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홍 후보와 유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일부 보수 지지층이 안 후보에게 흡수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연일 안 후보를 향해 '민주당 2중대' '얼치기 좌파'로 규정하면서 '안철수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보수층 표심은 안 후보에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13일 리얼미터-MBN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0~12일간 전국 유권자 152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안 후보는 TK인 대구와 경북(40.1%) 지역을 비롯해 50대, 60대 이상, 보수층에서 1위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안 후보의 정치적 색깔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에 비해 덜 진보적이라는 이미지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층의 뿌리 깊게 박힌 반문정서가 더해지면서 '안풍(安風)'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보수의 적자'를 자임하는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안 후보의 최근 상승세를 경계하며 진보도 아닌 그렇다고 '보수'라고도 말하기 힘든 안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 삼고 있다.
안 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반대하다 최근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오락가락 안보관'이라고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안 후보는 안보 환경이 위중해지고 보수표가 탐이 나자 사드 배치 찬성 쪽으로 기우는 듯 한 것 같다"고 맹비난 했다.
정 원내대표는 "안 후보는 그동안 극렬하게 사드배치 반대를 주장해왔고, 불과 한 달 전 즉각 철회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웃고 있었다"면서 "안 후보는 보수 표심을 겨냥한 어설픈 보수 코스프레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홍 후보도 전날(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FKI컨퍼런스에 참석해 "요즘 정책도 보수와 진보를 적당히 버무려 융합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니 안 후보 전성시대가 올 것 같다"면서 "우리 안 후보님 전공이 융합이죠?"라며 비꼬았다.
또 홍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배치를 두고 긍정으로 돌아설 듯이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참 의아스럽다"면서 "표심만 노리고 국가대사를 손바닥 뒤엎듯이 말하는 그분들을 믿고 어떻게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후보도 최근 보수진영에서 안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의견에 대해 "안 후보를 보수 후보로 착각하시거나 착시하시는 것 같다"면서 "위험한 지도자"라고 비판했다. 최근 안 후보가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꾼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유 후보는 이날 경북 영천 공설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를 계속 반대하다가 지금은 보수표를 얻어 보려고 180도 말을 바꾸는 것은 기본적인 철학이 없는 것"이라면서 "이제 와서 보수표를 얻기 위해 사드와 한·미동맹에 대해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런 위험한 지도자를 뽑으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안 후보는 보수 지지층 표심을 겨냥하는 듯한 사드배치, 규제프리존법 찬성 등을 시사하는 발언과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당분간 보수 표심을 두고 세 후보간의 '세 대결'이 한층 더 치열해질 양상이다.
앞서 안 후보는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아 "안보는 대한민국의 근간이고 뿌리"라면서 "가장 먼저 안보실장부터 뽑겠다"며 보수 지지층에 어필하고 있다.
특히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지난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선후보 중심으로 당내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고 설득해서 당과 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당론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안 후보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외교특사로 추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거듭 보수층 표심을 자극했다. .
안 후보는 또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보수진영 끌어안기'에 태도로 적극적이다.
안 후보는 12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청와대 내에 대통령의 개헌 의견을 작성할 개헌TF(태스크포스)를 설치해 운용하겠다"면서 "9월 정기국회 개원 전 개헌 의견을 완성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안 후보는 대선 전 개헌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으로 개진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MBN·매일경제 의뢰로 무선 전화면접(18%), 무선(72%)·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90%)와 유선전화(1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