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조기대선을 앞두고 '반문연대' 기치를 내걸고 탈당 가능성을 저울질 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지자 '반문정서'를 바탕으로 한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언행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표가 '50대 역할론'을 강조하며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 탈당을 사실상 권유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반문연대 기치를 건 그의 탈당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전 대표는 안 지사에게 탈당 권유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날(31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자신의 탈당 관측에 대해서는 "내가 어느 상황이 되면 판단해서 얘기할 것"이라며 "미리 그걸 얘기할 것도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당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의 '반문연대 구축론'과 안 도지사의 탈당 권유설 등이 '해당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만나 국민의당에 입당할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줄기차게 주창해오던 김 전 대표가 정작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위배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김종인 '경제민주화' 상징으로 몸값 올리기? = 그가 당내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문 전 대표를 "확실한 후보가 아니다", "당 하나 추스르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비판하면서 여권 후보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고 제3지대, 빅텐트론 등을 논의한 것에 당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반문정서를 바탕으로 한 '제3지대' 구축론에 힘을 실은 것은 지난 해 총선 이후부터다. 특히 여권주자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난 1월 중순, 반 전 총장을 한 번 만날 수 있다며 정계개편론을 저울질 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을 영입했던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반문연대 기치를 들고 나오는 데는 "문 전 대표로는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없다"는 확고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의 측근인 한 의원은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로는 이 나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 김종인, 박근혜 정부 '공신' 과오 피할 수 없어 = 나아가 결국 자신의 몸값을 높여 자신만이 경제민주화를 해낼 수 있다는 힘을 보이고 이를 통해 차기 정권에서 자신이 크게 쓰이길 바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신만큼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후보가 없다고 판단, 경제민주화를 해낼 수 있는 후보를 자신이 점지해 '킹(King)'으로 키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가 있다며 지지했고 대선 캠프였던 국민행복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약속이 허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과오'가 있다.
박 대통령은 보수정당 후보였음에도 경제민주화를 선창하며 당선됐고 김 전 대표가 박근혜 정부 '공신'임은 변하지 않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공신 아니냐"며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할 것이라고 본인은 믿었을지 몰라도 어쨌든 도운 공신이고 제대로 사람을 파악 못한 과오가 있다. 그걸 국민들이 모르고 있지 않는데 자신을 영입한 문 전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게 납득이 가겠나"라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를 숙원으로 삼았던 김 전 대표는 정 안되면 자신이 직접 대권을 쥐기 위해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지난 31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명시적으로 (김 전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오겠다는 얘긴 없었다"면서도 "그러한 가능성 있는 말씀을 하셔서 그렇다면 김 전 대표도 우리와 함께해 경선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오직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소속된 당을 탈당해서라도 킹메이커가 되거나 자신이 킹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도우며 박근혜정부 탄생 '공신'이다.
□ '반문'으로 뭉친 제3지대, 김종인-국민의당-반기문-손학규 = 하지만 경제민주화 실천은 사실상 표면적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문 전 대표의 영입으로 전권을 휘두르며 비상대책위 대표가 됐지만 지난 해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노욕'으로 불명예를 얻고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대위 연장에 문 전 대표가 힘을 싣지 않은 것 등에 불만이 쌓여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운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20대 총선 공천과정 논란과 7월 전대를 미루고 대선 때까지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자는 비문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은 게 문 전 대표가 반대해서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전 대표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국민의당과 뜻이 맞고 '개헌'을 명분 삼아 반 전 총장, 손학규 전 대표까지 제3지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측근인 한 의원 역시 "김 전 대표가 자신이 전권을 쥐고 휘두르고 싶어 한다. 괜히 별명이 '독불장군'이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 당내서도 '해당행위' 지적 잇따라 =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은 김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 비대위 대표를 지내고 비례대표 2번을 받으신 분이 노골적인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온갖 해괴한 루머에 대해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과연 누가 바른정치라고 하겠느냐"며 "아무 원칙도 없이 정당을 개인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만 여기는 풍토를 고치지 못하면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김종인 전 대표는 안 지사에게 탈당을 권유했다는 중앙일보 기사가 오보라면 중앙일보에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해야 한다. 당적을 가진 분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도 있다"고 꼬집었다.
□ 문재인 "김종인, 다른 생각 하리라 믿지 않아" = 하지만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일축하며 반문연대 정계개편 움직임을 차단했다.
그는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 전 대표는 우리 당의 비례대표 의원"이라며 "정권교체에 함께 힘을 모으리라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하리라 전혀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김 전 대표는 강력한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고, 당내 후보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보다 확고한 소신과 철학을 갖길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당의 경제정책을 만들어내는 힘이기도 하고, 우리 대선공약에 반영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와)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해 나갈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일축하며 그의 퇴로를 차단했다.
□ 김종인 탈당 변수? "당 지지율 높은데 따라 나갈 의원 있겠나" = 김 전 대표가 탈당을 해도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김 전 대표가 제3지대로 나가기 위해 탈당을 해도 그를 따라 나갈 의원들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나가시더라도 김 전 대표를 따라 나갈 의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계시는 거 같은데,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탈당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