전화통을 붙들고 사는 보좌진들의 유일한 휴식처다. 아예 의원실에 짐을 풀거나 국회 근처 오피스텔을 임대해 기거하는 보좌진들도 있다.
더민주 소속 다른 보좌관은 "국감 때는 밤을 새고 새벽에 집에 가서 씻고 다시 나온다"며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이는 시기"라고 말했다.
□ "정부 자료제출 미흡, 가장 힘들어"…얕은 이슈-겉핥기 한계 = 국감 준비를 하는 보좌진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뭘까. 시간부족과 피감기관의 미흡한 자료제출이다.
정의당 소속 한 보좌관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솔직히 산하기관이 너무 많다. 그동안 정책과제로 챙기던 것들은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산하기관 의제들은 그 기관 업무파악부터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정책 중심으로 깊게 들어가고 싶어도 매번 국회 일정이 많아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그럼 결국 정책을 깊숙이 보기보다 단타 중심으로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라당 한 비서관은 "국감은 시간과 체력 싸움"이라며 "그 수많은 자료를 다 읽고 분석하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다들 밤새서라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건강도 안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예전부터 지적이 됐기 때문에 분리국감을 하기로 법까지 만들었지만 현안에 따라 달라지는 국회 일정 등으로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며 "분리국감을 하면 좀 더 내실 있고 무리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그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피감기관의 미흡한 자료제출은 여야 모두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피감기관으로서는 문제점이 발견되면 자신들이 무능이 드러날 수 있고 민감한 사안을 보호하려는 차원일 수 있지만 보좌진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정부의 자료 늑장 제출 혹은 '모르쇠'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의당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 (왼쪽부터 김종대 원내대변인, 노회찬 원내대표, 심상정 대표, 윤소하 의원)
새누리당 소속 한 보좌관은 "집권여당이라 강하게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정책중심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편이지만 제대로 안 내놓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소속 보좌관은 "물론 기본적인 자료는 주지만 우리가 원하는 자료는 끝까지 안내놓는다. 문제는 피감기관이 자료를 안 내놓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거부할 경우, 본회의 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주무장관에 대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해 해명하거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것이 보좌진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그는 "법이 있어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18대 국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19대부터 점점 심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보좌관은 "기관이 자료를 감추고 늑장 제출하는 게 비일비재하다"며 "우리도 뭔가 냄새를 맡고 물어보고 자료제출을 요청하는 건데 자료를 안 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뭘 물어보려는지 그 쪽도 파악하려고 애를 쓰는데 그걸 알아채면 자료를 줄 때 조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그런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 보좌관은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은 의원들이나 보좌진들이 놀고먹는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국회는 24시간 돌아 간다"며 "당연히 맡은 바 열심히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자료를 안 내놓으면 우리 역시 일을 제대로 제 때 하기 힘들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