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大戰' 앞둔 정치권…커지는 '졸속심의' 우려

◆…기재위 문, 굳게 닫히진 않겠죠? =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도입 등 정치적 이슈로 세법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회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도 '공평과세'와 '세입확충' 명분아래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세금전쟁이 예고되어 있다.

현재 정부와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수백건의 세법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본격적인 국회 세법심의 작업이 들어가기 전부터 거야(巨野)가 된 야당의 '증세' 공세는 뜨겁다 못해 매서웠다. 많게는 수조원의 규모의 세수입이 '확보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기에 정부와 정치권간 협의 과정은 매번 순탄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사태의 여파는 결코 작지가 않다. 이미 세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예산안 심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최순실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세법개정 논의가 '졸속'으로 이루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4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오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세법개정안(정부, 의원입법안 포함)에 대해 일독(一讀) 과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세법을 포함한 예산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는 시점(12월1일)전까지 심의를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간적 여유는 약 3주 정도다.

작년엔 기재위에 상정된 세법개정안을 대략적으로 훑는 작업 시간만 2주에 달했다. 이후 일독 과정에서 합의 판정을 이끌어내지 못한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시간에 쫓겨 딜(deal·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서 제대로 논의조차 않고 폐기된 세법안은 463개로, '할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따가운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부 내에선 혼미한 정국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드러내지 못해도 속앓이가 심하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1년 농사'나 다름없는 세법개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대(對)국회 협조 작업을 음으로 양으로 펼치고 있는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해의 결실을 맺는 과정 이다보니 정국이 이래도 우리는 할 일을 해야지 않겠느냐"면서도 "갑작스러운 정치적 변수로 회의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1년 농사해서 수확했는데…", 힘 빠지는(?) 정부

"주목할 만한 개정안 내용 없이 대부분 기존제도에 적용범위를 조정하거나 일몰기간을 연장하는 등 구조적인 개편보다 소극적 개정에 그쳤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더욱이 20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논의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야권의 공통적인 주장은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로 요약된다.

MB정부 시절 낮췄던 법인세율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세율인상에 따른 세수입은 복지수요에 투입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법인세 과세표준(세금 부과에 기준이 되는 소득)에선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증세 타깃은 상위 0.1%, '대기업'으로 맞춘 상태다.

최근 정의당도 최고 25%까지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증세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여당은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와 맞지 않다"며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법인세율 인상안에 대해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세법 전쟁에 있어 야권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2014년 새누리당은 야당이 반대한 담뱃세 인상안을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해 통과시킨 적이 있다. 바꿔서 말해 법인세율 인상안이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되면 여소야대(與小野大) 형국에선 내년 예산안과 함께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제여건·세계적 추세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론에 휩쓸려 무턱대고 통과시킬 가능성은 적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달 17일 국회서 열린 '2016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 참석해 "올해 제출된 세법개정안이 여야 간 충분한 합의를 통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신(新)산업 세제지원책'과 '소액임대소득 과세안'이다.

신산업 분야는 올 세법개정안의 부제로 달린 만큼 중요도를 높게 보고 있다. 기업들이 미래형 자동차, 로봇, 바이오헬스 등 분야에 지출한 금액에 대해 공제혜택을 더 늘려주는 것인데,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는 이른바 창조경제 성과를 높이자는 복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재계가 실질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고, 이와는 무관하게 창조경제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또 소액임대소득에 대해 2018년까지 비과세를 2년 연장하는 정부안과는 다르게 야당은 자체 세법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정상적으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