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많은 성산 신풍리·김영갑갤러리 있는 삼달리 해안마을 걸어요

마을 사람들은 제주의 공동체 정신인 수눌음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어멍아방잔치마을 역시 마을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전통음식 만들기와 초가집 민박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은 조용하고 아름답다. 

이곳은 부모를 잘 모시고 교육에 힘써야한다는 교훈을 대대로 물려받아 부자는 없어도 학자가 많은 동네라고 한다. 

마을은 성산민속마을과 표선 그리고 삼달 리에 접해 있어 바다로 길게 이어지는 곳이다.

마을에는 아직 초가의 형태가 남아있는 집들이 나지막한 돌담 너머 예쁜 마당을 품고 있고 새 옷을 입은 듯한 창고가 손님들을 환하게 반겨준다. 

신풍리는 일주도로를 건너 아래로 바닷가 마을로 연결된다. 

마을 바다는 유난히 검은 현무암과 파란색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바람에 떠밀리는 파도와 하나가 되어 물질하는 해녀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주해녀는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답고 신비하지만 그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수백 년 동안 이어온 강인함과 모진 삶의 인생이 담겨있다.

15세부터 바당 물질을 시작해 시집 가서 자식 낳고 밭일, 집안일로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살면서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 남자 역할까지 다하며 살아왔기에 여성스런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억센 제주바람과 바다를 닮은 그녀들이다. 

한 평생 바다와 살았기에 바다를 목숨처럼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제주도에서는 관광객들이 바다에 들어가 소라와 전복 등을 채취하는 것을 법으로 막고 있다. 소라가 크는 시기에는 해녀들이 돌아가며 바다를 지키고 해녀가 아닌 동네 사람들도 바다에 소라 전복을 따다 걸리면 벌금을 내야한다. 

이렇게 오염되지 않은 제주바다는 해녀들의 지킴으로 한몫을 한 것이기도 하다.

바닷가와 맞닿은 해안 길에는 환해장성이 길게 쌓아져 있다. 

바람도 막아주고 태풍도 막아주지만 오래 전 해적이나 왜구가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것이다.

담이 지붕보다 더 높게 쌓아놓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바닷가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높은 돌담들 안에 숨어있는 작은 집들의 모습이 옛 제주도 사람들의 삶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웃 마을 삼달리는 신풍리와 마찬가지로 웃뜨르마을에서 해안마을까지 길게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 삼달리는 사진작가 김영갑으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예술가 한사람의 영향이 마을전체를 바꾸고 제주도를 바꾼다면 그 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이다.

루게릭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김영갑이 1985년에 무일푼으로 카메라 한 대를 품고 배를 타고 들어와 정착한 곳이 이 마을 폐교다. 

그는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고 한다. 제주의 오름을 자신의 필름에 담아내고 제주도와 사랑에 빠진 그의 열정이 삼달리 주민들에게도 전달되었다.

폐교는 지금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버려진 초등학교를 개조한 이곳은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도 제주의 풍경을 찍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사진작가 김영갑이 정성을 다해 가꾼 공간이다.  

봄이면 피는 소담스런 수국의 여러 가지 수채화 빛깔에서 그의 미소를 찾고 여름이면 뒤뜰의 작은 무인카페에 김영갑의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차 한 잔을 나누며 그가 거닐던 모습을 생각한다.

그리고 가을 겨울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의 사진에서 제주도의 오름을 사랑하게 되고 갤러리를 나서면 어느새 오름을 오르게 된다고 한다.

제주도에 사진작가들이 많이 이주해 내려오거나 제주도에서 사진을 배우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가 그의 사진 작품 영향이 크다고 한다.

누구든지 한번은 그런 사진을 꼭 찍어보겠다고 할 만큼 제주도의 자연은 그의 작품 안에서 너무도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갑 갤러리 주변은 5년 전만 해도 허허 벌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길가에 그려진 벽화 와 잘 단장한 거리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카페와 펜션 등 아름다운 공간들로 바뀌었다.

마을 사람들 외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삼달리에 관광객과 여행자 그리고 제주 도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