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강당. 이곳에서 한국회계학회 주최로 '회계제도 개선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최근 발생한 대형 회계부정 사건들이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관심도도 높았다. 행사장은 시작 전부터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자리를 찾는 와중에도 참석자들의 눈과 귀는 온통 앞쪽에 위치한 무대로 향하고 있었다.
장내가 어느 정도 정리된 뒤, 손성규 한국회계학회장의 인사말로 공청회가 시작됐다. 손 회장은 "분식회계보다 회계사기라는 표현이 이젠 더 익숙한 세상이 된 듯 하다. 그만큼 현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라면서 위기를 쉽게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송인만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규제를 통한 제재도 좋지만 회계 각 축을 담당하는 기업, 감사인, 감독당국 등 모든 부분의 자정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승준 한양여자대학교 교수가 기업분과(기업)에서의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정석우 고려대학교 교수가 감사분과(감사인)에서의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한종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감독분과(감독당국)에서의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어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패널소개와 동시 장내가 일순 술렁거렸다. 감독당국인 금융위원회가 패널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유에서다.
◆…지난 27일 열린 회계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 패널로 나선 이종승 IR큐더스 대표(왼쪽부터), 이상백 대아티아이 부사장, 이기화 다산회계법인 대표, 유건 한국신용평가 실장, 황인태 중앙대학교 교수, 김수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성남 한영회계법인 부대표, 구자민 종근당 상무이사 [출처 : 조세일보 사진DB]
이 때 금융위 관계자는 객석에 앉아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공청회는 금융위가 지난 8월 발족한 '회계제도 개혁 TF(태스크포스)' 업무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금융위는 이 때 "10월까지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회계제도 개혁안 초안을 마련하고 공청회와 심포지움을 열어 이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회계제도 개혁 TF는 상장협·코스닥협(기업), 한국공인회계사회(감사인), 금융위·금감원(금융당국), 한국회계학회(회계)·법무법인(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금융위 하위기구.
그런데 패널토론이 시작되기에 앞서, 주최 측으로부터 금융위가 토론자로 나서지 않음에 대한 양해의 말이 나온 것이다. 공청회 당일 이전에 몇차례 있었던 TF 논의에서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해 TF 당사자들 간에 이미 충분히 의견나눔이 이뤄져 참석이 무색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불참의 이유로 내세웠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의견수렴 중이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확정을 짓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어서 따로 토론자를 내보내지 않은 것"이라며 "공청회에서 나온 소중한 의견은 모두 빠짐없이 정리해 두었다. 당사자 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한 회계사는 "공청회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과정에 국민을 참여시켜 여론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제도'다"며 "궁금한 게 많았지만 정작 주인공인 금융위가 빠져있어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계사는 "사전에 당사자들끼리 이미 충분한 논의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청회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결국 최종결정권자는 금융위인데 이런 식으로 자리에서 빠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