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도 식히지 못한 뜨거운 열기 = 지난 2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한국세무사회 임시총회에는 '썰렁할 것이다'라는 당초의 예상을 깨고 2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대거 참석, 임총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당초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깬,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겨울 문턱의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 지난 28일, 한국세무사회 임시총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 컨벤션센터 2층은 총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이미 상당한 인원의 세무사회원들로 가득찼다.
법원이 지적한 지난 6월 정기총회 안건에 대한 법적 하자 치유라는, 생업 현장에서 바쁘게 뛰는 현실적 측면만 고려했을 때는 관심도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임시총회였기 때문에 총회 준비 단계에서부터 누구도 이만큼의 인파가 몰려오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애초의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양재역에서부터 총회장까지 운행한 버스들이 연신 세무사회원들을 토해내느라 바빴다. 총회가 시작하자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한 인원들은 총회장 뒷편에 서있어야 할 정도로 이번 임총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 뜨거운 열기는 그저 열기로만 그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대화합'으로 승화됐다.
실제로 이번 임총 안건 중 하나인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장직 이양 촉구 결의문' 표결 당시 총회장 안에 착석한 세무사회원만 1905명(재석회원)으로 지난 6월 정기총회 당시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던 '회장 임기 평생 2번 제한' 회칙개정안 표결 재석회원 1466명을 훌쩍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현 집행부의 성공?…"회원들은 '상식적' 판단한 것"
이날 임총에서는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장직 이양 촉구 결의문'을 비롯한 ▲상임이사회 구성원과 윤리위원의 일부 해임 및 재구성 권한 위임 ▲징계회원(회원권리정지 8인)에 대한 사면(복권의 효력 포함) ▲중부지방회 교육잉여금 미수금의 대손금 처리 등 회계처리 위임 등 지난 6월 정기총회 안건에 대한 재의결 안건이 상정되어, 모두 찬성 의결됐다.
특히 공익재단 이사장직 이양 결의 촉구문 채택 안건은 재석회원 1905명 중 1799명이 찬성(12명 반대), 상임이사회 구성원과 윤리위원의 일부 해임 및 재구성 권한 위임건은 재석회원 1823명 중 1714명이 찬성(반대 24명)하는 등 현 집행부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도… = 임시총회에 참석했지만 미처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세무사회원들이 총회장 뒤편에 서서 총회를 참관하고 있는 모습.
이번 임시총회에서 세무사회원들이 현 집행부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백운찬 현 세무사회장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상황을 이 지경까지 치닫게 만든 전임 회장(정구정 전 회장) 측근들의 비상식적인 행보가 '감정선'을 제대로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 전 회장이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이양하겠다고 전 회원들에게 팩스 공문까지 보내 약속을 했다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고, 그 약속은 정치적 목적이었다며 '거짓말'임을 자인하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는 모습에 세무사회원들이 분노를 표출한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올해 초 제기된 정 전 회장의 AOTCA 지원금 횡령 논란, AOTCA 회장직 쟁취를 위해 정 전 회장이 현 집행부와 벌인 갈등, 회장 임기 평생 2번 회칙개정 논란 등에 대한 회원들의 분노는 조절 불가능 상태가 되어갔다. 이에 세무사회원들 사이에서 다툼이든 갈등이든 모두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그 여론이 임총장의 열기로 치환됐다는 분석이다.
과거 정 전 회장은 이례적으로 3번이나 세무사회장직 당선에 성공하는 등 회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렸지만, 그 인기를 맹신한 독선적이고 비상식적 행보가 결국 세무사회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이라는 평가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의있습니다" = 경교수 공익재단 이사장(전 세무사회 부회장)이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장직 이양 촉구 결의문' 안건 표결을 앞두고 의견을 밝히기 위해 거수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직 이사장에게 발언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항의가 빗발치면서,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민의'는 확인했지만...후속 대책은?
이번 임총으로 공익재단 이사장직이 세무사회장에게 이양되어야 한다는 1만2000여 세무사회원들의 의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기는 했지만, 현 시점에서 세무사회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찌됐건 공익재단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선출하도록 공익재단 정관에 명시되어 있고, 공익재단 이사들은 여전히 정 전 회장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익재단 이사장직 이양을 강제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없기 때문에 세무사회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사장직 이양을 촉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다.
하지만 공익재단 불신 여론에 따라 공익재단의 '돈줄'이 말라 자연스럽게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분위기만 보면 대부분 세무사회원들로 구성된 공익재단 정기후원자들이 후원자체를 중단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한 세무사회에서 매년 공익재단으로 전출되는 수억원의 공익회비를 세무사회 자체적인 사회공헌활동비용으로 돌려버린다면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딸리는 공익재단은 자연스럽게 '껍데기'만 남은 유명무실한 단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세무사는 이와 관련해 "이번 임총에서 공익재단에 대한 불신이 공식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앞으로 공익재단 정기후원을 해지하는 분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공익재단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이사장직 이양에 대한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결국 회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임시총회장에서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장직 이양 촉구 결의문'에 반대한 사람은 달랑 12명이었다. 하지만 이 12명은 공익재단 이사들 및 이사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회원의 뜻이라고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민심을 확인했다면 정 전 회장측 사람들은 공익재단을 스스로 내려놔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