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기준금리, 작년 7월부터 8개월째 연 1.25% 수준 유지
모건스탠리 "올해 한국 기준금리 연 0.5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
한국은행이 불안정국으로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가운데 일각에선 금리가 연내 최대 세차례 더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불안한 국내외 정세 탓에,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8연속 연 1.25%로 묶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선정국은 물론 국내외 경제흐름, 금융시장 여건 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분명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판단에서다.
이와는 반대로 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3차례 더 인하돼 '연 0.5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이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측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체감경기까지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위기극복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른바 '4월 경제위기설'이 탄력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은이 한동안 기준금리 변동없이 현 수준에 머물게 둘 것이란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탓에 가계부채가 작년 한해 141조원이나 폭증했다는 점이 금융통화위원들의 목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기준금리를 현 상태에서 더 내리면 가계부채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이자상환의 부담이 줄어들어 대출수요가 많아진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가구와 기업의 줄도산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다.
더욱이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기조'에 힘을 싣는다.
연준은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꽤 가까운(fairly soon) 시일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이는 내외금리 간극을 심화시켜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한국 수출노선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오는 4월엔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현재 환율조작국 지정의 3가지 요건 중 2가지를 충족한 상황이어서 기준금리 조정카드를 꺼내들기 쉽지 않다.
한편 금융통화위원회 관계자는 23일 금통위 의결 직후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