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공인회계사시험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 서울 명동 은행회관 앞에서 만난 실무수습기관 미확정 수습회계사들의 한숨 섞인 푸념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 곳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조직력의 부재에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수습회계사들의 전언이었다.
한 수습회계사는 "우리의 힘만으로 제도가 개선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잘못된 것을 그냥 간과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시위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험제도 개선이건 잘못된 정책 비판이건 공인회계사회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결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있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이어 "수습기관이 정해질 때마다 시위대에서 빠져나가는 동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게다가 수습회계사들 사이에 실무수습 기관 결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대두돼 내부 결속을 더욱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무수습기관이 정해졌지만 이 자리에 동참한 한 女수습회계사도 "처음에는 수습기관이 정해져 시위에 참석하는데 갈등이 많았다"며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더라도 잘못된 정책에 대해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공청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한 이러한 저의 생각이 회계사 전체 위상 제고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에서 수습회계사들의 주장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한 현직 회계사도 "충분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선발인원을 정한 것은 문제"라며 "정부는 선발인원을 결정할 때 공인회계사회, 학계, 회계법인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보다 수습회계사들을 더욱 섭섭하게 하는 것은 현직에 몸담고 있는 선배들의 침묵"이라고 강조했다.
후배 수습회계사들의 현실적인 고뇌와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는 풍토가 안타깝다는 부언이었다.
실제로 상당수 수습회계사들은 "도대체 선배들은 어디에 있느냐"며 '개구리 올챙이 적…'이란 비유를 서슴치 않고 있다.
"왜 우리는 단결하지 못하나"라는 후배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에 "이제는 선배들이 답을 해야 한다"는 선배 회계사의 말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