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이 4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 野 대선주자, 대통령 겨냥 최후통첩…하야-탄핵까지 비판 봇물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에도 '대통령 하야'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들은 4일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 주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문 전 대표는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거국중립 내각 구성 뒤 2선 후퇴 ▲국회 추천의 총리 수용 등을 압박하며 "끝내 국민에게 맞선다면 저로서도 중대한 결심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대통령에게 하는 마지막 요구"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다른 선택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자진사퇴나 탄핵을 요구하고 있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불행을 막기 위한 마지막 충정으로 그런 해법을 제시해 왔다"면서 "대통령은 국정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최소한의 애국심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통령이 끝내 국민에게 맞선다면 저로서도 중대한 결심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국민과 함께 행동에 나서겠다"고 거듭 압박했다.
앞서 하야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여야 합의총리에게 이양하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라며 "그것만이 사상 초유의 국정 붕괴 사태를 끝내고 국정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최순실 개인의 일탈 문제로 전가하면서 대통령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발표했다"며 "총리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사실상 국정을 계속 주도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대선출마 포기 의사까지 밝히면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 (담화를 보며) 국민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을 더 분명히 하게 됐다"며 "이 판국에 무엇을 버리지 못하겠나, 무엇을 챙길 것이 있나"라고 압박했다.
박 시장은 "국정의 공백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체제를 만드는 데 힘이 된다면 제가 가진 것 모두 버리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하야를 할 경우 대통령이 궐위(어떤 직위나 관직이 빈 상태)로 판단,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헌법 68조 2항.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출마 90일 전에 사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하야를 할 경우, 사실상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선 출마 포기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해석은 알아서 하라"며 "내 마음은 답을 했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주자로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이 끝까지 하야를 거부한 만큼 이제 정치권에서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며 국정 혼란을 키운다면 국민의 힘으로 퇴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통령은 즉각 의회, 특히 야당에 국정 수습 권한을 넘기고, 의회의 뜻에 반하는 개각과 인선은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2선 후퇴'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당장 물러나십시오"라고 압박했다.
◈ 국회 예방 온 한광옥, "박근혜 비서실장이 웬 말이냐" 野 냉대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윤제 신임 정무수석이 4일 국회를 찾아 여야 원내대표를 예방했지만 야당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여전한 '권력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이에 야당은 거듭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등 기습개각 철회와 권력이양과 국회 추천의 국무총리 수용 등을 압박하며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단계적 퇴진론'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한 비서실장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한 비서실장에게 "대통령 담화를 보면서 대통령의 시국 인식이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며 "한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이 워낙 실력이 있으시니 제대로 민심 전하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김병준 교수 문제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국회에서 여아가 잘 논의 할테니 지명을 철해할 것을 잘 설득해 달라"며 "그래야 처음부터 다시 밟아서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비서실장은 "잘 들었다"며 "여야 대화를 통해 절차,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해 달라"고 말했다.
또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여당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셋이서 웬만한 것들은 할 수 있다"며 "여야 합의한 것들에 대해서는 존중해 달라"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특히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한 비서실장 간의 만남에서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선후배 사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감돈 것으로 보인다. 한 실장은 지난 1999년~2001년, 박 위원장은 지난 2002년~200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한때 '동교동계'로 같은 배를 탔지만 한 실장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 선거 캠프로 정치적 이동을 하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됐다.
박 위원장은 비공개 만남에서 한 실장을 겨냥,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지낸 분이 국무총리로 갔으면 갔지,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는 것이 웬 말이냐"고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예방에 동석한 손금주 수석대변인이 회동 뒤 이같이 전했다.
손 대변인은 한 실장이 박 위원장에게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요청했지만 박 위원장이 "그럴 순 없다. 대통령이 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 본인이 사퇴하는 것이 답"이라고 바로 거절했다고 전했다.
또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현재 국민의 하야 주장, 현 시국의 절체절명(絶體絶命)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내용도 이러한 국민 여망이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 실장은 허 수석과 함께 "원내와 청와대 간 적극적 대화를 하고 싶다"며 "현재 청와대 상황을 확인해보고 적극적으로 국회와 대화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이 상황에 대한 해법은 대통령 탈당, 여야 3당 대표회동을 통한 총리 합의추대다. 대통령이 이 외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겠느냐"며 "이러한 것들을 전제하지 않은 대화는 어렵고 그런 경우엔 대통령 하야가 답"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