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닮은 듯 다른 秋다르크의 '불통리더십'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영수회담 단독 드리블 치다 당내 반발에 '철회' 소동

단독 영수회담 철회 '소동'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추 대표는 전날(14일) 오전 6시30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단독 영수회담 제안했지만 이날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쳐 격론 끝에 오후 8시20분 결국 '철회'를 선언했다.

15일 당 안팎에서는 추 대표의 일방적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철회로 야권 공조는 다시 이어가겠지만 제1야당 대표로서의 위신이 깎여 공조의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추 대표 '불통' 리더십…번번이 당내 반발 '좌절' = 문제는 추 대표의 단독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내 소통과 이해를 통해 설득을 한 후,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이라는 비판이다.

이른바 대화와 소통을 통한 '섬기는 리더십'이라기 보다는 당 대표라는 권위를 내세워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권위적 리더십'이기 때문에 당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에 향후 국정현안에서 다시 단독 드리블로 헛발질을 할 경우, 치명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추 대표는 8·29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취임한 지 열흘 만에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일정을 밝혔지만 이 역시 당 안팎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당시 "국민대통합 차원"임을 강조했지만 최고위원 대부분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발했다. 당내 이해를 먼저 구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단독결정을 하고 반발에 부딪치자 취소를 한 것이다.

이번 청와대 '단독회담' 역시 당내 의견 수렴 등 의사소통 없이 독단적 의사결정을 내렸다.

□ 野 공조 봉합됐지만...주도권 잃을까 우려 = 지난 13일 오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일부 의원이 영수회담 카드를 거론했음에도 부정적 입장을 비쳤던 추 대표는 이후 하루 만에 입장이 급변해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14일 밤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하겠다"고 사실상 통보했다.

설사 단독회담과 관련해 우 원내대표와 상의를 한 후, 결정을 내렸다 해도 최고위나 의원총회 등 당의 공식 의결기구에서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

"제1야당 대표로서 가만히 있으란 말이냐"는 말에서 당 대표로서의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이는 반대로 대표라는 권위를 내세워 밀어붙이겠다는 고집이기도 하다.

추 대표의 단독 드리블로 당내에선 100만 촛불민심이 오히려 '역풍'이 되어 야당에 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민주 수도권 한 의원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리더십 타격이 클 것"이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때도 문제가 됐는데 이번 철회 논란은 시국이 비상한 상황에서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비상시국 조기대선 가능성, 당 대표 역할 막중 "힘 모을 때" = 그렇지만 당이 당장 추 대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비상시국인데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발 빠르게 당내 경선 규칙과 관리 등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다른 당 관계자는 "리더십에 상처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제 야당과 공조를 더 탄탄히 하고 당 경선관리에 집중하면 된다”며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고 시국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 대표를 흔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국정농단 진상규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 역시 "지금 추 대표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한 점도 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당내 의견을 그래도 듣고 철회한 것은 대표로서 용기다. 이제 야3당 당론이 같으니 박 대통령 퇴진에 힘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 추미애 "국민과 당원, 두 야당에 유감의 말씀" 사과 = 추 대표는 이날 당 안팎의 비난을 의식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과의 긴급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 뜻과 다르게 국민과 당원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하다. 두 야당에도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추 대표는 "이번 담판은 여당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대통령이 민심을 여전히 직시하지 못하고 오판할 경우, 국민과 국가의 고통이 심각한 재앙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1야당대표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며 회담을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대통령의 하야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조속한 해법이라 믿으며 그간 민주당이 그 결론에 국민과 함께 하도록 노력해왔다"면서 "이번 담판은 이미 언론에 보도됐던 대로 어떤 정치적 절충도 있을 수 없으며 최후통첩이자 최종담판의 성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야권과 시민사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을 조속히 퇴진시키고 국가를 위한 조속한 국정 정상화와 국민이 원하는 민주정부이행을 위해 힘을 합쳐 퇴진운동에 박차를 가하도록 전력투구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부터라도 야3당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기 위한 비상시국기구의 구성을 위해 구체적 노력에 들어 가겠다"며 "다시 한 번 본의 아닌 혼란을 드린 국민여러분과 두 야당에게 깊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일단 야당 공조가 봉합됐지만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