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 연루된 엘시티, 대선주자들 겨냥?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이영복 회장의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중인 이영복 회장의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이 조성되어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 위원장은 오늘 이 사건을 또 하나의 '최순실 게이트'라고 말하며 대통령 측근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마저 제기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대변인은 "박 위원장이 이번 사건을 대통령과 연관된 비리인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에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부산 엘시티 비리사건에 대해 가능한 수사역량을 총동원하여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여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현재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 조사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 검찰조사는 언제 받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춘추관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검찰조사 시기를 앞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시선을 여야 정치인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비리 사건으로 돌려 '물타기'해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의혹들이 연일 새롭게 터져 나와 박 대통령이 몸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전날(15일)에는 JTBC보도를 통해 2011년부터 차움병원에서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인 '길라임'을 가명으로 사용해 진료를 받고 최순실씨 명의로 혈액검사를 하고 최순실씨 자매를 통해 대리처방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대국민 촛불 집회'에 참여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외쳐 야당들은 일제히 '박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에 정치적으로 이미 탄핵되어 '식물대통령'이 된 박 대통령이 검찰조사와 특검, 퇴진 압박 등으로 코너에 몰리자 여야 정치인을 타깃으로 엘시티 비리 사건에 수사역량을 강화하도록 해 퇴진 압박 등 국민적 비판을 분산시키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 엘시티 사건에 PK(부산-경남) 정치인들이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들을 겨냥한 거 아니겠느냐"며 "PK는 대선주자급들이 여야 모두 있고 이들이 자신의 탄핵과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니 '결전(決戰)'하겠다는 거 아니냐. 물타기다. 그렇게 해서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과 화살을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