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글
안녕하세요? 저는 만 18세로 제51회 공인회계사시험에 역대 최연소로 합격한 조만석입니다. 저는 경영학 독학사를 하면서 흥미를 느꼈고 적성에 맞는 듯했던 회계분야로 나아가야겠다고 결심하고 공인회계사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2년 6개월 동안의 힘든 수험생활을 마무리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어 매우 뿌듯합니다. 오늘의 기쁨만을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다른 분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공부해왔습니다. 따라서 제가 공부한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이런 방법도 알아두고 참고해서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2. 전반적인 학습방법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독학이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원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온라인강의를 병행해가면서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저에게는 온라인강의가 잘 맞았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속받지 않고, 배속 기능을 사용함으로써 학습속도를 맞출 수도 있습니다.
선배나 친구 없이 홀로 공부하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시간관리부터 힘들었습니다. 남들은 그룹스터디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는데 저는 혼자서 연구하면서 터득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해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허나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 스스로 생각하면서 알아낼 때의 짜릿함이 있었고 기억에도 더 잘 남았습니다.
저는 매일 10시간 남짓 공부했고 잠은 8시간 정도 잤습니다. 수험생치고 공부시간이 매우 짧은 편입니다. 대신 공부하지 않을 때에도 학습한 내용을 끊임없이 되뇌어보는 것으로 이를 만회했습니다. 매일 공부를 마친 후에는 스스로 설명한다는 기분으로 정리했고, 잘 정리되지 않는 부분은 10번이고 20번이고 체계가 잡힐 때까지 책을 다시 찾아 읽어봤습니다.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시험 직전 1주를 제외하고는 주2회씩 정기적으로 수영장에 다니고,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매일 했습니다. 이런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당장 공부시간은 늘릴 수 있겠지만, 체력이 바닥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므로 건강관리에도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이런 운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TV로는 여행 프로그램을 자주 봤습니다. 수려한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았지만, 외국에서 어렵게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습니다. 저는 수험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그런 친구들에게 공부는 사치였습니다. 그걸 볼 때마다 제가 너무 나약한가 싶었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목표는 매일 정하되, 욕심내지 않고 충분히 달성 가능한 정도까지 잡았습니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는 평소보다 목표학습량을 더 줄였고,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피하고 기본적인 문제 위주로 풀었습니다. 예산은 달성가능최고치로 잡아야 한다지만, 일별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몹시 불안해져서 심적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기본서를 볼 때는 서브노트를 만들어봤는데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제가 모르는 내용 위주로 작성했더니 자꾸 지엽적인 내용 위주로 흘러가더군요. 시험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일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별도의 노트를 만드는 대신 본문을 반복해서 학습했습니다.
3. 수험기간별 공부방법
(1) 1차 시험 대비기간 (2014년 1월 ~ 2015년 2월)
공부 순서는 '회계학 → 상법 → 경제학 → 경영학 → 세법'의 순서로 잡았습니다. 세법이 휘발성이 강하다기에 가장 마지막에 보는 것이 좋겠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한 결정 같습니다. 너무 늦게 시작했더니 시험일까지 정리가 잘 안 됐습니다.
자신이 있었던 일반경영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객관식강의를 들었습니다. 진도에 욕심내지 않고 하루에 강의는 3개 정도만 들었고, 각 강의를 들은 직후와 매일 저녁에 복습했습니다. 또한 3~4일 정도마다 공부한 내용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 재무관리는 2차 연습서도 병행했고 2차 동차 강의도 들었습니다. 원가회계는 2차와의 난이도차이가 커서 보통 연습서를 보지 않는데, 너무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개념만 잡는다는 느낌으로 했더니 1차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과목이 워낙 많다 보니 두서가 없어서 과목을 크게 GROUP1과 GROUP2로 나누었습니다. GROUP1은 상대적으로 이해를 요하는 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 경제학, 재무관리로 정했고, GROUP2는 암기가 필요한 세법, 상법, 정부회계, 일반경영학으로 정했습니다. 10월에는 GROUP1과 GROUP2를 각각 5:5 정도로 공부했고, 11월에는 4:6, 12월에는 3:7, 1월에는 2:8 정도로 후자의 비중을 높여갔습니다.
1월에는 과목별로 1일 특강을 들었고, 시험보기 1주 전에는 전국모의고사도 풀어봤습니다. 저는 막판에 문제를 푸는데 시간을 많이 썼는데 이보다는 내용을 충실히 정리하고 기본적이고 너무 어렵지 않은 문제만 골라서 풀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2) 2차 시험 동차 대비기간 (2015년 2월 ~ 2015년 6월)
제가 공부시간이 길지 않아서 다 하기는 도저히 무리다 싶었습니다. 제일 약한 세법을 포기할까 공부를 안 해 본 회계감사를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본 게 낫겠다 싶어 회계감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세법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도 불합격했으니 실패한 전략입니다. 물론 '차라리 세법을 포기할 걸'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1차 준비 때는 필기를 최소화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공부했는데, 2차를 처음 접하게 되니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펜도 잡아본지 오래됐던 터라 글씨도 엉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3월과 4월에는 틈틈이 해답을 보며 답안 작성을 연습했습니다.
답안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문제 사이는 2칸 이상, 물음 사이는 1칸 정도씩 띄어줬고요. 되도록이면 표를 사용하는 것이 보기도 좋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표에는 밑줄을 그어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서술형 문제는 항상 '~다.'로 마쳤고 가로줄의 70%~80%까지만 필기했습니다. 답안형식을 문제에서 지정한 경우에는 반드시 그 형식에 맞춰 작성했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이미 2차 동차 강의를 들었으므로 세법만 새로이 강의를 들었습니다. 교재에 있는 문제의 60%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특히 어려운 주제는 약 80%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막판에는 기본적인 문제 위주로 추려서 40% 정도만 풀었습니다. 대부분 3회독 이상은 했는데 세법은 시간을 많이 쓰고도 2회독 밖에 못했습니다.
(3) 2차 시험 유예 대비기간 (2015년 7월 ~ 2016년 6월)
동차로 2차 시험을 보고 발표가 나기 전까지 회계감사를 유예 강의를 들으면서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불합격을 예상했던 세법도 잊어버릴까봐 틈틈이 봐줬습니다. 사실 이 무렵이 가장 공부하기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2차 성적 발표의 초조함과 2016년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한 시기였습니다. 시험이 끝났으니 잠시 쉬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여행도 다니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차 때는 유예가 되면 시간도 많고 느긋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웬만한 문제는 다 풀어보고 학습범위도 넓히다 보니 오히려 시간이 촉박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부담감이었습니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을 매일같이 했습니다.
12월까지는 최대한 많은 문제는 풀었습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세법과 원가회계는 다양한 문제유형과 풀이 방법을 익히기 위해 다른 교재도 구입해서 함께 봤습니다. 그러다가 1월부터는 문제를 추려갔습니다. 막판에는 전체문제의 30%정도만 풀었습니다.
막판으로 갈수록 세법의 공부량을 늘렸습니다. 평소에는 하루 10시간을 세법에 4시간, 원가회계와 회계감사에 3시간씩 안분해서 공부했는데, 막판에는 11시간을 공부해서 세법에 7시간 정도를 쓰고 원가회계와 회계감사는 감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2시간씩만 봤습니다.
4. 과목별 대응전략
(1) 회계학
재무회계는 1차와 2차 모두 가장 무난했던 과목입니다. 연결회계와 주당이익을 제외하고는 어려운 주제가 없었습니다. 현금흐름표도 처음에는 헷갈렸지만 몇 번 보니 감이 잡혔습니다. 범위가 넓지도 않고 시간을 많이 쓸 필요도 없어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원가회계는 1차 때는 회계학 중에서도 가장 자신이 있었습니다. 2차 동차 때까지도 자신이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에 배점이 높은 나와서 불합격했습니다. 유예 때도 이럴까봐 조금 불안해서 OO모의고사도 풀어봤습니다. 큰 무리 없이 풀었고 점수도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정부회계는 1차에만 있는 주제인데 은근히 까다로웠습니다. 5문제밖에 안 나오기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더니 가장 약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워낙 비중이 작다보니 합격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2) 세법
수험생활 내내 저를 가장 괴롭혔던 과목입니다. 학습범위가 다른 과목보다 훨씬 더 넓고, 공부한 내용도 다음에 보면 다 잊어버리다보니 때로는 짜증도 났습니다. 그래도 법인세는 할 만 한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외울 것이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1차 때는 양도소득세와 지방세법을 버리고 국세기본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만회하는 전략을 짰습니다. 시험 전에는 과락만 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다른 과목에서 만회한 덕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2차 동차 때에도 양도소득세는 포기했습니다. 여전히 정리가 잘 안 됐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시험을 봤는데 역시나 불합격했습니다. 유예 때에는 유예강의도 듣고 많이 보면서 모든 주제를 깊이 있게 공부했더니, 실력이 크게 향상돼서 여유롭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3) 상법
1차에서 흔히들 상법이 가장 무난하고 점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해서 얕잡아봤다가 큰 코 다칠 뻔 했습니다. 특히 어음법 및 수표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시험 1주 전에 모의고사를 풀어봤을 때도 점수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막판에 들은 1일 특강이 효과를 봐서 고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4) 경제학
미시경제가 재미도 있고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거시경제가 강의를 들을 때에는 많이 헷갈렸는데 역시 체계가 바로 잡혔습니다. 국제경제는 출제비중도 적어서 부담 없이 했고요. 대신 세법처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봐줘야합니다. 1차 때 가장 비교우위에 있다고 느낀 과목이었고 실제 점수도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5) 경영학
(일반)경영학은 말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다소 아리송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혹스러운 문제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1차 때 객관식강의를 듣지 않은 유일한 과목입니다. 시험이 쉽게 나와서 예상대로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재무관리는 많은 수험생들이 힘들어하는 과목이지만, 저는 수리적 감각이 있어서인지 쉽게 공부했습니다. 처음에 강의를 들을 때에만 복습을 철저히 하면서 공부하면 나중에는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됩니다. 1차 때에도 고득점에 성공했고, 2차 동차 때에도 가장 높은 점수로 합격했습니다. 동차 때에 특이한 주제도 1번씩은 풀어봤습니다.
(6) 회계감사
다들 아시다시피 2차에만 있는 유일한 과목입니다. 저는 동차 때에는 시간관계로 포기하고, 2차 동차 시험이 끝난 직후 처음 접했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장 힘들 때였고, 내용도 생소하다보니 처음에는 가장 힘들었습니다. 도저히 개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호기심에 금감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계감사관련 실무자료를 찾아봤는데 이게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책에서 배운 감사기준과 품질관리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출제될 것을 대비해서 감리지적사례도 면밀하게 읽어봤습니다.
12월까지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암기하기보다는 체계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1월부터는 내용을 외우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보다 완벽한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 원문을 그대로 외웠고, 토씨 하나까지 똑같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5. 향후 계획
이번에 한 회계법인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감사업무를 약 5년 동안 숙달한 뒤, 재무자문 쪽으로 영역을 넓혀 멀티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되고자합니다. 회계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기업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공부도 끝난 것은 아닙니다. 우선 그간 소홀히 해왔던 영어를 회화위주로 공부하려 합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3학년에 편입해서 상법 외에 민법 등 다른 법률도 익히려 합니다. 이외에도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배울 생각입니다.
6. 후배 수험생들에게
합격의 결실을 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만의 전략을 찾는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다른 분들의 조언을 참고하되,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자신만의 학습방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 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공인회계사시험, 역시 고시답게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 사람이 내고 사람이 붙는 것입니다. 저는 도와줄 선배나 친구 없이 혼자서도 해냈으니 든든한 조력자의 지원 하에서 열심히 하신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거두시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힘든 형편 하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외롭게 공부하는 분들께 제가 작은 희망이나마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