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자'에서 '서자'로... 그분 때문에, 공익재단 회관서 쫓겨날 판
대표성 없는 AOTCA수석부회장 재선임 안돼, '비정상의 정상화' 고삐
한국세무사회(회장 백운찬)가 회무 추진에 보이지 않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과거의 잔재를 털어내고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적재적소에 '승부수'를 던지는 정면돌파 전략으로 업계 여론은 물론 명분, 실리 모두를 잡아내고 있다.
우선 세무사회는 매년 수 억원의 회비가 투입되는 세무사회 공익재단 운영의 핵심인 이사장직을 전임 회장으로부터 이양받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추진 중이다.
또한 한국세무사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못해 'AOTCA 회원단체인 한국세무사회'의 대표성이 없고 더구나 6일 총회에서 임기가 종료되는 현 AOTCA 수석부회장(정구정)이 차기 AOTCA 임원으로 선출될 경우 AOTCA를 탈퇴하는 초강수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세무사회가 이처럼 파괴력이 강한 승부수들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현 회장 임기(2년)가 반환점을 돌아 어느덧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임 회장의 그림자가 세무사회 안팎을 휘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세무사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6월30일 정기총회에서 회장 임기 문제를 비롯, 전임 회장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들을 일거에 잘라내면서 과거의 잔재 척결을 모토로 한 개혁 추진에 대한 자신감이 뒤늦게 확보된 측면도 있다.
□ '뒷방'으로 쫓겨나는 공익재단…이사장직 이양될까? = 현재 세무사회는 세무사회관 본관 5층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는 공익재단이 오는 10일(월)까지 자진해서 나가지 않을 경우 본관 뒷편 5.4평 규모 별관 2층으로 사무실을 강제 이전할 것이라는 통보를 전한 상태다.
세무사회장과 공익재단 이사장의 임기가 각각 2년, 4년으로 다르다는 것이 공익재단을 둘러싼 현 사태의 발단이다. 지난 2013년 공익재단을 만들어 이사장직에 오른 전임 회장은 이 룰을 만들어 놓은 뒤 아직까지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임기만료는 내년 7월. 현재의 정관상 공익재단 이사장은 전임 회장 때 구성한 이사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선임되기 때문에 사실상 '종신' 재임도 가능하다.
◆…한국세무사회 본관 뒷편 주차장에 위치한 2층 규모의 별관.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현 회장인 백운찬 회장은 임기 내내(내년 6월 만료) 공익재단 운영에 어떠한 관여도 할 수가 없다. 공익재단에 매년 4억원의 회비가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현 세무사회 집행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체계인 것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세무사회장선거 당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전임 회장은 지난해 6월 전 회원들에게 팩스로 공문을 보내 신임 회장에게 이사장직을 이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약속은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세무사회는 지난해와 올해 3차례에 걸쳐 이사장직 이양을 촉구하는 공문을 공익재단에 보냈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 9월30일까지 이사장직을 이양하지 않으면 본관에 위치한 공익재단 사무실을 퇴거하겠다는 '강경책'이 나온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치달았는데도 불구, 전임 회장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세무사회는 결국 볼썽사나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우려, 오는 10일까지 기한을 설정해 공익재단에게 '자진퇴거'를 통보했다. 10일까지 자진퇴거하지 않을 경우 다음날인 11일 즉각 강제퇴거 조치가 단행된다.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임 회장이 결코 이사장직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만2000여명의 세무사회원에게 팩스까지 보내 공언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는데, 사무실을 내쫓는다고 '항복선언'을 하겠냐는 것이다.
한 세무사 업계 관계자는 "사무실 퇴거조치를 한다고 해서 전임 회장이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았던 이사장직 이양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세무사회 공익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던 4500여명의 회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로 공익재단 이사회를 전면 재구성하고 현 회장에게 이사장직을 부여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 홍콩 간 백운찬…AOTCA 수석부회장 문제 향방은? = 공익재단 이사장직과 더불어 전임 회장이 틀어쥐고 내놓지 않는 직책은 바로 'AOTCA 수석부회장'이다.
AOTCA 규정에 따르면 수석부회장이 자동으로 회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 회장이 연임을 하지 않을 경우 수석부회장이 되거나 또는 총회에서 선거로 차기 회장이 선출되도록 되어있다.
규정대로라면 만약 현 AOTCA 회장이 연임하지 않을 경우에만 한국세무사회의 대표권이 없는 평회원 신분인 전임 회장이 현 세무사회장을 제치고 차기 AOTCA 회장에 오르는 것도 일견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세무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엄연히 AOTCA의 회원자격은 '한국세무사회'가 가지고 있으며, 세무사회의 대표자격도 없는 개인이 세무사회를 대표해 AOTCA 회장 등 임원직에 선임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AOTCA 회칙에 따라 개인이 아닌 조세전문가단체가 AOTCA 회원이 되는 것이며, 각 회원단체의 단체장이나 단체장이 권한을 위임한 자만이 총회에 참석할 수 있으며, 단체장만 투표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등에서 AOTCA 수석부회장이 AOTCA 회장으로 선출될 당시 회원단체의 현직 단체장이 아닌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더구나 현재 AOTCA 회장을 맡고 있는 현 이케다 회장이 회장직 연임을 공식 표명한데다 한국세무사회의 내부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세무사회는 지난달 30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표성 없는 세무사회원이 AOTCA 임원에 선출될 경우 AOTCA에서 즉각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차기 임원선임과 관련 이케다 현 AOTCA 회장은 한국세무사회장과의 전화회의를 통해 이케다 회장이 회장을 연임하고, 차기 수석부회장 선임은 이케다 회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조율했다"며 "이케다 회장은 서울에서 정구정 전 회장을 직접 만나 이를 설명했지만 정 전 회장은 이것이 백 회장의 개인의견일 뿐 세무사회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수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따라 이케다 회장이 세무사회 공식 입장을 밝혀주길 요청했고 세무사회는 긴급이사회를 열어 이케다 회장의 방안에 따를 것이며, 대표성 없는 개인이 AOTCA 임원에 선출되면 AOTCA를 탈퇴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정해 이케다 회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헀다.
백 회장은 오는 6일 홍콩에서 열리는 제14차 AOTCA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5일부터 9일까지 해외에 머무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의 AOTCA 수석부회장 임기는 오는 6일 AOTCA 총회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한편 당초 2000~3000만원에 불과하던 세무사회 AOTCA 관련 예산은 지난 2015년 1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인상된 바 있다.
세무사회 김형상 감사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AOTCA 관련 예산 중 수 천만원이 'AOTCA 서울사무국 지원금' 명목으로 정 전 회장 개인명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찾아내어,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