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 與野 정무위, 국민권익위 국감 '김영란법' 혼선 질타
국민권익위와 국가보훈처 등을 상대로 국감이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지난 달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과 관련,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문제가 쟁점이 됐다.
여야 정무위원들은 시행 2주째가 접어든 김영란법이 현장에서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 국민권익위의 과도한 적용범위 설정과 미흡한 대응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김영란법 신고 1호로 논란이 됐던 제자가 교수에게 캔 커피를 준 사건과 함께 스승의날 카네이션 선물의 적절성 논란 등이 거론되며 권익위의 유권해석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의 직무 관련 금품수수를 금지하면서도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금품수수는 상한액(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최근 권익위가 "학생에 대한 지도, 평가 등을 담당하는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에는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므로 가액범위(3·5·10만원) 내라도 허용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논란이 됐다.
이에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캔 커피'신고 사례를 예로 들며 "권익위가 '직무관련성'이 아니라 '직접적 직무 관련' 때문에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는데, '직접적 직무 관련'이라는 말은 김영란법 법률 조문에 나오지 않고 국회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권익위의 확대해석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영란법 정착의 최대 암초가 상식적으로 봐도 납득이 안 되는(이런 사례들)"이라며 "특히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조차 김영란법 위반이라면 대체 뭘 할 수 있냐는 말인가'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권익위가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학생이 교수에게 캔 커피를 준 사건에 대해 권익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괜찮지 않느냐'는 개인 의견을 냈다가 유권해석과 충돌되니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고 권익위의 달라진 입장을 비판했다.
또 해설집, 매뉴얼, 홈페이지 게시물 등의 유권해석이 제멋대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권익위가 내놓은 해설집, 매뉴얼, 보도참고자료, 홈페이지 게시물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 앞뒤가 맞지 않고 특정 집단에게만 불리한 유권해석이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예산 부처 장관과 다른 부처 장관끼리 서로 예산을 협의할 때는 가액 기준인 3만원 이내에서 음식 제공이 가능하지만, 직원들끼리는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은 제멋대로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최운열 의원은 "권익위는 김영란법 제정 후 발효 시점까지 1년6개월이라는 준비 시작이 있었지만 9명으로 구성된 임시 태스크포스(TF)에서 6800여건에 달하는 민원 및 문의처리를 도맡아 했다"며 "권익위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73명의 인력증원을 행정자치부에 요청했지만, 2018년까지 9명이 이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고 고작 5명을 증원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청탁을 근절하려는 의지가 있긴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 말 많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아들 부정취업 의혹 논란
특히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는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문제로 야당과 반목해왔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아들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부정 취업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의혹을 부인하며 "아버지에게 아들에 대한 자료를 달라는 건(야당의 행태)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 정무위원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또한 중진공에 직접 채용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완근 보훈처 차장이 위증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최 차장에게 "박 처장 아들이 중진공에 원서를 냈다는 사실을 어디에서 들었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최 차장은 "들은 바가 없다"고 답변, 박 처장이 자신에게 채용청탁을 부탁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 차장은 자신이 중진공 이사 및 경영지원실장 등 인사담당자들을 만나거나 이들과 통화를 하며 직접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채용청탁을 위해) 중진공 팀장이나 실장들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같은 당 채이배 의원이 "중진공 소속 권모 경영지원실장이 우리 의원실과 통화를 하면서 (최 차장이) 인사팀장을 만났고 자기에게도 와서 명함을 교환하고 인사했다고 말했다"며 최 차장의 증언이 '허위'임을 주장했다.
채 의원은 "(최 차장은) 먼저 박 처장 아들의 지원 사실을 중진공 서류전형 담당자인 김모 이사에게 문의했다. 김 이사는 직접 채용 면접에도 참여한 분"이라며 "김 이사가 자신이 실무자가 아니라고 하자 (최 차장은) 두 번째로 신모 인사팀장을 만났다"고 채용 청탁이 사실임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도 최 차장은 (인사담당자들을) 만난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고 위증 의혹을 제기하며 최 차장의 위증에 대한 조치를 강조했다.
나아가 "보훈처장의 자녀 취업 청탁 문제도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정무위에서 감사원 감사를 의결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박 보훈처장이 아들의 채용 청탁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중진공에서 원칙적으로 공정하게 처리한 걸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저는 국감장에서 저희 직원들에게 자료를 요구하고, 아들문제에 대해 증인으로 내세워서 말하고, 아버지에게 아들에 대한 자료를 달라는 건(야당의 행태)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박 처장의 발언은 심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국감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된 원인은 그쪽(박 처장)에 있다"며 "공직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했는가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의혹을 규명해야 할 책임도 국감의 일환"이라며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처장이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더민주 이학영 의원도 "여긴 공인인 박승춘 기관장에게 공적 업무에 관해, 그것도 의혹에 관해 질의한 의원이 자료를 달라고 한 것"이라며 "사인 박승춘에게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보훈처에게 달라고 하는 것이다. 공과 사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적절한 발언을 위원장이 지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 역시 "공직자니까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자식들 문제가 이런 장소에서 거론되는 게 개인적으론 불쾌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공적인 일이라면 그런 (박 처장의) 표현은 문제가 있다.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 황찬현 감사원장 "미르·K스포츠재단, 계속 모니터링"
황찬현 감사원장이 10일 미르·K스포츠재단과 청와대 연루 의혹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날 실시한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황 원장은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한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 의원은 "미르재단 등이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도 이미 관련 일을 하는 부서와 기구가 있는데 이례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전경련을 통해 8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돈을 거둔 부분은 청와대 개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권력 개입 의혹을 강조했다.
또 "(두 재단의 인허가) 서류 중 많은 게 누락됐는데도 허가가 났다는 국민적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란 말이냐"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감사를 압박했다.
이에 황 원장은 "기본 입장은 사실관계와 업무처리 규정을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위법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수의 공공기관이 전경련에 가입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에 "내년 정부운영감사나 기관감사 등 정기감사 때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4대강 사업에 대한 재(再)감사 문제도 불거졌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4대강 오염도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감사원이 4대강 감사 당시 수질 관련 문제를 지적한 후, 시정조치 결과가 '완결'된 것을 문제 삼았다.
노 원내대표는 최근 3년간 낙동강 일대의 조류경보 발령 일자가 해마다 늘고 있음을 지적하며 "가서 보면 강물이 아니라 녹즙 그 자체"라며 "수질이 악화되고, 조류발생일이 드러나고 있는데 감사원에서는 시정조치가 완료됐다고 볼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황 원장은 "장기적으로 시간이 필요할 경우 과거 계획이 서면 완결처리를 했는데, 이제는 규정을 바꿔서 최종적으로 완결될 때까지 완결처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질악화와 관련한 추가 감사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