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문성 한양여대 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서원정 삼정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김종현 아주대 교수, 윤현철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회계감사는 공공재…시장 자율에 맡겨선 안돼"
회계전문가들은 회계감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지정감사제를 확대하고 디지털포렌식 등 첨단 감사기법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회계감사의 결과물이 공공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회계감사가 자유경쟁시장 속 흐름에 그대로 방치되선 안된다는 것이다.
"교육체계 갖춘 국가차원의 지정감사제 확대해야"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조세일보 주최로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계바로세우기 국회 大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공공재 성격을 지닌 감사분야에 자유수임제 체제를 적용시킬 경우 가격경쟁을 불러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오문성 교수는 "이같은 회계법인 사이의 지나친 가격경쟁은 감사투입시간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부실감사로 이어진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종국적으로 사회전체에 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유수임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그 대안으로 "장기적으로 외부감사인이 제공하는 감사용역의 질적 차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전제로 국가적 차원에서 지정감사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수임제의 실패로 생겨난 회계투명성의 공백을 지정감사제 적용 확대로 메워야 감사인 독립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며 "감사인 독립성이 확보되면 감사인이 보다 더 엄중한 외부감사를 진행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계투명성은 자연스레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감사 수임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말 그대로 '자유'롭게 이뤄지면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부감사 수임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것은 시험채점을 수험생이 직접 하게 하는 것과 같은 꼴이기 때문이다.
"기업책임 강화하는 입법 필요…감사인 독립 시급"
윤현철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는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사인 독립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윤현철 대표는 "회계투명성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감사인의 독립성이 없다는데 있다"며 "이로 인해 감사보수 저하, 감사품질 저하, 격무, 무력감, 상실감 등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지정감사제 확대'와 '기업책임 강화' 2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지정감사제 확대를 통한 감사인 독립성 확보는 기업에 대한 회계책임 강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택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외감법 제1조가 해석상, 부실회계 책임의 비중을 회사보다 감사인에 더 두고 있는데다 회계적정성을 감사인에 크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책임강화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로 외감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한다면 궁극적으로 현행 자유수임제 유지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자유수임제는 시장기능을 갖추고 있어 현 자유경쟁시대에 적합한 제도인데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과 감사인은 갑을관계에 놓여 있어선 안된다"며 "긴장과 대척관계, 공동의 목적을 지향하는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빅데이터 활용 감사기법 투자 절실…품질관리시스템 강화해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거나 디지털 포렌식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으로 감사기법을 고도화해 감사품질을 높이자는 주장도 대두됐다.
서원정 삼정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는 패널토론을 통해 "외부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분석기법 활용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정감사제 확대를 통한 감사품질 정상화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원정 대표는 현재의 회계업계는 차기 감사수임을 위해 피감회사 눈치를 보고 자료제출 지연에 대해서도 강한 요구를 하지 못하는 '암묵적 갑을관계'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전용순 중앙대 교수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정감사인의 감사품질이 비지정감사인에 비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정감사제 확대 방법으로는 6+3 혼합감사제, 지정대상의 확대, 전면지정제 총 세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6+3 혼합감사제는 9개 사업연도 중 한차례 3년 연속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지정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지정감사제 확대에 따른 위험에 대한 안전장치에 대해서는 "세분화된 감사인인증제를 도입하고 감사실패에 대한 감사인책임을 강화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美 엔론 회계부정, 디지털 포렌식 회계감사로 밝혀"
김종현 아주대학교 교수는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으로 지정감사제를 확대하는 것 말고도, 회계부정 사건의 재발을 막고 감사품질 개선을 위해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부정의 증거와 단서를 찾는 데이터 기반 감사가 회계감사의 주요수단으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감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 뿐만 아니라 시스템 내부에 있는 데이터 조작 흔적을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회계감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현 교수는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포렌식 회계감사(Forensic Accounting)"라고 소개했다.
그는 "디지털 포렌식을 적용한 데이터 감사를 회계감사의 중요한 수단으로 병행해 회계감사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는데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포렌식은 시스템의 데이터변경·파일삭제 이력 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 포맷 이력을 포함해 모든 과거변경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첨단 조사기법이다. 현재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도 세무데이터 위변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세무조사에 디지털포렌식을 적용하고 있다.
"감사인 책임 먼저 강화하고 제도 개선 모색해야"
반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감사인의 책임 강화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남희 금소원 원장은 패널토론을 통해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감사인들이 철학없는 감사가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당사자들로 하여금 우선적으로 깨닫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남희 원장은 "회계투명성이 떨어진데는 외부요건은 차치하고, 감사인들의 책임인식이 부족했던 측면이 가장 크다"고 전제하고 "감사인의 책임문제를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적절한 감사가 기업과 시장, 공익에 끼칠 선순환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보니 적절한 감사를 통해 서로 같이 살아야 하겠다는 '상생'의 인식보다 혼자 살아야겠다는 인식이 우선시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회계투명성 측면에서 불합리가 발생했다고 봤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상생의 기반 위에서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키운 다음, 감사제도의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지정감사제 확대 이슈보다 감사인의 책임인식 제고가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