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左)과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右). 신동주 회장은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금융대출을 받아 신격호 회장에게 부과된 2000억원대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그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2000억원대 돈 거래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부자(父子)간 돈 거래는 아버지 앞으로 부과된 세금을 아들이 대신 내주기 위한 것으로 향후 이 거래가 그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일 국세청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주 회장은 최근 자신이 소유한 롯데쇼핑 주식 등을 담보로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 앞으로 부과된 2126억원의 증여세 전액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격호 회장에게 부과된 증여세는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롯데홀딩스 지분 6.8%를 지난 2003년 경유물산에 넘긴 것이 발단이 됐다. 경유물산은 신격호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로 지난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집중 타깃이 된 부분.
검찰은 이 거래가 명의신탁인 것으로 판단, 국세청에 통보했고 관할세무서인 종로세무서는 신격호 회장에게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와 가산세 등 2126억원을 부과했고 신격호 회장 측은 장남인 신동주 회장의 힘을 빌어 납부기한인 지난달 31일 세금을 완납한 것이다.
신격호 회장 측은 즉각 조세불복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통상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단순 명의신탁일 경우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신격호 회장 측도 조세불복 과정에서 이 부분을 국세청과 다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신격회 회장 측은 추후 시간을 갖고 보유 자산 등 처분을 통해 돈을 마련해 신동주 회장에게 빌린 돈을 갚겠다고 밝혔다.
이자 안 주고, 돈 안 갚으면 또 한번 '증여세 폭탄'
표면적으로 신격호 회장과 신동주 회장의 돈 거래는 '금전대차(정해진 기일에 금전반환을 약정하는 계약)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상 증여는 아니다.
하지만 향후 또 다른 문제의 소지가 불거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상속증여세법 제41조의4 규정(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따르면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무상으로 또는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받은 경우에는 대출받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신격호 회장이 신동주 회장에게 '적정 이자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흔적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전액을 신격호 회장이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 국세청이 추후 신격호 회장에게 수 백억원의 증여세를 또 부과할 수가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른 적정 이자율은 연 4.6%.
일정 기간 이상 이자 지급도 없이 돈을 갚지 않아도 증여로 간주된다.
국세청은 신동주 회장이 신격호 회장 대신 납부한 증여세가 2000억원이 넘는 고액인 점을 감안, 신격호 회장이 적정 이자를 지급했는지 여부 및 사후변제 여부를 철저히 모니터링 하는 등 사후관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과 신동주 회장 사이에 어떤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정밀하게 사실관계를 따질 것"이라며 "거래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적정 이자 지급과 사후변제 여부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등 사후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