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K스포츠재단 사업 롯데 지원금 두 배로 받아내
최씨 소유 더블루K 운영에도 개입 정황…국감 '위증' 논란 불가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의 핵(核).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사진)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K(케이)스포츠 재단 모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 직전 5월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냈는데, 이 과정에서 안 수석과 최순실씨가 수차례 압박을 가한 정황이 나타났다고 '한겨레신문'이 28일 전했다.
한겨레가 단독으로 입수한 K스포츠 재단의 내부 문건(3월28일 작성)을 보면,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과 관련해 '㈜롯데와 후원 가능 여부 및 금액 타진 협의'라는 내용과 함께 '약 35억(건설비의 2분의 1) 지원 의사 있으나 협의 후 알려주기로 함'이라고 돼 있다. 롯데가 35억원을 낼 의사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사업의 담당자로는 '정: 노숭일, 부: 박헌영'으로 기재돼 있는데 이들은 K스포츠 재단의 직원이자 최순실씨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올 3월 무렵에 K스포츠 재단에 35억원 지원 의사를 보여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과 만나 K스포츠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고 재단 관계자는 전했다. 이 과정에 서 최순실씨와 안 수석은 K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진행상황 확인 전화를 수차례 했다는 것이다. 특히 안 수석은 직접 "VIP(박근혜 대통령) 관심 사안"이라고 압박했다.
지난 3월17일 K스포츠 재단 관계자 2명은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의 24층에서 롯데그룹의 ㅅ 사장과 ㅇ 상무 두 명을 만나 K스포츠 재단의 사업을 설명했다. 이때 롯데그룹 쪽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재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재단과 롯데 쪽은 이후 몇 차례 더 회동을 하면서 지원금액이 애초 35억원에서 70억원으로 두 배가 늘어났다.
안 수석과 최씨가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롯데를 압박해 돈을 받아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는 신동빈, 신동주 두 형제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검찰의 내사가 진행되던 상황이다.
재단 관계자들은 롯데와의 면담을 전후로 최씨와 안 수석으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안 수석은 면담 직후 "롯데와는 얘기가 잘 돼가고 있는 거냐"고 거듭 확인을 했고 수석은 "VIP(대통령) 관심 사업"이라고 언급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롯데는 재단 지원 최종 금액을 70억원으로 확정지었다. 실제로 롯데는 5월 초 70억원을 5~6개 계열사 명의로 나눠서 K스포츠 재단의 신한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앞서 이미 재단 설립 출연금으로 17억원을 낸 롯데는 육성사업 지원에도 당초 협의된 거보다 2배의 지원금을 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70억원은 재단에 입금된 지 10여일이 지난 5월 말 롯데 쪽으로 전액 반환됐다. K스포츠 재단 쪽은 “애초 롯데로부터 돈을 받은 명목인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에 필요한 부지 매입이 벽에 부닥쳐 돈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가 롯데에 불리하게 진행된 점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재단이 돈을 돌려준 지 10여일 뒤인 6월10일 수사 인력 240여명을 동원해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재단 관계자는 "최순실 회장님이 '그냥 돌려주라'고 지시해 그대로 이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종범 수석은 "롯데와 관련해서 재단과 전화한 적이 없다"며 "난 최순실씨와는 진짜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또 롯데 쪽은 "올 5월 70억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것은 사실이나 K스포츠 재단의 사업 취지에 동의해서 낸 것"이라며 "당시 검찰 수사도 우리로서는 뜻밖의 상황이라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안 수석은 최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더블루K 운영에도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안 수석과 함께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도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모 더블루K 전 대표는 27일 보도된 JTBC 인터뷰를 통해 "다수의 청와대 전·현직 고위 관계자가 더블루K 사업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최 회장'(최씨)의 지시로 지난 1월 15~16일 펜싱·배드민턴 선수단 창단 제안서를 만들었다. 이어 같은 달 22일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안 수석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이 전화를 할 테니 일을 추진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6일 뒤 조씨는 최씨의 측근인 고영태(40)씨와 함께 GKL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조씨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GKL이 '갑'이지만 더블루K가 갑의 입장에서 덤벼들었으니 GKL 입장에선 압력 받았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서 조씨는 "지난 1월 26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문체부 장애인 담당 과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팅엔 정현식(63)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이 함께 했는데 김종 차관으로부터 체육계의 현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조씨는 "안종범 수석이 '서로 많이 도와주고 배우라'고 했고, 김종 차관이 스포츠계 현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씨는 "최씨가 내게 K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과 함께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을 만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 전 수석은 최씨의 또 다른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외삼촌이다.
조씨는 또한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스위스 누슬리사와 사업을 추진하는 차리에 안 수석과 김종 차관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당시 모임에 대해 "스위스의 스포츠시설 전문 건설회사인 누슬리와 더블루K가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하는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안 수석은 1시간 가량 늦게 도착, 20분가량 있다가 갔다고 한다. 그리고 10분 뒤 김 차관이 나타나 30분간 머물렀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 두 사람이 스위스 업체 측에 영어로 자신의 직책과 이름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최씨가 당시 두 달도 되지 않은 영세회사인 더블루K를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 청와대와 정부 부처 고위직, 공익법인을 연결시킨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조씨는 이 자리에 참석한 정현식 K스포츠 전 사무총장이 "미팅에 앞서 최 회장(최순실씨)이 '안 수석도 나올 테니 같이 가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지시를 내려, 내가 안 수석에게 참석 여부를 여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 차관은 "2월에 모임에 갔더니 조씨가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덕담만 나눈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 수석은 "최순실의 존재를 이번 사건이 터지고 처음 알았다. 전화 통화도 단 한 번 한 적이 없다. 모두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다"고 거듭 '모르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앞서 안 수석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의 '최순실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 사업 지원금과 최씨 회사 이권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국감 위증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