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가 치킨 가격을 인상하는 업체에 대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국세청은 이에 대해 전혀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의 이런 입장은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사유에도 어긋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치킨가격 올리면 국세청에 세무조사 의뢰" 일방 발표
국세청 "사전조율 없어... 조사 의뢰해도 법적요건 맞아야"
농림축산식품부의 황당한 '겁박'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킨가격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국세청 세무조사로 옭아매겠다는 것이 요지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 1위인 BBQ가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자 다른 업체들도 덩달아 치킨가격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농식품부가 나름 칼을 빼든 것인데, 국세청과의 사전조율도 없었을 뿐더러 법 규정에 따라 집행되어야 할 세무조사권한을 '조자룡 헌 칼' 마냥 휘두르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가 없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AI(조류독감) 여파로 닭고기 값이 인상되는 등 가격인상 요인이 생겼다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업체의 치킨 원가에서 차지하는 닭고기의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고 닭고기 생산업체와 사전조율해 6개월~1년 단위로 생닭을 공급받기 때문에 가격인상 요인은 없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면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인상 움직임을 소비자 및 생산자단체, 기획재정부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공동 대응하는 한편 닭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물량과 민간 비축물량을 조기 방출하기로 했다.
관계부처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부분에 포함되는 것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다.
결과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달리기도 하는 세무조사는 기업들을 벌벌 떨게 하는 아주 좋은 무기. 이를 잘 알고 있는 농식품부도 '세무조사' 카드를 들고 나와 치킨가격 인상을 막아보겠다고 한 것이지만 국세청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사대상 선정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농식품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마치 '치킨가격 인상=세무조사 실시'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시장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국세청은 그 누구보다 법과 절차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식품부의 사전 협의도 없는 일방적 발표는 국세청 입장에서도 황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현재 국세기본법에 나온 조사대상자 선정 사유를 살펴보면 정기조사 대상자는 ▲신고내용에 대한 정기적인 성실도 분석결과 불성실 혐의가 있는 경우 ▲최근 4과세기간(4년) 동안 같은 세목의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경우 ▲무작위추출방식에 의해 표본조사 하는 경우 등의 사유로 선정된다.
비정기조사의 경우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무자료거래, 위장·가공거래 등 거래내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는 경우 ▲구체적인 탈세제보가 있는 경우 ▲신고내용의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금품제공이나 이를 알선한 경우 등이다.
치킨가격 인상처럼 국세기본법에 명시되지 않은 사유로는 세무조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농식품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 현재로서는 향후 대화할 계획도 없다"며 "농식품부가 치킨가격 인상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의뢰해도 법적요건이 맞아야 조사를 하는 것이지, 요건이 되지 않는데 무턱대고 조사를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 때문에 산지가격이 올라 치킨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국세청에서 이들 업체가 부당이득을 취한 부분에 대해 세금을 잘 냈는지 확인해달라는 의미"라며 "국세청이 동의해줄지는 아직 의견을 나눠보지 않았지만 (가격인상 업체를) 조사하고 안 하고는 국세청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