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21일 비주류게 35명 의원과 함께 집단탈당을 구체화했다.
"신당, 여야 누구와도 가능" …비박+반기문+국민의당+손학규='제3지대'?
조기대선 앞두고 '이합집산'…대권주자 쫓기 '신기루'될 수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21일 "가짜 보수와 결별한다"며 오는 27일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21일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의원 33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해 이같이 결정하고 즉석에서 탈당계를 작성했다. 탈당의사를 밝힌 의원은 이날 참석하지 못한 2명의 의원까지 포함해 총 35명이다.
주호영, 정병국 의원을 신당 창당 준비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최소 20명 이상이 탈당하게 되면서 20대 국회는 '원내 4당 체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조기대선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비박과 국민의당, 특히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주장하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이 함께하는 이른바 '제3지대'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비박계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탈당 구체화 작업을 위한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저희는 새누리당을 떠나기로 마음 모았다"며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의 정신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을 간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 비박 "가짜보수와 결별" 27일 1차 탈당 35명 결의 =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에서 보수의 개혁과 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정치 혁명을 해보고자 끝까지 노력했지만 당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런 결정 내리기까지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또 토론도 많이 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되어 정말 가슴 아프다"며 "저희들이 새로운 길을 가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석고대죄하면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탈당 실무 작업모임에 참여한 인사는 김무성·유승민·김성태·김세연·강석호·강길부·김영우·김학용·김재경·권성동·김현아·나경원·박성중·박인숙·송석준·이종구·이진복·이군현·이학재·이혜훈·이은재·유의동·윤한홍·오신환·주호영·정병국·정운천·정양석·장제원·주광덕·하태경·홍문표·황영철 의원 등 총 33명이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2명의 의원까지 포함해 총 35명이 탈당을 결의한 상태이며 2명을 제외한 33명이 27일 탈당키로 했다.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이던 비상시국회의
비박계가 신당을 만들 경우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넘게 되어 더불어민주당(121석)-새누리당-국민의당(38석)에 이어 원내 4당이 된다. 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과 함께 신당 창당에 동조해 추가 탈당 가능성도 높아 38석 이상이 될 경우, 원내3당이 될 수 있다.
탈당 결의를 한 비박계 의원들은 이번 주말 지역구를 찾아 지역 유권자들을 향해 '탈당의 변'을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 반기문'제3지대' 영입? 조기대선, 주자 간 '혼란' 불가피 = 문제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현실에서 비박계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정당정치가 허약한 대한민국에서는 정당의 뿌리인 당원과 지향하는 가치가 담긴 다양한 정책 등이 기반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의 정당정치는 그동안 정책 중심보다 '대권'에 가까운 인물 중심으로 정당을 이끌어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비박신당과 국민의당,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은 앞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강조해왔다.
이른바 '제3지대'를 형성해 개헌을 압박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친문, 친박 빼고 다 모여야 한다"며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비박신당과 국민의당, 손 전 고문 등이 '제3지대'에서 더민주와 새누리당을 압박하면서 대선경쟁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조기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제3지대로 모여든 대선주자들 간 경쟁 역시 만만찮다.
여권 대선주자인 반 사무총장을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비박계는 반 총장과의 연대에서 먼저 친박계를 넘어서야 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반 총장이 친박과 거리를 두기 때문에 비박과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설사 반 총장이 비박계에 합류해도 비박 내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 경쟁해야 한다.
국민당과 연대 한다 해도 안철수 의원과 대선주자 단일화 역시 어렵다. 대선 완주를 일찌감치 공언해온 안 의원이 제3지대의 대선 후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박, 친박, 국민의당 서로 반 총장이 자기 네 쪽으로 올 거라고 말한다"며 "반 총장이 어디로 가든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나 혹은 손학규 전 고문과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제3지대로 뭉칠 경우, 조기대선을 앞두고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우상호 "제3지대, 신기루에 불과" =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분당을 계기로 한 제3지대에 대해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분당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정치권 이합집산과 관련한 예측이 나온다"며 "기존 정당에서 화합을 못해서 분화돼 나온 정파나 개별 정치 지도자들이 무슨 희망이 있으며, 무슨 정책 노선에 기반한 정당을 창출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주자에 따른 정치 분화는 후진적 정치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 조기대선에 따라 정당 중심의 대선이 불가피할 때, 군소정당이 급조되면 정책·공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