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BBQ가 치킨값을 10% 내외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들의 반발 여론은 거세졌습니다.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직장동료들과 함께 하는 '치맥(치킨+맥주)부터 출출할 때 가족들과 먹는 야식,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인 치킨이 이제 2만원 시대로 접어든다고 하니 반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이런 국민들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해 닭을 공급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닭 산지가격이 올라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업계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가격인상을 강행한다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세무조사는 국세기본법에 따라 명백한 탈세 행위나 혐의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는데 치킨 가격을 인상했다고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엄포에 업계와 국세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국세청은 농식품부로부터 사전에 통보받은 일도, 협의를 거친 일도 없다고 합니다.
농식품부는 "AI 때문에 산지가격이 올라 치킨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국세청에서 이들 업체가 부당이득을 취한 부분에 대해 세금을 잘 냈는지 확인해달라는 의미"라고 밝혔는데요.
치킨가격 인상으로 가뜩이나 얇아진 서민들의 주머니를 생각하는 농식품부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정부부처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엄포'를 놓은 것은 의아한 부분입니다.
稅소식 2.
담배판매량이 석달 째 감소하면서 정부 곳간이 비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담뱃값 인상=세수확보'라는 인식이 강했던 탓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2015년 한 갑에 2500원이었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되면서 애연가들의 반발은 거셌지만 '국민 건강증진'이란 명분 하에 정부는 인상을 강행한 뒤 실제 세수는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세는 개별소비세 등을 비롯해 2014년 7조원, 2015년 10조5000억원, 2016년 12조4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연가들의 주머니를 털어 나라곳간을 채운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담배판매량이 최근 3개월 동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담배 판매량은 2억4000만갑으로 지난해 11월 3억1000만갑을 기록한 이후, 같은 해 12월 2억9000만갑, 올 1월 2억8000만갑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도 담배판매량이 13.4%나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기재부는 "최근 담배 판매량 감소세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 금연치료 지원, 금연 캠페인 등 흡연율 감소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의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흡연 경고그림을 도입하면서 담배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나라곳간이 채워지면 국민 건강이 상하고, 건강을 위해 금연자가 늘어나면 나라곳간이 줄어드는 난감한 상황에 정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稅소식 3.
임환수 국세청장이 재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와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14일 열린 간담회에서 대한상의 회장단은 ▲법인세 신고납부기한 연장 ▲BEPS 프로젝트 대비 상호합의절차 효율화 ▲기업부담 완화 위해 세무조사 축소 ▲세무조사 시기 조정 사유 확대 ▲자료제출부담 완화 ▲자금난 기업에 대한 부가가치세 조기환급 ▲조사심의시 납세자 의견 청취 기회 마련 ▲성실납세와 사회공헌에 대한 홍보 확대 등을 건의했는데요.
이 중에서도 세무조사 축소에 대해 제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실신고 유도를 위해 무작정 세무조사를 줄일 수 없는 점은 이해하지만 최근 경기상황이 IMF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 세무조사 규모를 좀 더 과감하게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하지만 임환수 국세청장은 성실신고는 적극 지원하되, 지능적인 탈세행위는 바로 잡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금 밝혔습니다.
임 국세청장은 "성실신고 궤도에서 이탈해 세법질서를 훼손하는 지능적 탈세행위, 고의적 체납은 세정역량을 총동원해 바로 잡겠다"며 "중소납세자와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세정을 정착시키고 세무조사 과정에서 절차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준법세정을 확고히 정착시켜 납세자 권익 침해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재계가 바라는 답변은 아니었겠지만 조세 형평성을 무시할 수 없는 국세청의 입장에서는 무작정 세무조사를 줄이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조세 형평성과 세정지원이라는 가치 속에서 국세청이 균형점을 잘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稅소식 4.
앞으로 음식점과 골프장 등의 세부담은 줄어들고 택시기사나 연예인 등은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국세청이 최근 고시한 '2016년 귀속 경비율 고시 행정예고'에 따르면 중국음심점업, 프랜차이즈 음식점, 분식집, 간이음식점, 구내식당의 경비율이 올라 세부담이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현재 소득세는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요한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에 대해서만 부과되고 있는데, 이 때 경비율을 기준으로 필요경비를 계산하게 됩니다. 경비율이 높을 수록 경비가 많이 들었다는 것으로 인정돼 세부담이 줄어듭니다.
국세청 고시에 따르면 중국음식점업의 단순경비율(기본)은 88.4%(전년 87.1%), 일본음식점업은 86.7%(전년 85.2%),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86.1%(전년 84.6%)이었으며 분식집과 간이음식점, 구내식당의 기준경비율이 각각 8.9%(전년 8.5%)였습니다.
모범택시 기준경비율은 전년 30.7%에서 2016년 29.2%로, 직영택시의 경우 29.2%에서 27.7%로 떨어져 택시기사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연예인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배우에 적용되는 기준경비율은 20.3%(전년 22.6%), 모델은 20.6%(전년 22.9%), 가수는 21.8%(전년 24.2%)이었습니다.
증빙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비용을 과다처리를 했다가 문제가 된 일명 'Y세무사 스캔들'에 연루된 학원강사와 영업사원, 방문판매사원 등 인적용역 제공자들의 기준경비율도 하락했습니다.
재단사 및 학원강사의 경우 기준경비율이 27.7%(전년 29.2%), 음료품배달원은 34.9%(전년 36.7%), 서적 및 화장품 외판원은 35.1%(전년 36.9%), 기타 자영업 28%(전년 29.5%)로 떨어졌지만 이 사건이 주축인 보험설계사 및 보험중개사에 적용되는 경비율은 전년과 같았습니다.
국세청은 매년 경비율을 고시해 납세자들이 이 기준에 맞춰 소득세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는 이를 무시하고 세금을 신고하기도 합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5년 전 납부한 세금에 대한 자료까지 소명하라고 통보받은 'Y세무사 스캔들' 연루자들.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 아깝다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