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보험사의 충실한 대비를 당부했다.
17일 금감원과 보험업계 참석자들에 따르면 진 원장은 전날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대비 등 보험업권 주요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같은 날인 16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영국에서 열린 회의에서 보험업 새 국제회계기준을 2021년 1월 1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새 기준서의 최종 채택은 내년 상반기에 이뤄지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이번 회의에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새 기준서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함에 따라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자본확충 부담을 크게 져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내 보험업계는 새 기준서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국제회계기준원에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새 회계기준 도입 관련 보고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잠도 잘 오지 않는다"며 새 기준서 도입이 국내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했다.
다만 진 원장은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금액이 기존에 언론 보도된 내용보다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당국과 보험업계, 연구기관이 머리를 맞대 건전선 제도 설계를 해나간다면 충분히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CEO들을 설득했다.
중앙대 정도진 교수는 앞서 지난해 12월 금감원과 한국회계학회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시가평가를 반영한 보험부채 적정성평가(LAT) 방식을 도입하면 보험부채가 2014년 회계기준으로 볼 때 약 42조원 증가한다는 추산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지급 여력 수준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산출된 수치이고, 자본잠식을 막는 데 필요한 자본확충 금액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보여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진 원장은 자신도 위험보장과 노후대비를 위해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한 보험소비자의 한 사람이라며, 보험사들이 견실한 지급능력을 갖추고 성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진 원장은 또 보험상품 자율화 이후 보험사들이 비용절감에 따른 가격경쟁보다는 보험료 인상으로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 보험기준 도입 대비에 걱정이 큰 게 사실이지만 미리미리 준비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진 원장의 메시지에 참석한 CEO들도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