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하고 얼마 후 A씨는 잠결에 문자메시지 한통을 받았다. 지진으로 크게 놀랐던 터라 국민안전처에서 발송한 재난안전 메시지인 줄 알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고객님을 위해 ○○은행이 준비한 캐시백서비스를 안내해드립니다.” 은행 대출 광고 문자였다.“
“사업가 B씨는 한 시중은행과 거래 때 작성하는 개인정보 선택적 활용 동의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발송되는 광고문자 때문에 불만이다.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에 표시하지 않았음에도 마케팅 목적의 광고메시지를 은행이 보낸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의원은 18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국내 은행들이 이처럼 마케팅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문자 메시지 광고를 보내고 있어 이용자 불만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이날 공개한 금융감독원의 제출자료 '은행사별 문자메시지 발송 현황'에 따르면 우리, 신한, 씨티, 농협 등 9개 은행은 문자메시지 발송인원, 발송건수와 관련한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발송 인원을 관리하지 않았다. 신한은행, 농협은행, 부산은행, 제주은행은 발송건수 관리를 않는 상태다.
한국산업은행은 문자 메시지 종류별 발송인원과 건수현황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상당수 은행들은 특히 연체와 마케팅 외 내용의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분류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국 은행이 보낸 문자 메시지 가운데 '연체'와 관련한 것은 1990만건. 반대로 대출 같은 마케팅 목적의 광고 메시지는 무려 7553만 건. 연체 보다 마케팅 목적으로 보낸 문자가 4배 가까이 많다.
박찬대 의원은 “마케팅 문자메시지 관리를 하지 않아 발송건수를 확인할 수 없는 신한 등 4곳을 포함할 경우 마케팅 목적의 문자메시지 수치가 최대 1억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이처럼 은행들의 광고성 문자범람의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에 시스템 운영에 관한 기준은 물론 시행령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박찬대 의원은 이날 “최근 가계부채 급증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대출을 말라고 권고하면서 은행들은 대출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위는 가계부채 완화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이 같은 부분에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범람하는 은행 대출 문자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를 위해 통신 광고의 적절한 운영을 위한 시행령 및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