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빅3'. 왼쪽부터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초반부터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채택하면서 당원, 국민 모두 1인1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자,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경선 선거인단 모집 첫날이던 지난 15일 신청접수 ARS와 인터넷에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날 하루 종일 콜센터와 인터넷 접속이 먹통 사태를 빚기도 했다.
최민희 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은 당 공식 팟캐스트인 '진짜가 나타났다'에 나와 "15일 오전에만 9만 명이 동시 접속해 회선이 아예 먹통이 됐다"며 "신청자가 몰려 회선이 자주 끊기고 다시 복구하기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15일 첫날 총 70여만 통의 전화가 쇄도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먹통 사태가 빚어지면서 선거인단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전화회선과 ARS접수 번호를 추가했다. 180명이던 콜센터 직원은 420명으로 늘어났다.
20일부터는 기존 전화접수 회선 1811-1000에 이어 1811-1004를 추가해 비교적 안정된 ARS접수 상태를 만들었다. 인터넷 신청의 경우, 발급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은행용 공인인증서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선거인단 신청자 수는 이날 현재(오후 3시) 48만6552명으로 닷새도 되지 않아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신청자 수(108만5000명)의 40%를 넘어섰다.
□ 경선 선거인단 최대 250만명 예상…"내 손으로 정권교체" = 민주당은 초반 시스템 문제가 정비되면서 선거인단이 당초 예상했던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 여론이 높은 만큼 2차 선거인단 모집까지 하면 최대 250만명까지도 신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1차 선거인단 모집은 탄핵인용 3일 전까지다.
만약 탄핵 심판이 예상되는 3월9일 결정되면 6일까지 1차 선거인단은 마감된다. 2차 선거인단은 3월9일 탄핵될 경우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하기 때문에 2차 신청기간은 1차보다 짧을 수 있어 대거 신청이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지금 선거인단 수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탄핵 심판일이 다가올수록 또 인용이 되면 더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역선택 우려, 박사모-일베 등 "문재인 떨어뜨리자" = 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역선택'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역선택은 본선 경쟁력이 강한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목적으로 고의로 약체 후보를 지지하는 행동. 당원 외 국민 누구나 선거인단을 신청하고 인증을 받으면 선거권을 가지는 완전국민경선이기 때문에 상대 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강한 후보를 떨어뜨려 당심과 민심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경선에 개입해 2위인 안 지사에게 표를 몰아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린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박사모 카페에서는 "민주당 경선에 모두 참여합시다. 탄핵이 기각되어야 하지만 사전 대비도 필요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되는 건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공인인증이 필요 없는 전화로 신청하세요"라는 글이 게재되었다가 삭제된 상태다.
일베 게시판에서도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고 묻는 질문도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참여 홈페이지 화면 캡쳐
□ 추미애 "특정세력 후보 방해, 업무방해죄 고발" 文-安 신경전도 = 역선택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추미애 당 대표는 "박사모 등 특정세력이 후보를 겨냥하면서 방해하려는 그런 태세가 보인다"며 "만약 박사모가 이런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업무방해죄로 고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 2위 지지율을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보수-중도층에 어필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간 '신경전'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경쟁 당에서 의도적·조직적으로 역선택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대단히 비열한 행위"라며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중도·보수라는 외연 확장으로 역선택의 효과를 누려야 하는 안 지사 측은 "역선택을 따질 거였으면 국민경선제라 하지 말고 '제한적 국민경선제'라고 했어야 한다. 보수정당 지지자는 국민 아니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게시판에 올라온 '역선택' 참여자 질문.(일베 게시판 화면 캡쳐)
□ "역선택, 누가 되든 정권교체" = 하지만 당 내에서는 박사모 등이 역선택을 위해 대거 선거인단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문재인 대세론'을 꺾고 안 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긴다면 바람을 넘어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노풍'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지금 당내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꺾는 후보가 나타난다면 태풍이 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우리 정권교체로 도와주는 꼴이다. 보수진영에서 경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다수의 당 관계자들은 중도·보수 '외연확장'에 나선 안 지사에게 박사모-일베 등이 표를 몰아주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당 관계자는 "박사모나 보수진영이 아무리 표를 모아도 10만이 되기 어렵다"며 "선거인단 신청은 열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남의 당 선거에까지 힘들게 참여하긴 쉽지 않다. 또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경선이 있으면 그쪽에 참여해야 하는데 법적으로 동시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박사모-일베 실제 참여? "바닷물에 오물 정도" = 또 보수진영의 조직적인 '문재인 꺾기'를 위한 역선택이 오히려 당내 지지층에게 영향을 주어 문 전 대표 지지층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2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안 한 관계자는 "안 지사 전략이 완전 다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집토끼를 놓고 산토끼를 잡아오는 게 아니라 산토끼를 먼저 잡는 것인데, 보수중도로 외연확장해서 지지율을 지금가지 끌어올린 것"이라며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큰 힘이 발휘될지 의문이다. 대연정부터 이명박-박근혜가 '선의'로 정치했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문제라는 발언도 계속 논란이 되면 당내 지지층은 더 빠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사모들이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것이 가시화 될수록 문 전 대표 지지층은 더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높은 참여율도 그 결집 요인도 있다"며 "지금 열기로 최대 250만명이 참여한다고 보고 실제 투표율 70%라면 170만이 넘는다. 그럴 경우 박사모 등의 역선택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참여하는 선거인단이 많을수록 역선택은 의미가 없다. 야권 지지자들이 적극 참여하면 된다"며 "바닷물에 오물 버리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