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농단 사태에 사과하며 검찰수사와 특검수사를 밝힌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19일 박 대통령에 대해 최순실씨 등과 '공범'이라고 발표하자, 검찰 수사를 거부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야(下野)하면 구속 불가피…'버티기'
탄핵 최장 10개월…민심 반전 기대
박근혜 대통령이 상식밖의 선택을 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최순실 등과 힘을 합쳐(?) 국정농단 사태를 만든 박 대통령이 하야를 외치는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임기를 채우는 것을 목표를 한 '시간 끌기 시나리오'로 국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검찰은 전날(20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최순실씨 등과 공모했다고 결론 내렸다.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이에 여야 정치권은 즉각 탄핵절차에 착수할 뜻을 밝히며 박 대통령 하야를 압박했다.
□ 대통령 '버티기' 돌입…"탄핵하라" 전면전 선포 = 하지만 박 대통령은 오히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비판하며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국회를 향해서는 '탄핵절차'를 밟으라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이 임기를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채우겠다는 권력의지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과도 맞서겠다는 '국민과의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최순실·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정호성 전 제1부속실 비서관 등 3명을 일괄 기소하고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 9가지를 기재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일당의 기업 삥뜯기 부터 시작 인사개입에 이르기까지 국정농단 사태 곳곳에 개입 또는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33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 중 29페이지에 '박근혜' 이름 석자가 등장한다.
□ 檢, 대통령이 '기업 돈 뜯기' 주범 결론 =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 및 출연금 모금, 현대자동차가 최 씨의 딸 정유라씨 초등학교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업체에 11억원 상당의 일감을 주도록 챙긴 것으로 봤다.
롯데가 최씨 소유의 더블루K가 이익을 창출할 체육시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업비 70억원을 지원받은 혐의에도 박 대통령의 개입을 언급했다. 이렇게 기업으로부터 뜯어낸 돈이 검찰이 확인한 것만 985억원에 달한다.
또 포스코 그룹 배드민턴팀 창단 강요, 포스코그룹 광고 계열사인 지분 강탈 미수 혐의, KT에 차은택 측근 채용 압력 혐의 등에 공모관계가 있다고 봤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 역시 박 대통령의 지시였던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통령을 '형법 30조 공동정범 조항에 따른 공범 관계'로 규정했다. 또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은 박 대통령의 조사 없이도 진술과 증거를 통해 "박 대통령의 공모를 99%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이자 '주범'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수차례의 검찰 조사에 불응해놓고서 자신을 주범으로 지목한 검찰에 반발했다. "검찰수사는 인격살인", "사상누각"이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검찰수사 결과를 통째로 부정했다. 검찰 조사를 거부하며 향후 구성될 특별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중립적인' 특검이라고 강조하면서 야당 추천 특검을 거부할 단서를 남겨놨다.
□ 하야 즉시 구속 불가피…대통령 변호인 "국민들 '우'하는 게 있어" =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민심을 역행하며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을 놓고 결국 구속수사를 피하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피의자'라고 밝힌 만큼 지금 하야를 선언할 경우, 박 대통령은 팔자에도 없는(?) 구속 수사를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간을 끌어 최대한 임기를 채우는 방향으로 가면 그동안의 혐의를 최소화하거나 무죄로 입증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야당이 국회 추천 총리 지명에 집중한 사이 헛발질을 할 경우 자신에 대한 국민비난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헌정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는 민심을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언론인터뷰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성이 '우'하는 게 있다. 조금 국민이 차분해졌으면 싶다"며 "국민들도 실망한 게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지 않겠나.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문제가 없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는 야당의 총리 추천 문제로도 시간을 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야당은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해도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되는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 연장'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총리부터 바꾸고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이 21일 탄핵절차를 밟기 위해 당내 탄핵추진검토기구를 설치했다. 또한 국민의당은 이날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새누리당 비박계와의 연대를 밝혔다.
□ 野 총리 선출 복잡-탄핵안 가결 시간 끌기로 여론 반전 = 문제는 야당이 '총리 선출'을 놓고 정치적 셈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당은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총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과도내각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야당이 총리 선출 고민을 거듭할수록 청와대 입장에서는 시간을 번다. 또 야당의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청와대는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청와대가 '차라리 탄핵하라'고 도발하는 것 중 하나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헌법재판소에서 최장 180일(6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여론 반전을 이끌 수 있다는 의지로 읽힌다.
탄핵으로 갈 경우 최대 10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헌재가 가결된 탄핵소추안을 받아도 특검 수사가 끝날 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은 최장 120일, 4개월이 소요되고 이후 헌재가 6개월 동안 시간을 끌 경우 최대 10개월간은 대통령직 권한은 정지가 되어도 임기는 유지할 수 있다.
10개월까지 걸릴 경우 빠르면 내년 가을 혹은 겨울이 되어야 탄핵되어 사실상 임기가 채워진다.
또한 9명의 헌재 재판관 중에서 6명이 탄핵안을 찬성해야 탄핵'이 최종 결정되는데, 이들 대부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탄핵을 유도하는 것이 이들의 성향을 믿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각각 내년 1월과 3월 퇴임하게 되는데, 후임 인선 문제로 시간이 걸릴 경우, 남은 7명 중 6명이 찬성을 해야 한다.
□ 靑, 헌재 보수성향 기대 vs 野 "헌재, 민심 외면 못해" = 하지만 검찰의 공소장으로 헌법 제65조 제1항인 대통령의 탄핵소추 요건(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충족되는 만큼 즉각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헌재가 아무리 보수성향이라고 해도 헌법과 민심을 외면하는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율사 출신 국회의원과 법조계 헌법학계는 검찰의 '공범' 적시로 탄핵소추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헌재의 심판이 정치적인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어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헌정 사상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라는 점에서 보수 기득권 역시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더 가져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우병우 수석과 김기춘 실장 등 다 빠져나갔다. 우병우 라인이 지금 특별수사본부 검사들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나"라며 "뇌물죄 적용이 안 된 것에 평검사들이 불만이 많다고 한다. 뇌물죄 적용을 안한 것은 최소한으로 혐의를 본 건데 이 마저도 거부하고 버티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이라고 일갈했다.
□ 대통령 국민들 지칠 날 기대하나…촛불, 들불로 횃불로 = 박 대통령은 버틸수록 국민이 지치고 잊게 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촛불 민심은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진박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했지만 이를 조롱하듯 촛불은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번졌다.
또한 박 대통령은 과열된 집회에서 폭력 시위 양상을 띨 경우 이를 문제 삼아 여론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계엄령 준비설'이 나온 것도 실제 계엄령 선포 가능성이 적더라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 19일 전국 55개 도시에서 열린 '4차 범국민행동'에 100만명이 모였지만 지난 주 보다 더 질서 있는 시민의식을 보였다.
경찰에 연행된 시민은 한명도 없었다.
'박근혜 퇴진' 집회는 더욱 열기를 띨 전망이다.
1600여개 시민단체연합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퇴진행동 측은 오는 26일 서울 집회에 최대 300만 명까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별도로 사상 첫 '정권 퇴진'을 내건 총파업에 30일 돌입하며, 각 대학 교수단체나 총학생회에서도 동맹휴강·휴학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