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주최 법인세 관련 공청회.
법인세율 인상, 과연 우리 경제에 독(毒)이 될까 복(福)이 될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6일 세법심사를 십수일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 조세학계 주요 전문가들을 국회로 초빙, 세법개정 논란 최대 핵심인 법인세율 인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유찬 홍익대 교수,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염명배 충남대 교수가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법인세 감세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며 "법인세 감세가 추가적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미약한 효과 정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회계법인에서 일할 당시 외국 회사들이 국내에 투자하고자 한다고 할 때 조사하는 내용중 법인세율은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그건 아주 지엽적인 부분"이라며 "기업이 투자하려고 할때는 그 나라 사정을 구체적으로 조사하는데 인력수준, 유통과정에 필요한 운송비용 인프라 등 아주 구체적인 것을 본다. 법인세율은 전경련이나 암참 등 대리인들의 관심사"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독과점 상황이기 떄문에 이 상황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한 세금은 전가가 잘 안된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75% 가량의 법인세는 주주에게 귀착되고 나머지 25%는 소비자에게 귀착된다"며 "우리나라 명목 법인세율은 OECD 평균에 근접하지만 실효세율은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율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본다"며 "세율을 5% 정도 올리고 비과세 감면을 정비해 총 10조원 정도를 추가 법인세수로 거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세 최고세율은 38%, 법인세 최고세율은 22% 이지만 실효세율은 둘 다 14% 정도다"라며 "명목세율 38%에서 실효세율 14% 나오는게 문제인가, 22%에서 14% 나오는게 문제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게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이라며 "이러한 부분은 제도적으로 반드시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조세 전문가들. 왼쪽부터 김유찬 홍익대 교수, 김학수 조세연 선임연구위원,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염명배 충남대 교수.
그는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법인세율을 낮게 부과한다"라며 "현재 각국에서 수출을 통해 GDP를 확대하고 1인당 GDP를 늘리기 위한 경쟁 중인데, 다른 국가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우리만의 길을 추구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인세 문제는 선택의 문제, 어느 것도 절대선, 절대악이 아니다"라며 "기업경쟁력과 재정건전성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세율인하효과가 불분명하다면 그만큼 국민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하했던만큼 복구해야하지 않나"라며 "더구나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면 미래를 대비해서 감면 효과가 불분명했던 부분을 좀 올려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득세율과 상속세 및 증여세 등 다른 세율과의 격차도 고려해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2009년 이명박 정부때 법인세율을 인하한 이후에 법인세 공방이 충분히 이루어져왔다"며 "저는 큰 그림에서 법인세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디가 말한 7가지 치명적인 죄악 중 하나가 '원칙 없는 정책'"이라며 "법인세율을 인상하자는 국회의원들의 주장 목적은 2가지 중 하나라고 본다. 첫째 세수가 부족하니 세수를 더 거둘 수 있는 방안으로 쓰자는 것, 둘째 대기업에 세금을 거두면 서민보호와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자는 것 이라고 보는데 만일 2가지 질문에 '그렇다'라고 한다면 이는 법인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2009년 법인세율 인하가 되었는데 '낙수효과'가 없으니 원위치로 돌리자고 한다"며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본다. 낙수효과가 없는 것이 법인세 인하 효과가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타의 경제여건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아니면 낙수효과는 있었는데 다른 경제여건이 더 나빠서 그나마 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법인세율을 10% 이상 확 내리고 싶다"며 "세율 인상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법인세는 아니라고 본다. 물 부족하다고 양수기로 다 뽑아가면 말라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세수 부족하다고 모두 긁어가면 그 다음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기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2년 연속 기업 매출은 줄어드는데 세금은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8년 동안 30대 기업의 고용증가율을 보면 평균 5% 수준이다. 법인세율 인하의 낙수효과가 없다고 하지만 대기업 고용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기재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해 담뱃값을 2배 올리면서 세수를 3조원 거둬들였다"며 "이명박 정부 때의 법인세 감세를 서민들의 담뱃세를 인상해 벌충했다는 단순한 도식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개인과 법인간 38%, 22% 세율차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가 틀림없이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모든 분들이 이 문제를 내려놓고 같이 공유하면서 풀어가야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제조업 분야만 하면 우리가 세계 빅5에 들어가고, 전체 GDP로는 11위다"라며 "우리나라는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GDP가 1조달러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우리나라 수출제조업은 한계에 다달았다. 법인세를 깎아주면서 투자를 하라고 해도 이젠 더이상 여력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비스 산업이 후진적이다"라며 "법인세율을 높이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젠 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